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林 山>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31) 윤봉길 의사와 무궁화
[두 얼굴의 무궁화] 5. 일왕 영토의 무궁한 확장, '천양무궁'으로 피어난 무궁화(p.144). 윤봉길과 시라카와, 천양무궁과 야스쿠니 신사(p.145). 2012년 7월 5일 난징의 한 기념관에서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1869~1932) 일본 대신이 천양무궁(天壤無窮)'이라는 글자를 새긴, 포탄껍질로 만든 꽃병이 전시되었다. "중국인과 개는 입장금지"로 대표되는 일체 침략기의 뼈아픈 굴욕의 기억들로 15억 중국인들의 치를 떨게 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바로 윤봉길 의사의 1932년 4월 29일 홍커우 의거에 치명상을 입어 사망한 자이다. 지금 야스쿠니 신사에 배향되어 있는 1급 전범자이다.(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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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check(1)》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는?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1869~1932)는 누구인가?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1869~1932)는 일본 육군대장 출신으로 관동군사령관과 육군대신을 역임하고 상해파견군 사령관이었던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상하이(上海) 홍커우 공원(虹口公園)에서 폭탄을 맞고 그 이후 사망한 인물이다.
▶2012년 7월 5일 난징(南京)의 기념관?
-중국의 포털사이트(qq.com)에서 '天壤無窮', '2012 7 5', '南京'을 검색어로 하여 검색을 하였으나,『두 얼굴의 무궁화』가 말하는 天壤無窮(천양무궁)이 기록된 꽃병 모양의 포탄피를 전시한 행사는 보이지 않았다.
-15억 중국인들의 치를 떨게 한 행사였는지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리카와 요시노리가 1928년에 꽃병 모양의 포탄피에 天壤無窮(천양무궁)을 새긴 기념물을 만든 것은 사실이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가 1급 전범이고 야스쿠니 신사에 배향?
-'1급 전범'이라는 용어는 없다.
-'A급 전범'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포츠담 선언 제6항에 근거하여 연합국의 국제 군사재판으로 독일과 일본의 전쟁범죄자를 A·B·C급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처벌했는데, 이 중 A급 전범은 '국제조약을 위반하여 침략전쟁을 기획, 시작, 수행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일본인 'A급 전범'은 포츠담 선언 제6항 및 극동 국제 군사재판소 조례 제5조에 정의된 바에 따라 '도쿄재판'(1952)에서 A급 범죄 혐의로 소추된 28인을 흔히 일컫는다.
-시리카와 요시노리는 중국 침략의 선두에 선 전쟁범죄자가 맞지만 윤봉길 의사에 의해 1932년에 이미 처단되었으므로 'A급 전범'에 속할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
-시리카와 요시노리가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의 의거로 사망한 후 아오야마레이엔(あおやまれいえん, 青山霊園)에 묻혔으므로 야스쿠니진자(靖國神社)에 배향되었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무궁화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감을 증대시키기 위해 깨알같은 거짓말을 배치한 것이지만, 이 또한 시리카와 요시노리가 나쁜 놈은 맞기에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fact check(2)》 무궁화가 '天壤無窮'(천양무궁)으로 피어났다고?
▶『두 얼굴의 무궁화』가 시리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를 언급한 이유는?
-'무궁화'가 일본의 '天壤無窮'(천양무궁)에서 유래되었고, 그것이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를 뜻한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해서이다.
-무궁화는 중국명 '木槿花'(목근화)을 우리식으로 발음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이름이 먼저 정착된 것이다.
-우리말을 한문으로 적힌 책에 옮기다 보니 이두식 차자 표기로 음이 같은 여러 한자어들이 사용되었다.
-하루 피어 사라지는 순간의 화려함을 중시한 중국인들의 木槿(목근)이라는 이름과 달리 우리 선조들은 꽃이 계속 이어 피어나는 영원성을 특징으로 이해하면서 無窮花(무궁화)라는 한자어가 정착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사용하는 天壤無窮(천양무궁)과 무궁화(無窮花)라는 이름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살펴본 바와 같다.
▶전혀 다른 어원과 뜻을 가진 말을 한자어의 일부가 겹친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연결한 결과는?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의거 이틀 전에 김구 선생에게 맡긴 「자서 약력과 유촉」에 따르면 윤봉길 의사는 1919년에 고향 마을에서 청년운동을 하면서 고향마을에 빗댄 '시량동가'라는 창가를 지어 민족 단결을 고취하였다고 하였다.
-그 창가에서 윤봉길 의사는 우리나라를 '금수강산 삼천리 무궁화원'이라고 노래하였다.
-『두 얼굴의 무궁화』에 따르자면 윤봉길 의사는 天壤無窮(천양무궁)의 무궁으로 천황영토의 확장을 노래한 종일 매국노가 아닌가?
襁褓에 싸인 두 병정에게
너이도 만일 피가 잇고 뼈가 잇다면 반다시 朝鮮을 위하야 용감한 투사가 되여라. 태극에 기발을 놉피 드날니고 나의 빈 무덤 앞헤 차져와 한 잔 술을 부어노으라. 그리고 너의들은 아비 업슴을 슬퍼하지 말어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잇스니. 어머니 교육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孟軻가 잇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푸레옹이 잇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잇다. 바란건대 너의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의들은 그 사람이 되여라.
수필
피 끌는 청년제군들은 아는가. 무궁화 삼천리 우리 강산에 왜놈이 와셔 왜걸대나 피 끌는 청년 제군들은 모르는가. 돼놈 되와셔 되가는대 왜놈은 와셔 왜 안니가나. 피 끌는 청년 제군들은 잠자는가. 東天에 曙色은 점점 밝아오는대 從容한 아참이나 광풍이 일어날 듯 피 끌는 청년 제군들이 준비하셰, 군복 입고 총 메이고 칼 들며 군악나팔에 발 맛추어 행진하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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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자서 약력과 유촉』(1932.4.27.),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윤봉길 의사는 자서 이력을 말하고 마지막 유서를 적는다.
-두 아들에게 조국을 위한 투사가 되기를 부탁하고, 그리고 조국의 청년들에게 왜놈들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를 호소한다.
-그는 우리의 조국을 '무궁화 삼천리 우리 강산'이라고 노래했다.
-『두 얼굴의 무궁화』에 따르자면 이 또한 天壤無窮(천양무궁)의 무궁으로 천황영토의 확장을 노래한 종일 매국노의 행위가 아닌가?
《결론》 무지인가? 의도적 왜곡인가?
-누군가가 윤봉길 의사가 지은 창가 중에 '무궁화'가 포함된 노래가 있다고 알려 준 모양이다.
-그러자 대답이랍시고, 윤봉길을 포함한 애국지사들이 진짜로 알아 모셨다고 하더라도 윤길봉 의사를 포함한 애국자는 수험생이고 자기는 채점자로 채점한다고 취지로 말한다.
-그러니 그에게 '무지인지? 왜곡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무궁화'를 天壤無窮(천양무궁)의 일왕 영토의 무궁한 확장으로 피어난 꽃이라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윤봉길 의사든, 단채 신채호든, 만해 한용운이든『사성통해』(1517)와 『훈몽자회(1527)』를 지은 최세진이든, 『동의보감』(1613)을 저술한 허준이든, 그 누구든지 일왕영토의 무궁한 확장을 찬양한 자로 지탄받아야 한다?!
-아!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황망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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