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9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을 오르기로 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서북능선 기슭에 자리잡은 보덕암(寶德庵)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보덕암에 잠깐 들렀다. 주지 적인(寂仁) 스님이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라고 권했다. 한참 오랜만에 다시 찾은 보덕암의 물맛은 여전히 달고 시원했다.
보덕암 남쪽에 있는 보덕굴을 보러 가는 길에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모감주나무들은 때마침 샛노란 꽃들을 활짝 피어올리고 있었다. 한여름 황금빛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에 때맞춰 온 것은 행운이다.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이기 때문에 대부분 천연기념물(제138호 - 안면도의 모감주나무 군락, 제371호 -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모감주나무 군락)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꽃이 지면 곧 세모꼴의 초롱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가을엔 단풍이 붉은빛으로 화려하게 물들 것이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목 무환자나무과 모감주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모감주나무를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모감주나무의 학명은 코엘레우테리아 파니쿨라타 락스만(Koelreuteria paniculata Laxmann)이다. 속명 '코엘레우테리아(Koelreuteria)'는 독일의 식물육종학 선구자 요제프 고틀리브 쾰로이터(Joseph G. Kölreuter, 1733~1806)의 성 '쾰로이터(Kölreuter)'에 접미사 '-이아(-ia)'가 붙어서 된 근대 라틴어다. 종소명 '파니쿨라타(paniculata)'는 '다발(tuft)' 또는 '팽대(膨大, swelling)'를 뜻하는 라틴어 '파니쿨라(pānicula)'에 '-아투스(-ātus)가 붙어서 된 라틴어 형용사 '파니클라투스(paniculatus)'의 여성형이다. '락스만(Laxmann)'은 핀란드-스웨덴의 성직자이자 탐험가, 자연과학자 에릭 구스타보비치 락스만(Erik Gustavovich Laxmann, 1737~1796)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모감주나무의 영어명은 골든레인 트리(Goldenrain tree)이다. 초여름에 작고 노란 꽃이 질 때 꽃잎이 금비(Goldenrain)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후쿠오카시식물원(福岡市植物園), 국표 등재 일본명은 모쿠겐지(モクゲンジ, 木槵子, 木患子, 木欒子)이다. 일본에서 모감주나무의 꽃말은 '신세츠(親切, 친절), 죠부(丈夫, 강건함)'이다.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에 등재된 모감주나무의 중국명은 롼슈(栾树), 이명에는 덩롱슈(灯笼树), 우예즈슈(乌叶子树), 헤이예슈(黑叶树), 진위슈(金雨树) 등이 있다. 꽃이 핀 후 꽈리처럼 생긴 캡슐이 줄지어 열리는데, 원추형 캡슐이 중국 등롱(燈籠) 같아서 덩롱슈(灯笼树), 모감주나무 잎은 녹색이지만 흰 천과 함께 삶으면 검게 물들어 우예즈슈(乌叶子树), 헤이예슈(黑叶树)라고 한다. 진위슈(金雨树)는 골든레인 트리(Goldenrain tree)와 그 이름 유래가 같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롼(栾), 이명에는 롼슈(栾树), 무롼(木栾), 롼화(栾华) 등이 있다.
모감주나무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와 중국이다. 일본에서는 귀화식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된다. 한국에서는 황해도와 강원도 이남에 자생한다. 중국에서는 북부와 중부 대부분의 성에서 생산된다. 북동쪽은 랴오닝(辽宁)부터 중부를 거쳐 남서쪽의 윈난(云南)까지 분포한다. 화중(华中)과 화동(华东)이 더 흔하다. 주요 번식지는 쟝쑤(江苏), 저쟝(浙江), 쟝시(江西), 안후이(安徽), 허난(河南)이다. 일본에서는 동해 연안 지방의 절에서 흔히 재배한다.
모감주나무는 키가 8~15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달걀형의 긴 타원형이며 뒷면 잎맥을 따라 털이 있다.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하고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6월 말~7월 중순 원뿔모양꽃차례로 가지 끝에 달린다. 꽃에는 짧은 털이 퍼져 있다. 꽃색은 황금색이지만 중심부는 붉은색이다. 꽃받침은 거의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4개가 모두 위를 향하여 한쪽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뒤로 젖혀진 아랫부분에 붉은색 부속체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꽈리 같은데, 3개로 갈라지며, 종자는 3개가 들어 있다. 종자는 둥글며 검은색으로 윤채가 있고, 9월 초~10월 초에 성숙한다.
모감주나무는 한여름에 노란 꽃, 독특한 열매 모양, 가을 루비빛 단풍으로 인해 세계적인 조경수로 자리잡았다. 중부 유럽의 도시 공원에는 모감주나무가 많이 식재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에 도시 조경수종으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감주나무의 종자를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한다.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자로 염주를 만든다. 종자를 얻기 위해 사찰 주변에 모감주나무를 많이 심는다. 또, 종자를 비누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꽃과 잎은 염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모감주나무 꽃(花)을 말린 것을 본초명 난화(欒花)라고 한다. 국생정에는 난화에 대해 '목통유루(目痛流淚), 안적(眼赤), 간염, 종통(腫痛), 요도염, 소화불량, 장염, 이질 등을 치료한다. 황련(黃連)과 같이 달여서 눈의 적란(赤爛)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난화를 거의 쓰지 않는다.
바이두백과에는 모감주나무의 잎과 꽃에 대해 '간을 시원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 눈이 빨갛게 붓고 아프며 눈물이 많이 흐르는 증상을 주치한다(清肝明目. 主目赤肿痛, 多泪)', 본경(本经)을 인용하여 '눈이 아프고 눈물이 흐르는 증상을 주치한다. 눈이 붓는 증상을 없앤다(主目痛泪出, 消目肿.)', 당본초(唐本草)를 인용하여 '황련과 함께 달여서 눈이 벌겋고 허는 것을 치료한다.(合黄连作煎, 疗目赤烂)'고 나와 있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국표 등재 모감주나무의 유사종은 없다. 국표 등재 모감주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대만모감주나무(タイワンモクゲンジ, 台湾木槵子·木患子·木欒子, タイワンセンダンボダイジュ, 台湾栴檀菩提樹, 台湾栾, 台湾栾树), 중국모감주나무(Chinese rain tree, Chinese golden rain tree, おおもくげんじ, 大木槵子, フクワバモクゲンジ, マルバモクゲンジ, 丸葉/円葉木槵子·木患子·木欒子, シナモクゲンジ, 支那木槵子·木患子·木欒子, 複羽葉欒樹, 全緣葉欒樹, 黃山欒樹), 황산모감주나무(オオモクゲンジ, フクロミモクゲンジ, 全縁葉欒樹、黄山欒樹), 엘레간스모감주나무(Flamegold, Taiwanese rain tree, タイワンモクゲンジ, 台湾木槵子·木患子·木欒子, タイワンセンダンボダイジュ, 台湾栴檀菩提樹, 台湾栾, 台湾栾树), 모감주나무 '셉템버'(Varnish tree, Pride of india, Folden rain tree), 모감주나무 '파스티기아타'(Columnar Golden Rain Tree, Varnish tree, Pride of india, Folden rain tree) 등 6종이 있다.
대만모감주나무(Koelreuteria formosana Hayata)는 'Plants of the World Online'에는 Koelreuteria elegans subsp. formosana의 유사종, 'The World Flora Online'에는 Koelreuteria elegans subsp. formosana (Hayata) F.G.Mey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kinomemocho.com'에는 엘레간스모감주나무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표에는 학명과 국명만 등재되어 있을 뿐이고, 국생정에는 학명도 국명도 아예 등재되어 있지도 않다. 대만모감주나무는 엘레간스모감주나무와 동일종으로 보아도 될 듯하다.
중국모감주나무(Koelreuteria bipinnata Franch.)의 원산지는 중국 윈난이다. 키는 20m, 가슴높이 직경은 40~60cm까지 자란다. 잎은 2회 우상복엽(羽狀複葉), 소엽은 9~17장이며,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있다. 꽃은 9월에 핀다. 삭과는 익으면 적갈색이 된다. 황산모감주나무[Koelreuteria bipinnata var. integrifolia (Merr.) T.C.Chen]는 중국모감주나무의 변종이다. 키는 17~20m에 이른다. 잎은 2회 우상복엽, 우편 2~4쌍, 우편마다 소엽이 5~9개 있다. 때로 꼭대기 부근 한쪽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kinomemocho.com)
엘레간스모감주나무[Koelreuteria elegans (Seem.) A.C.Sm.]의 원산지는 타이완, 피지다. 오키나와에서는 가로수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키는 보통 15~17m이지만, 그 이상도 자랄 수 있다. 잎은 2회 우상복엽으로 소엽은 5~13개, 가장자리에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톱니가 있다. 꽃은 9월 상순~중순에 핀다. 열매는 삭과이다. 성숙한 삭과는 적갈색을 띤다.(kinomemocho.com)
모감주나무 '셉템버'(Koelreuteria paniculata 'September')의 키는 7~17m이다. 넓게 퍼진 가지들은 아래로 구부러진다. 잎은 우상엽 또는 우상복엽이고, 소엽은 7~15개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핀다. 모감주나무 '파스티기아타'(Koelreuteria paniculata 'Fastigiata')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가지가 옆으로 뻗지 않고 좁게 기둥 모양으로 자란다. 키는 최대 10m까지 자란다. 꽃은 7~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열매는 분홍빛을 띤 붉은색이다.
2020. 8. 13. 林 山. 2023.4.11. 최종 수정
#모감주나무 #염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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