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산 서북능선에 솟은 뒷목골산 전망대에는 언제부터인지 배풍등(排風藤)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 오면 전망대에 오를 때마다 배풍등 빨간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곤 했다. 뒷목골산 전망대를 수없이 오르내렸어도 이 배풍등 꽃이 피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 했다. 언젠가는 꽃이 피는 것을 꼭 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그러다가 2020년 9월 13일이었을 거다. 계명산에 올랐다가 서북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연수정 내리막길 풀숲에 피어난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배풍등 꽃이었다. 전망대의 그 배풍등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가왔다.
배풍등은 통화식물목 가지과 가지속의 여러해살이 활엽 반초본.식물이다. 학명은 솔레이넘 라이래툼 툰베리(Solanum lyratum Thunb.)이다. 속명 'Solanum'은 진정작용이 있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olamen'에서 유래한다. 영어명은 라이래툼 나잇쉐이드(Lyratum nightshade), 일본명은 히요도리죠우고(ヒヨドリジョウゴ, 鵯上戸)이다. 중국명은 바이잉(白英) 또는 바이마오텅(白毛藤)이다. '排風藤'은 풍(風)을 물리치는(排) 덩굴(藤)이라는 뜻이다. 꽃말은 '참을수 없어'이다.
배풍등의 원산지는 한국과 타이완, 일본이다. 분포 지역은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타이완, 인도, 인도차이나 등이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의 햇빛이 잘 드는 길가나 돌담, 산기슭, 바위 사이에서 자란다. 제주도와 울릉도에도 분포한다.
배풍등은 키가 3m까지 자라며, 줄기의 기부만 월동한다. 줄기 끝은 덩굴 같으며, 줄기에는 선상의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달걀모양이고, 보통 기부에서 1~2쌍이 열편으로 갈라진다.
꽃은 원뿔모양의 취산꽃차례로 잎과 마주나며, 꽃받침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꽃부리는 수레바퀴모양이며, 5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뒤로 젖혀진다. 꽃은 백색으로 8~9월에 핀다.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10월에 빨갛게 성숙한다.
배풍등의 유사종에는 왕배풍등(王排風藤, 학명 Solanum megacarpum Koidz.), 좁은잎배풍등(학명 Solanum japonense Nakai)이 있다. 왕배풍등은 줄기에 털이 없고, 잎에 연모가 있다. 잎은 전혀 갈라지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자란다. 좁은잎배풍등은 거의 털이 없으며, 꽃이 연한 자주색이다.
배풍등은 철망이나 고목, 담장, 절사면 등의 녹화재료로 좋다. 특히 세력이 왕성하므로 고사목 등에 식재하여 감아 올라가게 하면 관상가치가 있다. 화분에 심어 지주로 유인하여 재배해도 좋다. 정원에 야생 조류를 불러 들이는 데 더없이 좋은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므로 한 번 심으면 새들에 의해 주변에 널리 전파된다. '다음백과'에는 배풍등의 어린순을 삶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배풍등을 먹으면 구토와 설사, 호흡곤란이 일어난다고 했다.
배풍등과 좁은배풍등, 왕배풍등의 지상부를 본초명 배풍등(排風藤), 뿌리를 배풍등근(排風藤根), 과실을 귀목(鬼目)이라고 한다. 배풍등은 5~6월 또는 9~11월 사이에 전초를 채취하여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청열이습(淸熱利濕), 거풍(祛風), 해독의 효능이 있어 말라리아, 황달, 수종(水腫), 임병(淋病), 류머티즘에 의한 관절통, 단독(丹毒), 정창(疔瘡) 등을 치료한다. 달이거나 술에 담가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인 물로 씻거나 짓찧어서 바른다. 또는 짓찧은 즙을 바른다. 배풍등근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채취한다. 풍화아치(風火牙齒, 급성치통), 두통, 나력(瘰癧), 옹종(癰腫), 치루(痔漏) 등을 치료한다. 그 밖에 붕대(崩帶, 자궁출혈), 유체(流涕)를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귀목은 성숙기인 가을에 채취한다. 목적(目赤), 치통(齒痛)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한다. 또 안무(眼霧), 유루증(流淚症), 백내장, 두창(頭脹) 후에 오는 안통(眼痛)을 치료한다.
'다음백과'에는 '줄기와 잎 말린 것을 촉양천(蜀羊泉)이라 하여 한방에서 해열제·진통제로 쓴다. 항암에도 도움이 되고, 간 건강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뿌리에는 독성이 있다.'고 나와 있다. 수양취안(蜀羊泉)은 리싀젠(李時珍)이 편찬한 '뻰차오강무(本草綱目)'의 배풍등 본초명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2021. 1. 14. 林 山. 2021. 1. 14. 林 山 2022.3.2.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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