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환자가 급증했지만, 이 전염병의 발병 패턴에는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를 제외하면, 중국 밖에서 극적인 사례 증가는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라이언 팀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중국은 실험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천820명을 보고하면서 확진자 총수가 4만6천550명이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더불어 후베이(湖北) 성의 임상 진단 확진자 1만3천332명을 보고했는데, 확진 사례의 대부분이 발병 초기 시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증가는 대부분 환자에 대한 진단 및 보고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팀장은 "이는 후베이 성 내에서만 훈련된 의료진이 흉부 영상 검사를 토대로 의심 환자를 임상 진단상 확진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후베이 성을 제외한 중국 내 지역과 다른 국가는 실험실에서 확진 판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HO는 후베이 성에서 실험실 및 임상에서 확진된 코비드-19 환자의 사례를 계속 추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코비드-19의 확진 범위에 갑자기 임상 진단 병례를 추가하면서 12일 하루에만 전국 31개 성에서 확진자가 1만5천152명, 사망자가 254명 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규 확진자 수치에서 제외해왔던 발병지 후베이 성의 임상 진단 병례 1만3천332명을 새로 넣으면서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코비드-19 확진자를 일반 폐렴 환자로 둔갑시켜 전염병 상황을 일부러 축소 및 은폐해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통계 기준 변경을 명분으로 한꺼번에 환자 숫자를 늘린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WHO가 구체적인 조사를 위해 중국에 국제 전문가를 파견하자 통계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WHO는 중국에서 코비드-19의 확산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9일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 선발대를 중국에 파견했다. 선발대는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가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코비드-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승객에 대해 고령자부터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검사해 음성인 경우 크루즈선에서 하선시키고 지역사회 숙소로 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80세 이상 고령 탑승자는 226명으로 지병이 있고 본인이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코비드-19 검사 중이며,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의 하선은 14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후생성은 전했다.
당초 일본 보건당국은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 등 약 3500명을 이달 19일까지 선상에 격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격리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악화 우려가 있는 고령자 등에 한해 조기 하선시키기로 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기준 크루즈선 내 코비드-19 확진자는 218명이다. 이 크루즈선에는 승객 9명, 승무원 5명 등 한국인 14명도 타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초기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취하고 있어 중국 다음으로 거센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 한 배에서 감염자가 발생했고, 나머지 승객에 대한 감염 여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체계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그대로 배 안에 가둬둔다는 것은 비감염자들까지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확진자 발생 후 8일이 경과했음에도 승객의 20%만 검사를 완료했을 정도로 조치가 미흡했다. 그동안 승객들은 객실에 갇혀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홍콩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와 비슷한 규모의 승객들을 태우고 정박하고 있던 월드 드림 호는 불과 5일 만에 검사를 완료했고,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하선 허가가 내려졌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와 유사한 상황에서 홍콩이 취한 조치는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과 뚜렷이 대비된다. 그래서 더욱 크게 비판을 받고 있다.
1,000만 달러를 기부받은 후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여 크루즈 확진자를 일본의 통계에서 제외하였던 WHO도 결국 태도를 바꿔 '중국 밖에서 발견된 코비드-19 확진 사례 48건 중 40건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나왔다'며 코비드-19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통제 국가 중국 발표는 왠지 신뢰가 가지 않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대한 일본의 조치는 전혀 선진국답지 못하다.
202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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