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에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복수응답)이 ‘아시타비’를 선택했다.
'아시타비'는 사자성어는 아니고, 신조어(Neologism, 新造語)다. 나(우리편)는 옳고 너(상대편)는 틀렸다는 뜻이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비드-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소모적인 투쟁이 만연한 것을 빗댄 것이다.
교수들은 코비드-19 대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2020년은 정치, 사회적 문제 해결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의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을 향해서는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소수당 입장에서는 그것이 권력의 전횡이고, 독재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는 '아시타비'가 올해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교수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정치권이 여야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면서 잘못된 것을 남 탓으로 돌리는 소모적 상황이 지속됐다고 일갈했다.
2위에 뽑힌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아시타비'와 맥락이 통하는 사자성어다. 3위는 '격화소양'(隔靴搔癢)이 차지했다.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이다. 필요한 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성에 차지 않음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4위에는 '첩첩산중'(疊疊山中)이 뽑혔다. 코비드-19 대확산 상황을 빗댄 사자성어다. 겨울철을 맞아 코비드-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겹친 현실을 빗댄 것이다.
2020년을 정의하는 사자성어에 '백년하청'(百年河淸)을 추천하고 싶다. '백년하청'은 '황허(黄河)가 맑아지기를 기다리기 어렵다. 아무리 기다려도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나, 기대할 수 없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코비드-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가운데 계속 확산하고 있고, 세월호가 침몰한 지 6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0. 12. 2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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