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솔나리

林 山 2020. 8. 14. 17:47

7월 19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을 오르기로 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서북능선 기슭에 자리잡은 보덕암(寶德庵)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을 시작했다. 보덕암에 들러 대웅전 앞 샘물로 목을 축이고 보덕굴(普德窟)을 찾았다. 보덕굴에는 3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중 아이의 출산과 생명을 보살핀다는 백의관음(白衣觀音)이 봉안되어 있었다. 보덕굴 근처에는 세계적인 희귀종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모감주나무에는 황금색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보덕암에서 가파른 월악산 서북능선을 타고 하봉(下峯)에 올랐다. 하봉에 서서 바람에 휘날리는 운무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충주호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하봉에서 영봉에 이르는 능선에는 때마침 활짝 피어난 솔나리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월악산 하봉-영봉 능선은 솔나리 군락지였다. 연분홍 고운 자태의 솔나리들이 산길 나그네를 수줍은 듯 반겨 주었다. 솔나리는 환경부에서 희귀종 자정번호 식-11번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솔나리

솔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솔잎나리라고도 한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어서 솔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어명은 노딩 릴리(Nodding lily)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머리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학명은 Lilium cernuum Kom.이다. 고봉준령, 심산유곡 바위틈에서 수줍은 듯 고고하게 살아가는 솔나리에 어울리게 꽃말은 '새아씨, 깨끗한 마음'이다. 

 

솔나리의 분포 지역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이다. 한국에서는 월악산 등 충북과 경기도, 강원도 등 해발 8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경북의 운문산, 경남의 가야산, 가지산, 울산의 신불산에도 자생한다. 백두대간을 따라서 50여 곳의 자생지가 있다.

 

솔나리

솔나의 뿌리에 해당하는 비늘줄기는 길이 3cm, 지름 2cm 정도의 난상 타원형이다. 줄기는 70cm까지 자라고 곧게 서며 털이 없고 짙푸르다. 잎은 가는 선형으로 어긋나기하며 다닥다닥 달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지고 좁아지며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1~4개가 원줄기끝과 가지끝에서 옆 또는 밑을 향해 달린다. 화피열편은 분홍색 또는 홍자색이지만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뒤로 말린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길게 꽃 밖으로 나온다. 꽃밥은 길이 10~12mm이며 암술대는 씨방보다 훨씬 길다. 열매는 삭과로 넓은 거꿀달걀모양이고 끝이 편평하며 3개로 갈라져서 갈색 종자가 나온다.

 

솔나리

솔나리의 유사종에는 흰솔나리(Lilium cernuum var. candidum)와 검은솔나리(Lilium cernuum var. atropurpureum)가 있다. 흰솔나리는 강원도 이북의 깊은 산에서 자라며, 백색꽃이 핀다. 검은솔나리는 검은 빛이 도는 홍자색 꽃이 핀다. 흰솔나리와 검은솔나리는 솔나리보다 더 희귀종이다.

 

솔나리

솔나리는 꽃이 소박하고 예뻐서 낙엽성 교목의 하부에 지피식물로 식재하면 좋다. 또, 화단에 키작은 자생식물들과 혼식하거나 넓은 화분에 심어서 재배하여도 어울린다. 솔나리는 꽃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마구 캐가는 바람에 훼손이 심해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종이다.

 

솔나리

솔나리의 비늘줄기는 먹을 수 있다. 솔나리의 비늘줄기를 본초명 백합(百合), 꽃(花)을 백합화(百合花), 종자를 백합자(百合子)라고 한다. 본초학에서 백합은 참나리(卷丹, Lilium lancifolium Thunb.)를 비롯해서 백합(百合, Lilium brownii F.E. Brown var. viridulum Baker.), 세엽백합(細葉百合, Lilium pumilum DC.)의 비늘줄기를 가을에 채취하여 끓는 물에 살짝 삶아서 말린 것을 말한다. 백합이 없을 경우 솔나리의 비늘줄기를 대신 쓸 수 있다.

 

솔나리

백합은 본초학에서 정기(正氣)를 보익(補益)하는 보익약(補益藥) 중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백합은 윤폐지해(潤肺止咳), 청심안신(淸心安神)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으로 인한 오래된 기침과 피가래, 허번경계(虛煩驚悸), 실면다몽(失眠多夢), 정신황홀(精神恍惚)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그외 열병의 여열미청(餘熱未淸), 각기부종(脚氣浮腫)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달여서 복용한다. 삶아 먹거나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짓찧어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솔나리

백합화는 윤폐, 청화(淸火), 안신의 효능이 있어 해수(咳嗽), 현훈(眩暈), 야침불안(夜寢不安), 천포습창(天疱濕瘡) 등을 치료한다. 백합자는 장풍하혈(腸風下血)을 치료한다. 백합자를 술로 약간 빨갛게 될 정도로 볶아서 가루 내어 온탕(溫湯)으로 복용한다. 백합화 백합자는 한의사들이 거의 쓰지 않는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에 백합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혹은 독이 있다고도 한다. 상한(傷寒)의 백합병(百合病)을 낫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모든 사기와 헛것에 들려(百邪鬼魅) 울고 미친 소리로 떠드는 것을 낫게 한다. 고독(蠱毒)을 죽이며 유옹(乳癰), 등창(發背), 창종(瘡腫)을 낫게 한다.'고 나와 있다. 또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종류는 잎이 가늘며 꽃이 홍백색이다. 다른 한 종류는 잎이 크고 줄기가 길며 뿌리가 굵고 꽃이 흰데 이것을 약에 쓴다. 또 한 종류는 꽃이 누르고 검은 얼룩점이 있으며 잎이 가늘고 잎 사이에 검은 씨가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쩡레이뻰차오(證類本草)'를 인용하여 '꽃이 붉은 것은 산단(山丹)이라고 하는데 아주 좋지는 못하다.'고 했으며, 리찬(李梴)의 '이쉬에루먼(醫學入門)'을 인용하여 '나리의 뿌리는 오줌을 순하게 내보내는 좋은 약이다. 꽃이 흰 것이 좋다.'고 했다.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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