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시 한 수

달뜨기 마을 - 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소설집

林 山 2020. 5. 4. 11:34

책소개 -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그리고 지금은 역사인물 평전의 가히 대가로서 우뚝 선 안재성 작가가 최근 2년간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해온 단편 중 9개를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의 연대기처럼 1부, 2부, 3부로 새롭게 엮은, 전태일 50주기 기념 소설집이다.


'달뜨기 마을' 표지


출판사서평 - 달뜨기는 나룻배 모양의 타원형 분지에 십여 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작고 아늑한 마을이었다. 봄날 맑은 밤이면 찰랑찰랑한 논물 위로 두둥실 떠가는 달이 꿈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옛사람들은 그곳을 달뜨기 마을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개월(開月)이라 썼다.


소설의 힘은 서사에 있다. 굽이치는 산의 능선, 굽이치는 강의 물결처럼 사건과 인물을 휘돌아 감으며 내달리는 서사야말로 소설의 맛이요 멋이다. 정수다. 특히나 소위 역사소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여기 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소설집 '달뜨기 마을'은, 한국 현대사 100년의 광풍과 노도처럼 굴곡졌던 역사와 노동을, 그리고 이를 온몸 맨몸으로 살아내고 지켜냈던 시대의 불꽃과도 같은 인물들을 9개의 단편 하나하나에 장중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담고 있다. 그런즉 이 이야기들 속으로, 주인공들 속으로 달려 들어가 이들을 만나노라면, 이들이 타관의 타인이 결코 아니요, 고향 땅 마치 내 아버지와 어머니요, 내 형제와 누이이며, 그렇게 나의 현신과도 같은 혈육임을 울컥하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피와 땀과 눈물 가득했던 이들의 삶과 고난, 아픔과 슬픔, 사랑과 투쟁과 성취를 바로 ‘오늘의 나’ 자신의 그것인 듯 뜨겁도록 안아 숨쉬게 된다.


전태일! 전태일이 누구인가.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라며 결국 자신의 몸에 불을 살라 산화했던, 한국 현대사에서 십자가와도 같은 자기희생의 지고한 존재 아닌가. 그의 이렇듯 숭엄한 죽음을 기리려 1988년 전태일문학상이 제정되었고. 곧이은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그리고 지금은 역사인물 평전의 가히 대가로서 우뚝 선 안재성 작가. 그가 최근 2년간 시사월간지 '시대'에 연재해온 단편 중 9개를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의 연대기처럼 1부, 2부, 3부로 새롭게 엮은 소설집이 '달뜨기 마을'이다. 이는 2020년 올해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하여 안재성 작가가 하나의 사명이요 숙명으로 세상에 내놓는 헌물이기도 하다.


“대부분 본인이나 유족의 직접증언을 토대로 썼다. 따라서 소설의 등장인물과 사건의 줄거리는 모두 실제 사실에 바탕을 두었으며 가독성과 익명성을 위해 약간의 각색만을 거쳤다.”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번 일련의 단편에서 작가는 실제 사실들을 소설적 서사로 깊숙이 끌어들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작가는, 실화와 창작 양자가 소설로서의 균형과 갈등을 유지하도록 작가적 기량과 공력을 능란하게 녹여냈음 또한 분명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것은 작품의 흡인력을 최대화시키는 효과로 귀결되었음이다.


쉼도 없이 거칠고 사납게 휘몰아쳤던...


안재성 - 196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재학 중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어 제적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구로공단 동일제강, 청계피복노동조합, 태백탄광지대, 구로인권회관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파업', '사랑의 조건', '황금이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