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마르꼬 신부가 신간 '사람이 좋아 사람이'(생활성서 출판사)에서 나왔다. 천주교 신부로서 사목 활동을 하는 틈틈이 쓴 금과옥조 같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김인국 신부가 새로 본 신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여호와의 아들, 에수의 제자로서 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는 삶을 실천해 온 김인국 신부의 신앙 고백서 또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기 혁명의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삶은 행복과 희열 그 자체일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신앙을 통해서 얻는 삶의 행복과 희열을 느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신앙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도종환 전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신부님의 말과 글은 성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합니다. 상식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공부가 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했다. 김인국 신부는 바이블을 교조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궁극적인 뜻을 끝 간 데까지 궁구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냈다는 말이다.
도 전 장관은 또 '신부님의 글은 깊습니다. 그 바탕에 다석 류영모 선생의 가르침이 있고, 고전에 대한 공부가 있으며, 불교와 동학을 넘나드는 사상의 교유(交遊)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회통의 폭이 넓고 아름답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김인국 신부가 우불선(儒佛仙)은 물론 동학까지 섭렵하여 종파나 사상의 벽을 허물었다는 이야기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능선길도 있고, 계곡길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길은 산마루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하나의 길만 선택해서 산을 오르는 사람은 다른 등산로의 장단점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길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도 몸소 올라보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김인국 신부다.
언젠가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김인국 신부가 느닷없이 '꽃은 무엇인가요?' 물었다. 훅 치고 들어오는 화두에 '꽃은 나요'라고 답했다. 내가 바로 꽃이고, 꽃이 바로 나 자신이다! 자타불이(自他不二),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뜻이었다. 김 신부는 '꽃은 핍니다'라고 말했다. '꽃은 피는 존재다'부터 '꽃은 피(blood)다'까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말이었다. 피는 희생의 상징이 아니던가! 더 나아가면 빅 뱅(Big bang, 대폭발, 우주탄생)의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이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본문 24쪽에 '성모님은 평생 서서 돌보시는 어머니의 표상입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어머니들, 특히 옛날의 어머니들은 거의 다 성모입니다. 서서 돌봄이 어찌나 많은지 앉아서 따뜻한 밥 한 그릇 못 얻어먹었습니다. 더울 때 더위를 혼자 이고, 추울 때 추위를 혼자 이고, 앉지도 못하고 서성거리다가 간 것이 우리 어머니들입니다.”(류영모) 대개의 성모상이 서서 계신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서서 돌보시는 어머니의 자세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체온을 나누자는 것이 천주의 모친 대축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의 또 다른 뜻이겠지요.'라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김인국 신부는 '평생 서서 돌보시는 어머니, 특히 옛날의 어머니'에서 성모상을 발견한다.
또 31쪽에는 '남모르는 이유로 마음이 무거우신 분들을 위해 해마다 3월 25일, 예수님 성탄 열 달 앞서 지내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여인의 품에 신성한 씨앗 하나를 심으셨습니다. 역사상 인류를 가장 흥분되게 만든 뉴스입니다. 이것은 하와의 이야기이며 마리아의 이야기이며 모든 어머니들의 역사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파종’을 경축하느라 봄은 꽃을 피우고, 새들은 꽃 핀 자리에서 노래를 부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김인국 신부는 예수의 수태와 탄생이 '역사상 인류를 가장 흥분되게 만든 뉴스'라면서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수태도 그만큼 신성하고 위대하다고 말한다.
본문 101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뜻이 같은 사람, 동지입니다. 뜻이 같은 사람과는 목숨도 나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같은 뜻으로 같은 일을 하는 동무입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줄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동지요 동무가 되어 되돌아온 것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산전수전 다 치르며 자기 생각의 주인이 된 그 다음의 일이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무가 되고, 동지가 되어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김인국 신부의 간절한 소망이 나타나 있는 글이다.
*저자 김인국 신부는 1991년 사제품을 받고 청주교구 부강 본당을 시작으로 광혜원, 오송, 금천동, 옥천, 성모성심 본당을 거쳐 지금은 충주 연수동 본당에서 일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와 대표를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 '사람이 좋아, 사람이',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 '2230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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