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을 오르기로 했다. 보덕암(寶德庵)에서 가파른 월악산 서북능선을 타고 하봉(下峯)에 올랐다. 하봉을 넘어 중봉(中峰)을 오르려고 할 때 목제 계단 밑 바위틈에 일월비비추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일월비비추는 백합목 백합과 비비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영어명은 일월 호스터(Ilwol hosta)이다. 학명은 Hosta capitata (Koidz.) Nakai이다. 일월비비추는 한국의 전국 각지에서 자생한다. 일월비비추를 산지보, 방울비비추,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 한국 특산식물에 'Nakai(中井)'라는 일본인 이름이 붙은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언짢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 나카이가 조선땅을 누비면서 발견한 토종 식물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일월비비추는 꽃대가 50~60cm까지 자란다. 잎은 넓은 달걀모양이고 심장저 또는 절저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이고, 엽병은 길며 밑부분에 자주색 점이 있다. 7~9월 잎 중앙에서 길이 50~60cm의 꽃대가 자라 그 끝에 자주색 꽃이 달린다. 포는 타원형이며 자줏빛이 돌고 예두이다. 꽃차례는 옆을 향해 배게 달리고 꽃과 꽃 사이의 간격이 좁아 두상으로 달린 것 같다. 수술은 6개로서 꽃부리와 길이가 비슷하며, 수술대는 위로 굽고 털이 없다. 암술머리는 둥글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털이 없고, 포배개열(胞背開裂)되며 10월에 익는다. 종자는 편평하고 긴 타원형이며 흑색의 날개가 있다.
일월비비추는 비비추에 비해 잎이 약간 둥근모양이며 꽃이 주먹처럼 뭉쳐서 핀다. 태백산 금대봉(金臺峰, 1,418m)에서 식물원협회 이영주 부회장이 꽃이 희게 피는 흰일월비비추(H. capitata for. albiflora Y.Lee for. nov.)를 발견하였다. 이후 흰일월비비추의 대량증식에 성공하였다. 학명의 'Y.Lee'는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다.
일월비비추는 지하부의 뿌리가 대단히 강건하여 토양을 고정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절개사면의 녹화용으로 적합하며, 낙엽성 교목류의 하부나 척박지 녹화용으로 심어도 좋다. 잎과 줄기는 나물로 생식할 수 있는 좋은 식용식물이다.
일월비비추 등 비비추속 식물의 꽃을 말린 것을 자옥잠(紫玉簪), 잎 말린 것을 자옥잠엽(紫玉簪葉), 뿌리 및 근경 말린 것을 자옥잠근(紫玉簪根)이라고 한다. 자옥잠은 민간에서 부녀의 허약함과 대하, 유정, 토혈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 자옥잠엽은 대하 치료에 이용한다. 자옥잠근은 치통, 위통, 인후통, 부인병 등에 사용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