세계캐롬연맹이 덴마크에서 주최하는 2019 라네르스 3쿠션 세계 선수권 대회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에디 멕스(벨기에)의 16강전에서 당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나왔다. 브롬달은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함께 당구 4대천왕의 한 사람이고, 멕스는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와 함께 4대천왕 못지 않게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멕스는 초반 13-8로 앞섰다. 하지만 브롬달이 하이런 11점을 치면서 13-19로 역전당했다. 후반전 들어 브롬달은 멕스의 공타를 틈타 13-21까지 달아났다. 멕스가 1점을 올리고 다시 브롬달이 큐대를 잡았다. 스코어는 17-28로 더 벌어졌다. 11점은 큰 점수차였다. 멕스의 패색이 짙었다.
뚝심을 발휘한 멕스는 하이런 7점을 쳐 26-35로 브롬달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브롬달의 공타를 틈타 멕스는 하이런 7점을 쳐 33-35로 따라붙었다. 브롬달이 1점밖에 못 올려 33-36인 상황에서 멕스가 큐대를 잡았다. 멕스는 내리 4점을 따내 37-36으로 뒤집었다. 엄청난 대추격전이었다.
16강전에서 에디 멕스를 이기고 환호하는 토브욘 브롬달
브롬달은 중요한 순간에 뱅크샷을 실수하면서 공타가 되고 말았다. 멕스는 여기서 경기를 끝내야만 했다. 3점만 올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멕스는 2점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3번째 샷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와 39-36이 되었다.
브롬달에게 승리의 기회가 찾아왔다. 멕스가 선공이었기 때문에 브롬달이 4점을 치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브롬달이 2점울 치고 마지막 2점을 남긴 상태에서 3번째 샷을 날렸다. 누가 봐도 득점 샷이었다. 그러나! 공격구가 제2 목적구에 닿으려는 순간 제1 목적구가 달려와 키스로 공격구를 밀쳐냈다. 불과 몇 cm 차이였다. 관중석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점수는 39-38이 되었다.
큐대를 잡은 멕스는 가볍게 1점을 올려 40점을 채우고 먼저 경기를 끝냈다. 멕스가 좀전에 경기를 끝냈더라면 승리는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이없는 실수로 승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40-38에서 브롬달이 큐대를 잡았다. 브롬달이 단 한 번만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멕스의 승리였다. 하지만 브롬달이 2점을 치면서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멕스가 선공으로 먼저 7점을 올렸다. 멕스의 승리가 거의 굳어지는 듯했다. 아무리 천하의 브롬달이라도 하이런 7점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롬달은 역시 4대천왕이었다. 그는 묘기 당구를 치듯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선보이며 7-7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1점 샷에 승부가 걸려 있었다. 브롬달은 신중하게 각도 계산을 한 다음 마지막 샷을 날렸다. 성공이었다. 브롬달이 8점을 올리는 순간 승부는 끝났다. 브롬달의 과감한 승부샷이 승패를 갈랐다.
브롬달-멕스 16강전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진 당구 명승부였다. 두 선수 세계 최고 랭커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 브롬달-멕스 16강전은 당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경기였다. 이 경기는 시실상 2019 라네르스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의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은 6명의 선수가 출전했으나 8강전에 진출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허정한이 예선에서 탈락했고, 조재호와 최성원, 김행직, 조명우는 32강전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생존자는 최완영이었다. 하지만 최완영도 16강전에서 베트남의 트란 퀴엣 치엔에게 29-40으로 패하면서 한국 선수단 전원이 탈락했다.
3쿠션 세계 최강을 가리는 2019 라네르스 3쿠션 세계 선수권 대회는 이제 4강이 겨루는 준결승전과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준결승전은 블롬달 대 사메 시돔(이집트), 세미 사이그너(터키) 대 윙 덕 안 찡(베트남)의 대결로 압축됐다.
브롬달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통산 6회의 우승을 차지한 강자다. 했으며, 하지만 그는 2015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세계 선수권 대회 16강에서 모두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브롬달은 신들린 듯한 샷 감각을 선보이며 16강전에서 멕스에 이어 8강전에서 덴마크의 디온 넬린을 40-19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 0순위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의 치과의사 출신 당구선수 사메 시돔은 32강전에서 조명우를 40-34로 역전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 롤란드 포톰(벨기에)을 꺾은 시돔은 8강에서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를 격파하고 준결승전에 올랐다. 세계 무대에서 처음으로 4강에 오른 사메 시돔은 토브욘 블롬달과 결승 진출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세미 사이그너는 2003년 스페인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다. 사이그너는 한국에서 열린 2019 마곡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즈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사이그너는 예선에서 베리 반 비어스(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님 카호퍼(오스트리아)를 꺾으며 본선에 진출한 뒤 32강전에서 야콥 소렌슨(덴마크), 16강전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8강전에서 트란을 차례로 꺾고 4강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현재 5경기 에버리지 1.980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윙 덕 안 찡은 베트남의 유망주로 지난 베겔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 첫 출전한 윙 덕은 예선에서 조재호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후안 카를로스 델 살토(에콰도르)를 18이닝만에 제압하며 본선에 올랐고, 본선에서는 김행직, 다니엘 산체스,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를 차례로 꺾으며 4강에 올랐다. 김행직과 산체스 등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을 연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윙 덕은 강력한 다크 호스라고 할 수 있다.
2019 라네르스 3쿠션 세계 선수권 대회 4강 경기는 30일 오후 8시와 10시로 나뉘어 진행된다. 대망의 결승전은 12월 1일 새벽 1시에 벌어진다. MBC 스포츠플러스는 현지 생중계를 통해 준결승과 결승 경기를 모두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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