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3일 아침 걸어서 출근하는데, 연수동 원룸 1층 베란다에 내놓은 화분에 목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어릴 때는 시골에서 목화를 재배했기 때문에 흔하게 보던 꽃이었다. 하지만 합성섬유가 대세를 이루면서부터 목화는 우리 곁에서 사라진 꽃이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목화 꽃을 다시 보니 몹시 반갑고, 감회가 새로왔다.
고려 말기 문익점(文益漸)이 원(元)나라에서 목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익히 알고 있다. 문익점은 공민왕(恭愍王) 12년(1363년)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원나라 황제는 고려를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고려의 왕을 바꾸려고 하였으나 문익점은 이에 응하지 않아 중국 남쪽 지역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귀양살이를 하던 곳에서 문익점은 목화를 알게 되었고, 귀양살이가 끝나자 그 씨 몇 개를 따서 붓뚜껑에 넣어 가지고 귀국했다. 문익점은 장인 정천익(鄭天益)과 함께 목화 재배에 성공하여 고려 사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 그전까지 추운 겨울에도 삼베옷을 입은 채 떨고 지내던 서민들도 목화가 대량 재배되자 솜이불과 솜옷을 마련할 수 있었다. 목화가 바로 고려시대 의복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는 이야기다.
목화(木花)는 아욱목 아욱과 목화속의 한해살이풀이다. 보통 온대지역에서는 1년생 관목으로 재배되지만, 열대지역에서는 다년생 교목으로 자란다. 학명은 고시피움 인디쿰 램(Gossypium indicum Lam.)이다. 영어명은 커튼 플랜트(cotton plant), 중국어명은 미엔화(棉花), 일어명은 멘카(めんか, 綿花, 棉花)이다. 목화를 면화(綿花), 초면(草綿)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다음백과'에는 목화의 원산지가 아시아 열대지방이며, 주요 생산국은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브라질, 터키, 이집트,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수단 등이라고 나와 있다. 한국에서는 중부 및 남부 지방에 분포한다.
목화의 키는 1m까지 자란다. 열대지방에서는 2m까지 줄기가 곧게 자라 관목형태를 이룬다. 원줄기는 곧게 서서 가지가 다소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3~5개로 갈라진다. 열편 끝은 뾰족하고 탁엽은 삼각상 피침형으로서 엽병 및 꽃자루와 더불어 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며 액생하는 꽃자루 끝에 1개씩 달린다. 꽃밑에 엽상의 작은 포가 3개 있으며, 삼각상 달걀모양으로서 자줏빛이 돌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꽃받침조각은 술잔 같으며 녹색 잔점이 있고 작다. 꽃잎은 5개가 기와장을 인 모양으로 나열되고 연한 황색 바탕에 밑부분이 흑적색이다. 꽃은 백색, 황색, 옅은 붉은색 등이 있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목화 꽃이 대개 아침에 황백색으로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자주색이 돌면서 시든다고 나와 있다. 수술은 많고 단체(單體)이다. 열매는 삭과다. 삭과는 포로 싸여 있으며 난상 원형이다. 익으면 3개로 갈라지며 백면(白綿)이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작물 중의 하나인 목화는 생산량이 매우 많고 경제적인 직물이다. 종자를 덮고 있는 털을 떼어 솜으로 사용한다. 솜으로는 비교적 값싼 면제품을 만든다. 섬유는 가벼운 보일(voile)이나 레이스에서 무거운 범포지(帆布紙), 여러 가지 의복에 알맞는 두꺼운 우단, 가정용품, 공업용까지 매우 다양한 직물을 만들 수 있다. 최근 화학 섬유의 발달과 값싼 원면이 외국에서 대량 수입되어 경작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목화 종자로는 기름을 짠다.
목화 종자의 면모(綿毛)를 본초명 면화(綿花), 뿌리와 뿌리껍질을 면화근(綿花根), 겉열매껍질을 면화각(綿花殼), 종자를 면화자(綿花子), 종자의 면방유(綿肪油)를 면자유(綿子油)라고 한다. 면화는 가을에 채취한다. 면화는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어 토혈, 하혈, 혈붕(血崩), 금창출혈(金瘡出血) 등을 치료한다. 약성이 남을 정도로 강한 불에 태워 산제(散劑)로 하여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면화 소회(燒灰)를 환부에 바른다.
면화근은 보허(補虛), 평천(平喘), 조경(調經)의 효능이 있어 체허해천(體虛咳喘), 산기(疝氣, Hernia), 붕대(崩帶), 자궁탈수(子宮脫垂) 등을 치료한다. 임신부는 금한다. 면화각은 격식(膈食), 격기(隔氣)를 치료한다. 면화각을 8~9월에 채취하여 달여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면화자는 온신(溫腎), 보허(補虛),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어 정력감퇴, 유뇨(遺尿), 치혈(痔血), 탈항(脫肛), 붕루(崩漏), 대하(帶下) 등을 치료한다. 면자유는 악창(惡瘡), 개선(疥癬)을 치료한다. 외용으로 바른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0. 27. 林 山 2022.2.11.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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