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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 : 현대 일본의 저명(?) 시인에 대하여 - 조현래

林 山 2020. 10. 23. 14:47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효백만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당시 일간지에 화훼연구가 조동화와 식물학자 이민재가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부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애국가와 국화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국가는 작곡자가 친일파이고, 가사도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화도 무궁화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조현래-강효백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林 山>

 

<사진1> 무궁화(충남 아산)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에 대하여

 

 

[두 얼굴의 무궁화] 이렇게 일본인들은 무궁화를 찬탄한다. "해가 비치는 광명은 알고 어둠의 존재는 모르는 꽃 무궁화는 일본민족의 얼로서 피고 진다." 이렇게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 1941~)의 시집 『남랑화(男郎花)』에서 무궁화를 영탄했다. 또한 그는 “하얀 무궁화는 충의로운 사무라이가 머무는 곳(白木槿忠義の武士の館跡)"이라 하이쿠를 지어 바쳤다. 다시 그는 무궁화가 질 때에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송이째로 떨어지는 최후는 사무라이 정신의 극치라고 극찬했다.(p.106)

 

 

하이쿠(はいく, 俳句)는 일본 고유의 짧은 시 형태로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지며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인 키고(語, 계절어)와 구의 매듭을 짓는 말인 키레지()를 가진다. 특정한 달이나 계절의 자연에 대한 시인의 인상을 묘사하는 서정시의 한 장르로 분류된다.

 

일본의 하이쿠에서 木槿(목근, 무궁화)이 시어로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여름과 초가을에 꽃을 피우므로 계절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 키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하이쿠에서 木槿(목근)이 시어로 등장하는 경우 그 시는 여름과 초가을의 서정을 나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두 얼굴의 무궁화』, p.106은 하이쿠에 등장한 白木槿(백목근)이 일본 사무라이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한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이 있다고 하여 궁금해졌다.

 

게다가 주어(主語)가 "일본인들'이었다가 또 갑자기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로 바뀌어 시를 지은 주체가 혼동스러운데다 시인이 시집을 낸 것이 아니라 지어 바쳤다고 한다. 하나의 하이쿠는 일본어 원문이 있으나, 다른 둘은 일본어 원문도 없다. 또한 앞의 '일본 민족의 얼' 운운한 것은 아무리 번역이라고 하더라도 하이쿠로 보기에는 문장이 너무 길었다.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가 '그런 하이쿠를 지은 것이 정말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두 얼굴의 무궁화'에는 워낙 조작과 왜곡이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본 사이트에서 검색을 했더니 일본에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라는 시인이 있고, 그가『句集-男郎花(쿠슈 오토코에시)』(2008)라는 시집 1권을 낸 것은 맞았다. 아마존 저팬(amazon japan)에서 이 시집을 살펴보기 위해 구매하려 주문을 했더니, 일본 외의 지역에는 배송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문이 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떴다. 어? 이런 경우라면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낸 것인데 그런 시인이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이라고? 궁금증이 다시 발동하여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라는 사람의 이력을 찾았는데, 좀처럼 확인이 되지 않는게 아닌가! 그러다가『두 얼굴의 무궁화』에 1941년생으로 기록된 것이 있어 '赤羽正行'와 '1941'을 검색어로 하여 찾다가 혹시 얼굴이라도 나올까 하여 이미지 검색을 해 보았다.

 

그리고 빵 터졌다!.

 

<사진2> 야후 저팬(Yahoo Japan)에서 '赤羽正行'와 '1941'을 검색한 결과(붉은색 box 참조)

세상에 한국 포털 사이트도 아니고 일본 포털 사이트인 야후 저팬(Yahoo Japan)에서 일본 시인 '赤羽正行'와 그의 출생연도 '1941'을 검색했더니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의 얼굴이나 관련 자료는 보이지 않고, 우리의『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 얼굴부터 그 관련 자료가 전체 31개의 이미지 중에 8개나 되는 것이 아닌가!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은 개뿔,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를 현대 일본의 저명한 시인으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강효백(姜孝伯) 센세이(せんせい)만 계셨다. 일본에서는 이 분이 더 저명하신가 보다.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라는 일본에서 그다지 별로 저명하지 않은 시인이 무궁화를 여름이나 초가을의 서정을 나타내는 시어가 아니라 사무라이의 정신을 나타내는 白木槿忠義の武士の館跡이라는 하이쿠를 지었다고 한들 어떠랴. 대한민국에는 자국의 역사를 남의 나라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사람이 버젓이 대학 교수도 하는데......

 

※ 뱀발 : 야후 저팬을 검색하다가『두 얼굴의 무궁화』가 어떻게 "白木槿忠義の武士の館跡"이라는 하이쿠와 "赤羽正行"라는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이름을 찾아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두 얼굴의 무궁화』의 저자는 결코 시집『句集 男郎花(쿠슈 오토코에시)』(2008)를 읽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주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에 자의적인 첨삭과 특유의 왜곡을 위한 과장이 결합됐다고 충분히 추론되었다. 그 과정을 입증하기 위해 일본의 지인에게 부탁해서 책을 구매할까 하다가 생각을 접었다. 학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글에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