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기 전까지는 몰랐다.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지나다니는 감나무집 울타리에 구기자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2020년 9월 22일 아침 출근길에 감나무집 앞을 지나가는데, 문득 울타리에 작고 앙증맞게 보라색으로 피어난 구기자나무 꽃이 눈에 들어왔다. 구기자나무 꽃은 멀리서 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예쁘고 매력적인 꽃이다.
예로부터 구기자나무가 있는 우물의 물을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중국에서는 불로장생을 꿈꾸던 친시황(秦始皇)이 즐겨 먹었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런 설들은 구기자나무의 열매인 구기자(枸杞子)가 보음약(補陰藥), 뿌리 지골피(地骨皮)가 청허열약(淸虛熱藥)으로 많이 쓰였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구기자나무는 인간에게 이로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기자에 관한 유명한 전설이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중국 쟝시성(江西省)의 한 선비가 길을 가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17~8살 먹었음직한 앳된 소녀가 회초리로 백발 노인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게 여긴 선비는 소녀에게 사연을 물어 보았다. 소녀는 “실은 이 녀석이 내 아들인데, 약 먹기를 싫어하여 이렇게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에게 약을 먹이려고 매질을 하는 중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소녀의 나이를 물었더니 3백 95살이라고 했다. 깜짝 놀란 선비는 소녀에게 절을 하고, 그 명약을 알려 달라고 간청하자 구기자라고 일러주었다. 이후 그 선비도 구기자를 매일 꾸준히 먹고 3백 년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구기자가 그만큼 좋은 약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전설이다.
구기자나무는 통화식물목 가지과 구기자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옛날에는 구기자나무를 괴좃나무라고도 했다. 꽃말은 '희생'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과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구기자나무의 학명은 리키움 키넨세 밀러(Lycium chinense Mill.)이다. 속명 '리키움(Lycium)'은 고대 소아시아 지방인 '리키아(Lycia )'의 '가시가 있는 관목(thorn)'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리키온(lykio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종소명 '키넨세(chinense)'는 '중국의(Chinese)'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키넨시스(chinēnsis)'의 중성 주격 단수형 형용사이다. '밀러(Mill.)'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식물학자이자 정원사 필립 밀러(Philip Miller, 1691~1771)이다. 밀러는 'The Gardeners Dictionary(원예사 사전)'를 저술했다.
국생정과 국표에 등재된 구기자나무의 영어명은 차이니즈 매트리머니 바인(Chinese matrimony vine)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영어명은 차이니즈 박스쏜(Chinese boxthorn), 차이니즈 디저트-쏜(Chinese desert-thorn)이다. 국표와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일본명은 쿠코(くこ, 枸杞)이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와 위키백과(维基百科),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중국명은 꺼우치(枸杞), 열매는 꺼우치즈(枸杞子)이다. 꺼우(枸, 枸橘, 탱자)처럼 가시가 있고, 치(杞, 냇버들)처럼 가지가 길게 늘어져 있다는 뜻이다. 열매는 꺼우치(枸杞)에 씨앗을 뜻하는 즈(子)를 붙인 것이다.
구기자나무의 원산지는 학명으로 볼 때 중국으로 추정된다. '三河の植物観察'에는 원산지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몽골, 태국으로 등재되어 있다. 인도, 네팔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구기자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한강토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상업적인 재배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 분포하는 가지과 식물 중에서 유일한 목본인 구기자나무는 키가 4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색이며 일년생가지는 황회색이고 털이 없다. 원줄기는 비스듬하게 자라면서 끝이 밑으로 처지고, 가지에 가시가 흔히 있다. 잎은 어긋나기 또는 여러 개가 모여나기하며, 중앙이 넒은 달걀형이고 첨두 또는 무딘형이며 넓거나 좁은 예형이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자루는 길이 1cm로 털이 없다.
꽃은 6월부터 10월까지 계속 피며 1~4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받침은 3~5개로 갈라지고 열편 끝이 뾰족하다. 꽃부리는 보라색이며 5갈래로 갈라진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수술대는 길고 털이 있다. 열매는 장과로 긴 타원형이다. 9월 말~10월 중순에 붉은색으로 성숙한다.
구기자나무는 정원 등에 소규모로 심거나 경계용 울타리로 이용한다. 구기자나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어린순을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갖은 양념으로 무치면 영양도 많고 맛좋은 나물이 된다. 구기자로는 차나 술을 만든다. 구기자에는 비타민 B1, B2, C, 카로틴, 니코틴산, 베타 시토스테롤, 리놀레산 등이 들어있어 건강식품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
구기자나무의 열매를 본초명 구기자(枸杞子) 또는 첨채자(甛菜子), 뿌리껍질을 지골피(地骨皮), 잎을 구기엽(枸杞葉)이라고 한다. 구기자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성숙한 것을 채취하여 음지나 햇볕에 말린다.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중 보음약으로 분류되는 구기자는 간신(肝腎)을 기르고 보익(補益)하는 자보간신(滋補肝腎), 폐의 기운을 원활히 하는 윤폐(潤肺), 정기(精氣)를 보익하고 눈을 밝게 하는 보정명목(補精明目)의 효능이 있어 간신음허(肝腎陰虛), 요슬산련(腰膝酸軟), 두운(頭暈), 목현(目眩), 목혼다질(目昏多疾), 허로해수(虛勞咳嗽), 소갈(消渴, 당뇨병), 유정(遺精) 등을 치료한다. 구기자는 지방간을 예방하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노화를 늦추는 효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기자는 중국 최초의 의학서인 '셴농뻰차오징(神農本草經)'에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매우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골피는 입춘이나 입추 후 채취하여 근피를 벗겨 햇볕에 말린 다음 감초탕에 담갔다가 말려 썰어서 쓴다. 본초학에서 청허열약(淸虛熱藥)으로 분류되는 지골피는 피를 맑게 하여 열을 내리는 양혈제증(凉血除蒸), 폐기를 맑게 하고 화기를 가라앉히는 청폐강화(淸肺降火)의 효능이 있어 음허조열(陰虛潮熱), 골증도한(骨蒸盜汗), 내열소갈(內熱消渴), 폐열(肺熱)에 의한 해천(咳喘), 각혈(咯血), 비출혈(鼻出血) 등을 치료한다. 지골피는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해열작용도 있다고 한다. 구기자와 지골피는 한의사들이 빈번하게 처방하는 중요한 한약재다.
구기엽은 구기자나무의 부드러운 줄기와 잎으로 봄과 여름에 채취한다. 구기엽은 보허(補虛), 익정(益精), 소열(消熱), 지갈(止渴), 거풍(祛風),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어 허로발열(虛勞發熱), 번갈(煩渴), 목적혼통(目赤昏痛), 야맹(夜盲), 붕루대하(崩漏帶下), 열독창종(熱毒瘡腫)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구기엽은 동맥경화와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구기엽은 제철 나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구기자에 대해 '성질은 차거나[寒] 평(平)하다. 맛은 쓰거나[苦] 또는 달며[甘], 독이 없다. 내상으로 몹시 피로하고 숨쉬기도 힘든 것을 보하며,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양기를 세게 하며 5로 7상을 낫게 한다. 정기를 보하며 얼굴빛을 젊어지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오래 살 수 있게 한다. ○ 일명 지선(地仙) 또는 선인장(仙人杖)이라고도 한다. 곳곳에 있는데 봄과 여름에는 잎을 따고 가을에는 줄기와 열매를 딴다. 오래 먹으면 다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나게 한다. ○ 어린 잎(嫩葉)으로 국이나 나물을 만들어 먹으면 아주 좋다. 빛이 희고 가시가 없는 것이 좋다. ○ 줄기는 구기(枸杞), 뿌리는 지골(地骨)이라 하는데 구기라 하면 줄기의 껍질을 써야 하고 지골이라 하면 뿌리의 껍질을 써야 한다. 그리고 구기자라 하면 그의 벌건 열매를 써야 한다. 이것은 한 식물에서 쓰는 부분이 3가지라는 뜻이다. 그 줄기껍질은 성질이 차고[寒] 뿌리 껍질은 몹시 차며[大寒] 구기자는 약간 차므로[微寒] 성질도 역시 3가지이다. ○ 섬서(陝西) 지방의 구기자는 앵두(櫻桃) 같으면서 씨가 아주 적어 맛이 매우 좋다[본초].'고 나와 있다. 또 '동의보감' <정문(精門)>에 구기자는 숙지황, 산수유, 복분자, 구기자, 석화 등과 더불어 신장(腎臟)을 보하는 작용이 주된 효능이라고 했다.
국표에는 구기자나무속 식물은 재배식물 구기자나무 단 1종만 등재되어 있다.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구기자나무속 식물의 주요 종과 원예 품종은 구기자나무를 비롯해서 영하구기자(寧夏枸杞, 長葉枸杞, Goji Berry), 황과구기자(黄果枸杞), 북방구기자(北方枸杞), 흑과구기자(黑果枸杞, 黒枸杞, Black Goji Berry, Russian box thorn), 후엽구기자(アツバクコ, 厚葉枸杞, Hawai'i desert-thorn) 등이 있다.
영하구기자(Lycium barbarum L., Lycium barbarum var. barbarum)는 중국이 원산지다. 중국 서북부 지방에 야생하고, 닝샤(寧夏) 자치구는 주요 재배지다. 키는 0.8~2m 정도이다. 꽃은 5~8월에 보라색으로 핀다. 영하구기자의 품종에는 10종이 있다. 황과구기자(Lycium barbarum var. auranticarpum K. F. Ching)는 잎이 좁고 육질이다. 열매는 주황색이다. 북방구기자[Lycium chinense var. potaninii (Pojarkova) A. M. Lu]의 원산지는 중국, 남몽골, 일본, 태국, 서남아시아다. 잎은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5~9월 연보라색으로 핀다. 꽃부리 열편에는 드문드문 부드러운 털이 있다. 수술이 꽃보다 약간 길다. 열매는 장원형이다. 흑과구기자(Lycium ruthenicum Murray)의 원산지는 중국,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서남아시아, 유럽이다. 꽃은 5~8월 연보라색으로 핀다. 열매는 흑자색(紫黑色)이다. 후엽구기자(Lycium sandwicense A.Gray)의 원산지는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 난세이 제도(南西諸島), 하와이, 폴리네시아(통가, 투브아이 섬), 이스터 제도, 후안 페르난데스 제도, 피트케언 제도, 투아모츠 제도이다. 해안의 암벽에서 자란다. 키는 1~2m이다. 잎은 약간 다육질에 주걱 모양 또는 선상(線狀) 주걱 모양이다. 꽃은 9~2월 흰색 또는 청색을 띤 분홍색으로 핀다. 열매는 빨간색이다.
2020. 10. 26. 林 山. 2023.3.30.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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