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시 한 수

권효진 신간소설집 '좀마삭에 대한 참회'

林 山 2020. 10. 28. 18:23

10월도 끝나가는 28일 오후 퇴근 무렵 권효진 작가의 신간 소설집 '좀마삭에 대한 참회'가 가을바람처럼 날아왔다.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권효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권효진 작가가 대한민국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기 바란다.

 

'좀마삭에 대한 참회' 표지

(전략) ......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저는 날마다 좀마삭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마삭이 완전히 죽어버릴 때까지 그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아마 저를 버린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것도 같아요. 물론 그때는 제 자신이 그렇게 잔인하다는 것도 몰랐어요. 문득 좀마삭의 이파리를 짓이기고 가지를 야멸차게 잘라내는 제 자신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견디지 힘든 것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이었거든요. 그때는 정말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 (후략) - 권효진, "좀마삭에 대한 참회",중 '좀마삭에 대한 참회', 생각나눔, 179쪽.

 

책소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17년 『한국소설』에 단편 「사냥의 추억」으로 등단한 권효진의 첫 소설집 『좀마삭에 대한 참회』. 표제작 「좀마삭에 대한 참회」를 포함한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돌아온 집, 사냥의 시대,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수습기자, 초록색의 집, 필리핀에서 시집온 모니카, 남겨진 남자들, 수국, 좀마삭… 이야기와 인물의 스펙트럼이 깊고 선명하다.

 

각 단편들에는 자연이 존재한다. 좀마삭, 켄터키블루그래스, 회화나무, 은행나무, 백양나무, 수국, 프리지아 등 소설 속에서 자연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진다. 인물을 둘러싼 자연의 생명력이 그들 내면을 치유하는 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소설가 권효진은 “혼자 조용히 깊은 숲속을 걸으며 나무와 꽃과 새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혼자서 조용히 깊은 곳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녀가 첫 소설집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외(疏外)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는 우리 주변 어디에든지 존재한다. 다만 소외당했기 때문에 보고 들리지 않을 뿐이다.

 

작가, 그중에서도 소설가는 소외된 것들, 소외된 자들을 깊이 참작하여 이야기로써 타인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자이다. 그로 인해 타인의 이해를 불러일으켜 자연 발생한 소외를 해소시키는 일을 한다, 해야만 한다.

 

소설집 『좀마삭에 대한 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 - 집으로 돌아온 사람, 사냥을 기억하는 사람, 급한 대로 취업을 한 수습기자, 갑자기 떠나버린 여자, 국제결혼을 한 여인, 혼자 남게 된 남자들, 수국, 기괴한 괴물이 되어버린 여자 - 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왜 소외당했고, 왜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익숙한 존재인 우리는 과연 소외되어 있지 않은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연의 어원은 도덕경에서 명사가 아닌 부사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말에서 파생했다. 그러나 현대 국어에서 사용하는 자연은 서양의 Nature에서 파생된 말로, 정복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효진은 자연이 아닌 식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식물(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다. 거기 그대로 있는 것들을 거기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거기 그대로 소외되어 버린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권효진

 

2017년 소설전문지 『한국소설』 신인상에

단편소설 「사냥의 추억」이 당선되어 등단

 

목차

 

한낮의 켄터키블루그래스

사냥의 추억

내 생애 처음 파티

초록의 지나

모니카의 여름

가자미와 노란 헬멧

수국(水菊)의 힘

좀마삭에 대한 참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