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조희풀을 처음 만난 곳은 2013년 9월 1일 중봉계곡에서였다. 중봉계곡은 백두대간(白頭大幹) 청옥산(靑玉山, 1,407m)과 고적대(高積臺, 1,354m)의 남동쪽, 중봉산(中峰山, 1,262m)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2020년 7월 19일 월악산(月岳山, 1,095.3m)을 오르다가 정상부 능선에서 병조희풀을 다시 만났다. 병조희풀 꽃은 작아서 찾기가 쉽지 않다.
병조희풀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낙엽 활엽 반관목이다. 영어명은 하이어신스-플라워 클레머티스(Hyacinth-flower clematis)이다. 학명은 Clematis heracleifolia DC.이다. 병조희풀을 조희풀, 선목단풀, 자주목단풀이라고도 한다. 병조희풀의 분포 지역은 한국과 일본, 중국, 만주 등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백두대간에 분포하지만 그 이외 지역에서도 드물게 자라고 있다.
병조희풀은 키가 1m까지 자라고, 밑부분은 목질이 발달하지만 윗부분은 죽는다. 줄기는 세로 능선이 뚜렷하며 백색털이 밀생하고 회갈색이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3출복엽이다. 소엽은 3개로 다소 두꺼우나 넓은 달걀모양이며 첨두, 넓은 예저 또는 절저이다. 양면이 모두 거칠고 털이 약간 있으며 불규칙한 치아상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흔히 3개의 얕은 결각이 생긴다. 뒷면에는 구부러진 털이 있고 주맥이 현저히 돌출하며, 잎자루는 털이 있다.
꽃은 양성화와 단성화가 같은 나무에 다 피는 잡성화이다. 7월 초~9월 초에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핀다. 여러 개가 액생하는 꽃은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룬다. 꽃덮이 조각은 4개인데, 위쪽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리고 끝이 뒤로 젖혀지며 겉에는 털이 있다. 꽃 모양이호리병을 닮아서 병조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희풀은 종이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열매는 달걀모양의 수과이며, 9월에 성숙한다.
병조희풀의 유사종에는 자주조희풀(Clematis heracleifolia var. davidiana Hemsl.)이 있다. 자주조희풀은 꽃이 암수딴그루이며, 8월 초~9월 초에 피고 남청색이다. 화관열편은 뒤로 말리지 않고 넓게 퍼진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는 병조희풀에 대해 '한여름에 진보라색으로 한데 모여서 피는 꽃은 마치 조화처럼 완전하고 사랑스러워 공원이나 정원의 하목소재로 이용된다.'고 나와 있다. 병조희풀의 꽃이 마치 조화처럼 앙증맞고 예쁘기는 하다. 하지만 공원이나 정원에 심은 병조희풀을 아직 본 적은 없다.
병조희풀의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익생양술대전'에는 '병조희풀의 줄기와 잎을 목단등(牧丹藤)이라 한다. 관상용(정원수)·약용으로 이용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고 나와 있다. 이어 '주로 순환계와 신경계 질병에 효험이 있다.'면서 각기, 건비, 건위, 골절, 과민성대장증후군, 관절염(화농성관절염), 담, 복중괴, 소염제, 소화불량, 신경통, 요슬산통, 위한, 천식, 통풍, 해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민속특산식물사전'에는 소화불량이나 해수에 쓴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