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목요일 초복이라 마르코 김인국 신부님과 마티아 박병률 신부님을 모시고 개울 건너 음식점에서 염소탕을 먹었다. 김 마르코 신부님이 내게 읽어보라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란 제목의 책을 주셨다. 관료 출신이 쓴 책은 잘 안보게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신부님은 권력의 심층부에 있는 사람만이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담겨 있다면서 일독을 권했다. 그런데, 책이 좀 두꺼워서 솔직히 좀 부담은 된다.
교보문고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는 많지만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은 그 하나뿐이다”라는 평을 들으며 지난 40여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정세현의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가 나왔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태어나 해방 후 풍찬노숙하며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와 반항기 넘치는 청소년기를 거쳐 촉망받는 국제정치학도로 자라난 이야기부터, 연구자와 공무원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년기에 특별한 계기와 분투를 통해 남북문제의 한복판에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협상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까지가 여러 굵직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특히 1990년대 북핵 위기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거쳐 2000년대 6자 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당대 한반도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헤쳐온 여정은 이 책의 백미다. 여전히 현역으로 남북 문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분단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지침을 제시한다. ‘회고록’이라 하여 흘러간 이야기를 되짚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과거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보며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이때에, 평생 북한을 마주한 ‘현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더욱 무겁고도 값지게 다가온다.
정세현은 1945년 5월 북만주에서 태어나 해방 후 귀국, 전북 임실에서 성장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모택동의 대외관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통일원에 들어가 공산권연구관, 대화운영부장, 김영삼 대통령 통일비서관, 민족통일연구원장, 통일부 차관, 29대∼30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통일부 출신으로서 통일부 장관이 된 첫 케이스였고,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에서 연이어 장관에 임명되었다. 정부에서 나온 후에는 최대 통일운동 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대표상임의장으로 4년간 일했다. 통일 문제와 외교 문제를 항상 '나와 남', '안과 밖'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분석한다. 그리고 상대의 전략을 분석한 후 그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보다, 우리의 목표와 정책 방향을 먼저 설정한 후 상대를 거기에 순응시킬 전략을 연구하는 습관이 있다. 저서로는 '모택동의 국제정치사상', '한반도의 통일 전망'(공저), '오늘의 남북한'(공저), '남북한 통일정책 비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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