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쇠무릎(우슬)

林 山 2020. 10. 16. 17:03

식물에 대해 조예가 좀 있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의외로 아주 좋은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쇠무릎도 그중 한 가지다. 쇠무릎은 줄기마디가 소의 무릎 관절을 닮았다고 하여 본초명 우슬(牛膝)이라고 한다. 우슬은 쇠무릎의 뿌리를 말린 것인데, 효능이 좋아서 한의사들이 상당히 많이 처방하는 한약재 중 하나이다. 

 

쇠무릎은 도시에서도 흔하게 발견되는 식물이다. 쇠무릎의 생명력은 어찌나 왕성한지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의 갈라진 틈을 뚫고 올라오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어디서나 잘 자라는 쇠무릎의 끈질긴 생명력을 빌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요즘 도시에서 자라는 쇠무릎은 잡초로 전락하여 천대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쇠무릎의 꽃은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또, 열매는 달라붙는 힘이 강해 사람들의 옷이나 짐승들의 털에 잘 달라붙어 성가시게 한다. 그러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도시 환경미화 잡초제거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쇠무릎(충주시 연수동, 2020. 8. 5)

쇠무릎은 중심자목 비름과 쇠무릎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Achyranthes japonica (Miq.) Nakai이다. 영어명은 오리엔틀 챕 플라워(Oriental chaff flower), 중국어명은 니우시(牛膝) 또는 샨시엔차이(山苋菜)이다. 일어명은 이노코주치(いのこずち, 牛膝)이다.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쇠무릎이 다 같은 모습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쇠무릎에는 산현채(山見菜), 쇠무릎지기, 은실, 백배(百倍), 마청초, 우석(牛夕), 접골초(接骨草) 등의 이명이 있다.  

 

쇠무릎은 아시아 나라들 가운데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하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처의 산야에서 자란다. 쇠무릎은 구기자와 함께 특히 전라남도 진도산이 유명하다. 

 

쇠무릎의 뿌리는 굵고 길다. 줄기는 높이 50~100c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네모지고 곧게 자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마디가 높아서 무릎 관절처럼 보이므로 쇠무릎이라고 한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긴 타원형, 타원형 또는 거꿀달걀모양이다. 양끝이 좁으며 털이 약간 있고 엽병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에서 녹색의 이삭꽃차례가 자란다. 꽃은 양성이다. 꽃이 밑에서부터 피어 올라가는데, 꽃이 진 다음 밑으로 굽어서 꽃대축에 붙는다. 포(苞)는 송곳형이다. 꽃 밑에 달린 3개의 작은포 중에서 2개는 밑에 난상의 돌기가 2개씩 있다. 꽃받침 열편은 5개가 서로 다르고, 바깥쪽의 것은 끝이 매우 뾰족하다. 수술은 5개이고 수술대 밑이 합쳐지며, 그 중앙에 1개씩의 꽃밥이 없는 수술이 있다. 암술과 암술대는 각각 1개이며, 씨방은 타원형이다. 과실은 낭과로서 긴타원모양이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다. 암술대가 남아 있으며 종자가 1개 있다. 열매는 쉽게 떨어져서 옷같은 데 잘 붙는다.

 

쇠무릎(충주시 연수동, 2020. 8. 5)

쇠무릎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봄에서 여름까지 연한 순을 생으로 먹어도 되고, 데쳐서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이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충주에서는 쇠무릎 나물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여름에 잎을 따서 말려 차를 달여 마신다. 뿌리는 차로 마시거나 술로 담가 먹는다. 쇠무릎은 염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쇠무릎의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염액을 얻는다. 반복적인 염색으로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진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는 쇠무릎[Achyranthes japonica (Miq.) Nakai]의 뿌리를 본초명 우슬, 줄기와 잎을 우슬경엽(牛膝莖葉)이라고 한다. 줄기와 잎이 마른 다음에 캐 수염뿌리, 흙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려 유황으로 여러 번 훈(燻)하여 끝을 끊어내고 고르게 간추려서 다시 말린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회우슬(懷牛膝, 학명 Achyranthes bidentata Blume), 마우슬(麻牛膝, Cyathula capitata (Wall) Moq.], 천우슬(川牛膝, Cyathula officinales KUAN)의 뿌리를 우슬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Achyranthes japonica (Miq.) Nakai를 우슬로 쓰고 있다.  

 

우슬은 본초학에서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으로 분류된다. 우슬을 생용(生用)하면 산어혈(散瘀血), 소옹종(消癰疽)의 효능이 있어 임병뇨혈(淋病尿血), 경폐(經閉), 징가(癥瘕), 난산(難産), 포의불하(胞衣不下), 산후혈어복통(産後血瘀腹痛), 후비(喉痺), 옹종(癰腫), 질타손상(跌打損傷) 등을 치료한다. 숙용(熟用)하면 보간신(補肝腎), 강근골(强筋骨)의 효능이 있어 요슬골통(腰膝骨痛), 사지구련(四肢拘攣, 수족경련), 위비(萎痺, 운동마비)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또는 술에 담가 복용한다. 달인 즙을 졸여서 고제(膏劑)로 하여 사용한다. 또 환산제(丸散劑)로도 쓴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붙인다.

 

활혈거어해서 통리관절(通利關節)할 때는 천우슬을 생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보익간신(補益肝腎), 강장근골(强壯筋骨)을 목적으로 할 때는 회우슬을 닦아서 쓰는 것이 치료 효과가 좋다. 우슬과 마우슬은 거풍이습(祛風利濕). 활혈통경(活血通經)의 효능이 있어 풍습으로 인한 요슬동통(腰膝疼痛), 각위근련(脚痿筋挛), 혈림(血淋), 뇨혈(尿血), 부녀경폐(婦女經閉), 징가(癥瘕) 등을 치료한다. 

 

우슬경엽은 7~8월에 채취한다.우슬경엽은 한습위비, 요슬동통(腰膝疼痛), 만성 말라리아, 임병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또는 짓찧어서 즙을 내거나 술에 담가 복용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효능이 우슬과 같으므로 봄과 여름에는 우슬경엽을 쓰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우슬이 없을 때 우슬경엽을 대용으로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용이다. 

 

쇠무릎(충주시 연수동, 2020. 8. 20)

 

우슬은 한의사들이 상용하는 한약재다. 우슬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약 처방에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우슬탕(牛膝湯)이 있다. 또, 고혈압으로 인한 두통, 현기증을 치료하는 평간강압탕(平肝降壓湯)에서도 주약은 우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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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탕액편 : 풀>편에는 우슬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쓰며[苦] 시고[酸] 독이 없다. 주로 한습으로 위증(쌇證)과 비증(痺證)이 생겨 무릎이 아파서 굽혔다 폈다 하지 못하는 것과 남자의 음소(陰消, 음증인 소갈)증과 늙은이가 오줌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 등을 치료한다. 골수를 보충하고 음기(陰氣)를 잘 통하게 하며 머리털이 희지 않게 하고 음위증(陰쌇證)과 허리와 등뼈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유산시키고 월경을 통하게 한다. ○ 어느 곳에나 다 있는데 학의 무릎[鶴膝] 같은 마디가 있으며 또는 소의 무릎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우슬(牛膝)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일명 백배(百倍)라고도 하는데 길고 크며 연하고 윤기있는 것이 좋다. 음력 2월, 8월, 10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본초]. ○ 12경맥을 도와주며 피를 잘 돌게 하고 피를 생기게 하는 약[生血之劑]이다. 모든 약 기운을 이끌어 허리와 넓적다리로 내려가게 한다. 술로 씻어서 쓴다[입문].'고 기재되어 있다.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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