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좀마삭에 대한 참회』를 쓰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좀마삭에 대한 참회』 는 첫 창작소설집입니다. 표제작인「좀마삭에 대한 참회」를 포함해 모두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좀마삭에 대한 참회」 는 ‘좀마삭’이라는 작은 식물에게 참회하는 편지형식의 소설입니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분노와 슬픔이 사람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식물의 푸른빛이 지닌 생명력을 환기시키고자 쓴 소설입니다.
주인공 ‘나’는 자신에게 이별의 인사를 하지 않고 갑자기 떠나버린 사람을 향한 분노와 슬픔 때문에 그녀가 선물한 ‘좀마삭 화분’의 이파리를 하나씩 따내서 결국은 죽게 만듭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나’에게는 이미 뿌리 깊은 분노와 외로움, 슬픔이 내재되어 있었고 그런 ‘나’를 팽개치듯 떠나버린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깊은 분노를 자극한 것입니다. 결국 나는 식물의 어린잎을 따내는 것으로 내면의 분노를 표출합니다.
특히, 식물에게 보내는 참회의 편지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은 자연의 순수함에 자신을 고백한다는 의미인데, 자연이 가지는 생명력과 치유력이 주인공의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좀마삭’이라는 식물을 이미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식물에 대한 참회’라는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주인공 ‘나’에게 살아가면서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는 커다란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국 우리 자신,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낮의 켄터키블루그래스」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돌보지 않은 잔디밭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은 지치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친구의 출산, 잠시 떠나있던 집. 집으로 돌아온 나. 두 쌍의 더듬이 중에서 한 쌍의 더듬이가 퇴화되어버린 공벌레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사냥의 추억」은 '요즘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열망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에서 쓴 소설입니다. 저는 캠핑이 마치 대유행처럼 번진 것이 어쩌면 인간의 유전자속에 각인된 원시시대로의 회귀본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소설을 시작했습니다. 사냥을 통해 존재를 과시했던 원시의 시대, 아내와 딸에게서 소외된 이 시대의 한 중년 남자가 선사(先史)의 돌화살촉을 간직하며 아득한 사냥의 시대를 꿈꾼다는 이야기입니다.
「내 생애 처음의 파티」 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 이야기입니다. 대학졸업 후에도 취직을 하지 못한 ‘나’는 급한 사정 때문에 지방의 작은 주간신문사에 수습기자로 들어갑니다. 한 번도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호텔파티에 가보기 위해 폭염 속에서 수습기자 생활을 합니다. 에어컨도 켜지 못하는 열악한 사무실에서 파티가 열리는 그 날을 기다리며 ‘나’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초록의 지나」 는 ‘초록색의 집’에 사는 지나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나와 지나,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K.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서로를 잘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선배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던 지나가 결국엔 자기의 꿈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니카의 여름」은 한 여름 식탁에서 벌어지는 모니카와 말자씨의 한 바탕 열전(熱 戰)입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모니카는 시부모와 함께 결혼생활을 합니다. 만만치 않은 결혼생활에 지친 모니카는 뜨거운 여름, 창가의 플라타나스를 보며 고향의 멩그로브숲을 그리워하는데... '모니카는 과연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날 것인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자미와 노란 헬멧」은 발레리나 아내와 헤어진 수학선생 현우, 아내와 딸을 중국에 보내고 혼자 남은 상현. 지루한 두 남자가 바닷가에서 보내는 하루 이야기입니다.
「수국(水菊)의 힘」은 말과 침묵, 진실에 대한 아주 짧은 소설입니다. 흔히들 꽃이라고 말하는 수국의 꽃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입니다. 화려한 헛꽃은 사람들과 곤충의 눈을 따돌리며 진짜 꽃을 지켜냅니다. 헛꽃과 참꽃을 구분하지 못한 ‘나’는 모든 수국에 향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침묵하며 ‘존재’ 자체만으로 사실을 말하는 수국에게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끼게 된다는 소설입니다.
「좀마삭에 대한 참회」는 ‘좀마삭’이라는 작은 식물에게 참회하는 편지형식의 소설입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며 성장해 나가야 하는지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마다의 분노와 슬픔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소설입니다. 그리고 모든 자연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무와 꽃, 작은 풀들 모두가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좀마삭’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아 보았습니다.
전략..... 좀마삭이 완전히 말라 죽은 뒤에 저는 알았어요. 슬픔이 씨앗을 뿌리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자란다는 것을요. 아기 손톱 같은 좀마삭의 이파리 하나하나, 가늘고 여린 줄기와 가지들을 손톱으로 끊어내게 했던 그 무서운 힘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어요. 그것은 슬픔이 자라서 만든 기괴한 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제가 그토록 슬퍼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요? 후략..... - 「좀마삭에 대한 참회」 중에서
3. 비슷한 분야의 도서 중에서도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표제작「 좀마삭에 대한 참회」이외에도「한낮의 켄터키블루그래스」,「초록의 지나」,「수국(水菊)의 힘」,「사냥의 추억」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도 모두 풀과 나무, 꽃, 바다, 강 등 자연을 중심 소재로 쓴 소설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한 문장, 단조로운 문체로 평이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문장의 꾸밈이 없어야 좀마삭, 켄터키블루그래스, 회화나무, 은행나무, 백양나무, 수국, 프리지아 등 나무와 꽃들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그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소설 속에서 사물들이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만으로 주는 가치와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의 여러 생명들과 함께 사람들의 갈등, 이별, 소외, 내면의 분노와 슬픔, 고통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생명력이 우리 내면을 치유하는 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은 아무 말이 없지만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원천을 제공해 줍니다. 이 소설집 속에는 꽃과 나무와 산과 강, 바다에 대한 고마움과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제 자신의 참회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4. 이 책을 어떤 분들께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좀마삭’이 뭐지?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꽃집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흔히 보는 식물이지만 그 이름을 모르는 것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식물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곧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의미합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작고 예쁜 화분 하나를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표제작「좀마삭에 대한 참회」는 ‘분노와 슬픔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자기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분노와 슬픔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나? 하고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깊은 숲속을 걸으며 나무와 꽃과 새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5. 책을 출간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실제로 제 자신이 나무와 꽃들과 산과 강, 바다에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 자연의 생명력,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싶었는데 표현력이 많이 부족해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필력이 부족하다보니 첫 소설집을 내기까지 무척 힘이 들었지만 나무와 꽃과 강을 오래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6. 끝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마디로 부탁드립니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제각기 아름답듯이 사람은 누구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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