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무릇

林 山 2020. 10. 15. 11:33

무릇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무릇은 내가 살던 충주시 산척면에서는 물곳이라고 했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큰집에서 무릇으로 만든 음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무릇을 양식이 부족해서 구황 음식으로 먹곤 했다. 음식 형태는 감자 푸딩 비스무리했는데 맛은 아릿하면서 감자맛도 나고, 토란맛도 나는 듯했다. 맛에 대한 기억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하여간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이후 다시는 무릇 푸딩을 먹지 않았다. 요즘은 무릇 푸딩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무릇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식물이라 만나면 늘 반갑다. 

 

무릇(계명산, 2006. 3. 26)

무릇은 백합목 백합과 무릇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Scilla scilloides (Lindl.) Druce이다. 영어명은 차이니즈 스퀼러(Chinese squilla), 중국어명은 미엔자오얼(绵枣儿), 일어명은 츠루보(蔓穂, ツルボ)이다. 무릇을 지방에 따라 물곳, 물구, 물굿, 물구지라고도 부른다. 야자고(野茨菰), 전도초(剪刀草), 흥거(興渠)라는 중국 유래 이명도 있다.  

 

무릇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오키나와, 대만, 중국 만주, 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 산야의 반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관상식물로 심기도 한다.

 

무릇(대야산, 2006. 8. 6)

무릇의 뿌리는 비늘줄기다. 비늘줄기는 난상 구형이며, 외피는 흑갈색이다. 비늘줄기에서 수염뿌리가 내린다. 비늘줄기에서 나온 꽃대는 20~50cm까지 자란다. 잎은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2개씩 나온다. 약간 두꺼우며 표면은 수채처럼 파지고 끝이 뾰족하며 털이 없다. 여러 잎이 근생한다.

 

꽃은 7~9월에 연보라색으로 피고, 꽃대 끝에 총상꽃차례가 달린다. 포는 좁은 피침형이다. 화피열편(花被裂片)은 6개이고 거꿀피침모양이다. 수술은 6개이다. 수술대는 가늘지만 밑부분이 넓으며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암술은 1개이다. 씨방은 타원형으로서 잔털이 3줄로 돋는다. 열매는 삭과다. 삭과는 도란상 구형이고 종자는 넓은 피침형이다.

 

무릇의 유사종에는 흰무릇(Scilla scilloides f. albiflora Y.N.Lee)이 있다. 흰무릇은 꽃의 색이 흰색이며, 수원 근처에서 자란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화단이나 화분에 기르기도 한다.

 

무릇 꽃(출처 페이스북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무릇의 어린잎은 끓는 물에 데쳐서 아린 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이용한다. 봄에 어린잎을 데쳐서 우려내고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는다. 새싹은 삶아 나물로 먹는다. 비늘줄기는 조려서 먹거나 데쳐서 조림을 한다. 비늘줄기는 예로부터 둥굴레, 참쑥과 함께 고아서 간식용으로 물엿처럼 먹었다. 무릇의 비늘줄기로 만든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있지만, 어린잎을 나물로 먹어본 적은 없다. 고향에서도 무릇의 싹을 나물로 먹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 했다. 

 

무릇의 비늘줄기 또는 전초(全草)를 본초명 면조아(綿棗兒)라 하며 약용한다. 꽃이 필 무렵 채취하여 날것으로 쓰거나 햇볕에 말린다. 무릇에는 유독성 글루코사이드가 들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면조아는 활혈해독(活血解毒), 소종지통(消腫止痛)의 효능이 있어 유옹(乳癰, 유선염), 장옹(腸癰, 장농양, 충수염), 타박상, 요퇴통(腰腿痛), 근골통(筋骨痛), 옹저(癰疽)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짓찧어서 바른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야자고(野茨菰, 무릇)에 대해 '성질은 냉(冷)하고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 석림(石淋)을 낫게 하고 옹종을 삭이며 소갈을 멎게 한다. 몸푼 뒤의 혈민(血悶, 몸푼 뒤에 정신이 혼미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과 태민(胎悶)을 낫게 한다. ○ 들과 밭에서 자라는데 곳곳에 있다. 흉년에 사람들이 그 뿌리를 캐서 삶아 먹는데 맛이 아주 좋다[속방]. ○ 전도초(무릇)의 뿌리가 즉 야자고이다[단심]. ○ 정창[疔瘡] 치료에 전도초를 쓴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정전].'라고 나와 있다.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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