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이면 한국의 산 어디를 가든지 노오란 물레나물 꽃을 만날 수 있다. 물레나물은 꽃 모양이 물레나 바람개비를 닮아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꽃이 아름답고 예뻐서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다.
2006년 7월 23일 지리산(智異山) 성제봉(聖帝峰, 1,115m)에서 물레나물을 만난 6년 뒤인 2012년 8월 19일 옌볜 조선족 자치주(延辺朝鮮族自治州) 허룽(和龍)의 지관촌 백두산(白頭山, 2,750m) 기슭에서 다시 물레나물을 만났을 때는 감격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한반도 남쪽 지리산에서 자라는 물레나물이 백두산에서도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물레나물은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잎이 바람개비처럼 휘어져 있는 모습이 실을 잣는 물레와 닮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꽃말은 '님 향한 일편단심, 추억'이다.
물레나물의 학명은 히페리쿰 아스키론 린네.(Hypericum ascyron L.)이다. 속명 '히페리쿰(Hypericum)'은 고대 그리스어 '휘페리콘(ὑπερικόν, huperikón)'에서 유래한 라틴어 이름이다. 'Hypericum'의 영어식 발음은 '하이페리컴'이고, 라틴어 발음은 '휘페리쿰'이다. 고대 그리스어 '휘페르콘(ὑπερικόν, huperikón)'은 '위에(over)'란 뜻을 가진 '휘페르(ὑπέρ, hupér)와 '히스, 에리카(heath)'의 뜻을 가진 '에레이케(ἐρείκη ereíkē)'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윅셔너리(Wiktionary)에 '히페리쿰'은 '세인트 존스 워트(성요한초, 고추나물)의 일종인 히페리쿰속의 많은 꽃식물 중 하나(Any of many flowering plants of the genus Hypericum, the St John's worts.)'라고 정의되어 있다.
종소명 '아스키론(ascyron)'은 '성요한초(A plant, the St John's wort)'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아스쿠론(áskuron)'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물레나물의 영어명은 그레이트 세인트 존스워트(Great St. Johnswort)이다. 일본명은 도모에소우(トモエソウ, 巴草)이다. 꽃 모양이 가문(家紋) 디자인 등에 쓰이는 '파(巴)'형이 되기 때문에 도모에소우(巴草)라는 이름 붙여졌다. 중국명은 황하이탕(黄海棠), 이명에는 뉴신차이(牛心菜), 샨라쟈오(山辣椒), 따예진스타오(大叶金丝桃), 창주진스타오(长柱金丝桃) 등이 있다.
물레나물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베트남, 북아메리카의 캐나다와 미국 등지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지에 자란다.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분포한다. 중국은 신쟝(新疆)과 칭하이(青海)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난다.
물레나물은 근경이 있고, 근경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50~100c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네모지며 윗부분이 녹색이고, 밑부분은 목질화 된 연한 갈색이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엽병이 없이 원줄기를 마주 싸고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며 투명한 점이 있다.
꽃은 6~9월에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큰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달걀모양이며, 맥이 많다. 꽃잎은 낫같이 굽은 넓은 달걀모양이다. 꽃잎이 스크류나 바람개비를 닮았다 해서 물레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수술은 다체이고 암술대는 길이 6~8mm이며, 윗부분에서 암술머리와 더불어 5가닥이 난다. 열매는 삭과로 달걀모양이다. 종자에는 작은 그물맥이 있고 한쪽에 능선이 있다.
물레나물은 고추나물(H. erectum Thunb.)과 사촌간으로 어린 순과 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쓴맛이 없으므로 살짝 데쳐서 찬물에 한 번 정도 헹구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 양념에 무쳐서 먹는다. 노란색 꽃은 관상가치가 높아 정원이나 공원에 심어도 좋다.
물레나물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홍한련(紅旱蓮) 또는 금사호접(金絲蝴蝶), 대연교(大蓮翹)라고 하며 약으로 쓴다. 8~9월 과실의 성숙기에 채취하여 끓는 물에 담갔다가 건져 햇볕에 말린다. 홍한련은 지혈소종(止血消腫)과 평간(平肝), 해독의 효능이 있어 두통, 고혈압, 임파선염, 토혈, 월경과다, 간염 등을 치료한다. 종기와 악창, 타박상에 물레나물을 짓찧어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연주창, 부스럼, 외상, 출혈, 기생충 등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중문판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황하이탕(黄海棠)에 대해 '전초를 약에 쓴다. 주로 토혈, 자궁 출혈, 외상 출혈, 종기, 류마티스, 이질 및 월경불순을 치료한다. 종자는 술에 담가 복용하면 위장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해독 및 고름을 배출할 수 있다. 전체 풀도 로스팅의 원료이며, 또한 민간에서 잎을 차 대용으로 마실 수 있다. 관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꽃이 비교적 크고, 꽃 색깔이 선명하며, 개화기가 비교적 길어 우수한 숙근화이다.(全草药用, 主治吐血, 子宫出血, 外伤出血, 疮疖痈肿, 风湿, 痢疾以及月经不调等症. 种子泡酒服, 可治胃病, 并可解毒和排脓. 全草也是烤胶原料, 此外民间有用叶作茶叶代用品饮用, 也可供观赏. 花朵较大, 花色鲜艳, 花期较长, 为优良的宿根花卉.)'라고 나와 있다.
최근에는 물레나물에 들어 있는 히페리신(hypericin) 성분을 이용하여 살충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물레나물 추출물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정유, 사포닌(saponin), 쿠마린(courmarin) 등은 우울증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홍한련을 거의 쓰지 않는다.
물레나물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고추나물(Erect St. Johnswort, オトギリソウ), 다북고추나물(Tuft St. Johnswort, フジオトギリ), 애기고추나물(Tiny St. Johnswort, ヒメオトギリ), 애기물레나물(Gebleri St. Johnswort), 정족산고추나물(Jeongjocksan St. Johnswort ), 제주고추나물(Jeju St. Johnswort), 좀고추나물(Loose St. Johnswort, コケオトギリ), 진주고추나물(Few-flower St. Johnswort, アゼオトギリ), 채고추나물(Attenuate St. Johnswort, シナオトギリソウ) 등이 있다. 물레나물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가는고추나물, 갈퀴망종화, 눈고추나물, 망종화, 서양고추나물등 24종이 있다.
고추나물(Hypericum erectum Thunb.)은 키가 20~6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둥글고 곧게 서며,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7~8월 원뿔 모양 비슷한 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이 진 후 붉은색으로 익어가는 열매가 작은 고추 같다. 다북고추나물(Hypericum erectum Thunb. var. caespitosum Makino)은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희귀 및 멸종 식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고추나물에 비해 키가 작고, 밑부분에서 줄기가 모여나기한다. 꽃은 7~8월 원뿔 모양 비슷한 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애기고추나물(Hypericum japonicum Thunb.)은 키가 15~50cm이고, 줄기에 4개의 능선이 있으며,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애기물레나물[Hypericum ascyron L. subsp. gebleri (Ledeb.) N.Robson]은 강원, 평북, 함경남북,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30~60cm이다.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꽃은 7월에 노란색 꽃이 취산화서(聚繖花序)로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정족산고추나물(Hypericum jeongjocksanense S.J.Park & K.J.Kim)은 국표에 등재만 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등재되어 있지도 않다.
제주고추나물(Hypericum chejuense S.J.Park & K.J.Kim)은 제주도 서귀포에서 발견되어 2005년 ㄱ구명 없이 신종으로 발표된 국내 특산종이다. 키는 10~20cm이다. 줄기 아랫부분은 목질부로 나무에 가깝다. 잎은 마주나며, 좁은 삼각상 달걀형 또는 긴 타원형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검은색 기름샘이 많다. 8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 좀고추나물[Hypericum laxum (Blume) Koidz.]은 애기고추나물과 비슷하지만 포가 난상 타원형인 것이 다르다. 키는 5~30cm이고, 줄기에 4개의 능선이 있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것도 있다. 꽃은 7~8월에 2개로 갈라지는 취산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진주고추나물(Hypericum oliganthum Franch. & Sav.)은 경기도와 일본에 분포한다. 키는 20~60cm이다. 원줄기는 원주형이며, 밑부분이 옆으로 자라다가 비스듬히 서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밑부분에 월동하는 짧은 원줄기가 생기는 것이 특색이다. 꽃은 7~9월 원줄기와 가지 끝의 취산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포가 잎 같다. 채고추나물(Hypericum attenuatum Fisch. ex Choisy)은 키가 30~80cm이고 원줄기는 원주형이다. 잎 사이에 희미한 종선과 더불어 흑색 점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다소 뒤로 말린다. 꽃은 7~8월에 줄기 끝이나 가지 끝의 취산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2020. 9. 10. 林 山. 2023.1.13.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