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8일 아침 언제나처럼 출근하느라 걸어서 연수동 연원시장을 지나가는데, 생맥주집 앞에 놓인 화분에 진분홍색의 예쁜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 모양을 보니 십중팔구 귀화식물 원예종이었다. 전에는 사실 귀화식물이나 원예종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귀화식물이나 원예종 식물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찾아보니 제라늄(geranium)이었다.
제라늄은 쥐손이풀목 쥐손이풀과 제라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펠라르고늄 인퀴난스 에이통(Pelargonium inquinans Aiton)이다. 중국어명은 티엔주쿠이(天竺葵), 샹예(香葉), 양슈치우(洋绣球)이다. 일어명은 덴지쿠아오이(てんじくあおい, 天竺葵)이다. 제라늄을 천축규(天竺葵), 향엽(香葉), 양아욱이라고도 한다.
제라늄의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이다. 원산지에서는 다소 건조한 풀밭이나 바위 지대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귀화식물이며, 전국의 정원이나 화분에 많이 심는다. 한국에는 여름제라늄을 비롯한 몇 종이 1909~1925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라늄의 키는 30~50cm까지 자란다. 줄기 아래는 나무질이며, 위쪽은 초질(草質)이다. 잎은 엽병이 길며 심장상 원형이고 극히 얕은 결각과 더불어 둔한 톱니가 있다. 여름철에 잎보다 긴 화경이 자라서 끝에 꽃자루가 있는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꽃봉오리는 밑으로 처졌다가 위를 향해 피고 꽃의 빛깔은 품종에 따라 주황색, 분홍색, 붉은색, 보라색, 흰색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재배종은 잡종이며, 겹꽃종과 혼합색인 것뿐만 아니라 꽃잎이 주름진 것도 있다. 꽃받침은 5개로 깊이 갈라지며 꽃잎도 5개이다. 수술은 10개이며, 씨방은 1개로서 5실이다.
제라늄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름제라늄 또는 마사워싱턴(P. ×domesticum)은 펠라르고늄 쿠쿨라툼(P. cucullatum), 펠라르고늄 앙굴로숨(P. angulosum), 펠라르고늄 그란디플로룸(P. grandiflorum) 등을 교배한 것으로 팬지꽃 같은 큰 꽃이 몇 송이씩 피거나 무리지어 핀다. 관엽제라늄(P.×hortorum)은 펠라르고늄 인귀난스(P. inguinans)와 제라늄(P. zonale)을 교배시킨 혼합 잡종으로 정원과 화분에 흔히 재배하고 있다.
펠라르고늄 펠타툼(P. peltatum)은 바구니에 심어 걸어두는 벽걸이용인데, 따뜻한 지역에서는 지피식물로도 쓴다. 펠라르고늄 아브로타니폴리움(P. abrotanifolium), 펠라르고늄 카피타툼(P. capitatum), 펠라르고늄 키트로숨(P. citrosum), 펠라르고늄 크리스품(P. crispum), 펠라르고늄 그라베올렌스(P. graveolens), 펠라르고늄 오도라티시뭄(P. odoratissimum) 등 몇몇 종에서는 향기가 난다. 잎을 문지르거나 으깨면 박하향이나 과일향, 꽃향, 스파이스향 등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 향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라늄은 펠라르고늄속(Pelargonium)의 식물이지만, 이전에 쥐손이풀속(Geranium)으로 분류되었던 것에서 일반명으로 관습화되었다. 1732년 독일 학자 조한 자콥 딜레니우스(Johann Jacob Dillenius)는 아프리카산 쥐손이풀속 식물 중에서 비대칭적인 꽃을 가지는 분류군을 Pelargonium으로 제안하였다. 1738년 네덜란드 식물학자 요하네스 버만(Johannes Burman)은 딜레니우스의 분류군에 대한 종소명으로 Pelargonium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학명의 공표 기준이 되는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의 'Species Plantarum'(植物種志, 1753)에서 아프리카산 Pelagonium은 속 수준에서 따로 분류하지 않고 Geranium으로 취급되었다. 이후 샤를 루이 르에리쩨 드 브루텔(Charles Louis L'Héritier de Brutelle)은'Geraniologia'(1787~1788)에서 Geranium을 Pelargonium, 에로듐(Erodium), Geranium으로 분류하였다. 이후 Pelargonium은 독립된 속으로 인정되었다. 제라늄은 무늬제라늄[P. zonale (L.) L'Hér.]과 함께 18세기에 유럽으로 도입되어 가장 많은 원예품종으로 개량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주(Cape Prov.)에 야생종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Miller, 2002) 제라늄의 유사종 무늬제라늄에는 잎에 무늬가 있다.
제라늄은 꽃이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화분에 많이 심는다. 펠라르고늄속에 속하는 몇몇 아프리카산 종에서는 향수를 만드는 데 쓰는 정유를 추출한다. 펠라고늄 기름 또는 로즈제라늄 기름이라고도 하는 제라늄 기름은 무색에서 연한 노란색 또는 녹색을 띠며 장미향이 난다. 주로 향수, 비누, 연고제, 가루치약, 가루약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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