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피마자(蓖麻子, 아주까리) '단정한 사랑'

林 山 2021. 1. 17. 01:32

2020년 9월 13일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서북능선 등산로 나들목에 이르렀을 때, 산발치에 피어난 아주까리 꽃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에도 아주까리가 있었다. 아주까리 열매는 많이 봐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꽃은 그렇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꽃이 상당히 기묘했다. 아주까리 꽃을 이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피마자 '카르멘시타'(충주시 연수동, 2023. 8. 8)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나무 판자로 깐 교실 마룻바닥을 아주까리 열매로 문질러 광을 내곤 했다. 나중에는 양초를 사용해서 마룻바닥을 칠했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까리가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수록된 식물명은 피마자(蓖麻子)이지만, 당시 우리는 아주까리라는 이름밖에 몰랐다.  

 

피마자(충주 계명산, 2020. 9. 13)

피마자는 쥐손이풀목 대극과 피마자속의 한해살이 초본이다. 열대 지방인 베트남과 브라질 등지에서는 여러해살이 목본형 식물임이 확인되었다. 북한에서는 피마주라고 한다. 꽃말은 '단정한 사랑'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생정에 등재된 피마자의 학명은 리키누스 콤무니스 린네(Ricinus communis L.)이다. 속명 '리키누스(Ricinus)'는 '진드기, 거미류(tick, arachnid)', '피마자유 식물, 피마자속 식물과 그 씨(castor oil plant, Ricinus and its seeds)', '뽕나무 또는 짙은 자주색 씨(mulberry seeds)'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다. 종소명 '콤무니스(communis)'는 '평범한, 보편적인(common, ordinary, commonplace, universal)'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다. 고대 라틴어 '콤모이니스[co(m)moinis]'에서 유래했다. '흔한, 보통의(common, ordinary)'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불가리스(vulgāris)'와 동의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에는 피마자의 영어명이 'Wond'로 등재되어 있다. 'Wond'는 영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국적불명, 정체불명의 이름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영어명은 캐스터(castor), 캐스터 빈(castor bean), 캐스터 빈 플랜트(castor bean plant), 캐스터 오일 플랜트(castor oil plant), 팰머 크리스티(palma christi)이다. 국표와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일본명은 도우고마(トウゴマ, 唐胡麻)이다. '三河の植物観察'에는 히마(ヒマ, 蓖麻)가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히마(蓖麻)의 씨가 히마시(ひまし, 蓖麻子)이다. '三河の植物観察', 중문판 위키백과(维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삐마(蓖麻)이다.

 

피마자는 세계에 단 1종뿐이다. '三河の植物観察'에는 화석의 발견으로 피마자의 원산지가 열대 북동부 아프리카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바이두백과는 아프리카 북동부의 케냐, 소말리아를 원산지로 추정하고 있다. 한글판 위키백과는 인도와 소아시아, 북아프리카가 원산지로 나와 있다. 현재는 온대에서 열대 지방에 걸쳐 널리 퍼져 있다. 인도와 브라질에서는 피마유(蓖麻油)를 얻기 위해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상업적인 재배를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화난(华南)과 시난(西南) 지방에 분포한다. 남부 아열대 지역에는 야생종도 자라고 있다.

 

피마자(충주 계명산, 2020. 9. 13)

피마자의 키는 2m까지 자란다. 열대 지역에서는 키가 10~13m까지 자란다. 줄기는 원기둥 모양이고, 속은 비어 있으며, 가지가 나무처럼 갈라진다. 엽병이 길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방패 같으며, 손바닥 모양으로 5~11개 갈라진다. 열편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표면은 녹색 또는 갈색이 돌고,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 원줄기 끝에 길이 20cm 정도의 총상꽃차례가 달린다. 꽃은 일가화로 연한 황색 또는 연한 홍색이다. 수꽃은 연노랑색으로 밑부분에 달린다. 수술대는 잘게 갈라지고 막질이며, 꽃밥이 있고, 화피열편은 5개이다. 암꽃은 연한 홍색으로 윗부분에 모여 달리고, 5개의 화피열편과 1개의 씨방이 있으며, 털이 있고 3실이다. 3개의 암술대가 끝에서 다시 2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3실이고, 겉에 가시가 나며, 각 실에 종자가 1개씩 들어 있다. 종자는 타원형으로서 밋밋하고, 암갈색 반점이 있다. 종자에는 리시닌(ricinin)이 들어 있다.

피마자는 큰 잎이 멋스럽고,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연한 잎은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다. 가을 서리가 오기 직전에 잎을 따서 삶아 물에 우려 독성을 없앤 후 말려 두고 묵나물로 먹는다. 씨는 화장품, 페인트, 니스, 프린트 잉크, 포마드, 인주, 공업용 윤활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피마자유는 옛날에 항공기 엔진의 윤활유로 사용되었다. 피마자 씨에는 독성이 있으나 가열하면 분해된다.

 

피마자(충주 계명산, 2020. 9. 13)

아주까리의 종자를 본초명 피마자, 뿌리를 피마근, 잎을 피마엽, 종자에서 짠 기름을 피마유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쓴다. 피마자는 가을에 과실이 갈색이 되고, 과피가 아직 터지지 않은 것을 따서 햇볕에 말려 과피를 제거한다. 종자에는 유독성 단백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다. 국생정에는 '피마자는 소종발독(消腫拔毒), 사하통체(瀉下通滯)의 효능이 있어 옹저종독(癰疽腫毒), 나력(瘰癧), 후비(喉痺, 편도선염, Angina), 진선나창(疹癬癩瘡), 수종복만(水腫腹滿), 대변조결(大便燥結) 등을 치료한다. 피마근은 진정해경(鎭靜解痙), 거풍산어(祛風散瘀)의 효능이 있어 파상풍, 전간(癲癎), 류머티즘 동통(疼痛), 나력 등을 치료한다. 피마엽은 각기(脚氣), 음낭종통(陰囊腫痛), 해수담천(咳嗽痰喘), 아장풍(鵝掌風), 창절(瘡癤) 등을 치료한다. 피마유는 소염(消炎), 사하의 효능이 있어 대변조결(大便燥結), 창개(瘡疥), 화상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바이두백과에는 피마자에 대해 '피마자유는 공업적으로 용도가 많고, 의약적으로 완하제로 사용되어 윤장통변하는 효과가 있다. 종자는 소종배농, 해독의 효능이 있다. 잎은 소종해독, 가려움증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뿌리는 거풍, 활혈, 지통, 진정 등의 효과가 있다.(蓖麻油在工业上用途广, 在医药上作缓泻剂, 有润肠通便的功效. 种子有消肿, 排脓, 拔毒的功效. 叶有消肿拔毒, 止痒等功效. 根有祛风活血, 止痛镇静等功效.)'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피마자(蓖麻子, 아주까리)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甘辛] 조금 독이 있다. 수(水), 창(脹)으로 배가 그득한 것을 낫게 하고 해산을 쉽게 하며 헌데와 상한데, 옴, 문둥병을 낫게 하며 수징(水癥), 부종(浮腫), 시주(尸疰), 악기(惡氣)를 없앤다. ○ 잎은 삼과 비슷한데 아주 크며 씨의 생김새가 우비충(牛蜱蟲) 같기 때문에 피마자라 한 것이다[본초]. ○ 피마자는 몰려 있는 것을 내보내고 병 기운을 잘 빨아내기 때문에 외과에 요긴한 약이다. 소금물에 삶아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를 쓴다[입문].'고 나와 있다. 

 

피마자 '카르멘시타'(충주시 연수동, 2022. 9. 16)

국표에는 피마자 유사종 재배 식물로 피마자 '카르멘시타'(Palma Christi, Castor oil plant, Castor bean plant) 단 1종만 등재되어 있다.

피마자 '카르멘시타'(Ricinus communis 'Carmencita')는 키가 1.2~1.5m 정도이다. 잎은 짙은 청동색이고, 한여름에서 늦여름에 피는 암꽃은 밝은 빨간색으로 매우 화려하다. 꽃이 지면 진홍색의 가시가 달린 꼬투리가 열린다. 식물체 전체에는 독성이 있어 섭취할 경우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씨는 독성이 더 강하다.

피마자 '카르멘시타' (충주시 연수동, 2022. 10. 27)

'三河の植物観察'에는 피마자의 품종으로 'Apache', 'Aruna', 'Blue Giant', 'Carmencita', 'Carmencita Bright Red', 'Carmencita Pink', 'Carmencita Red', 'Dominican Republic', 'Gibsonii', 'Impala', 'Khersonskaya 10', 'New Zealand Black', 'New Zealand Purple', 'Niger', 'Raven', 'RC8', 'Red Giant', 'Red Spire', 'Sanguineus', 'Sowbhagya', 'Zanzi Palm', 'Zanzibarensis' 등 22종이 등재되어 있다.

2021. 1. 17. 林 山. 2023.4.11. 최종 수정

#피마자 #아주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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