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물매화 '고결(高潔), 결백(潔白), 청초(淸楚), 충실(充實)'

林 山 2021. 1. 26. 19:22

물매화만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있을까? 물매화를 처음 만난 때는 2007년 하고도 가을이 깊어가는 9월 30일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응봉산 깊은 계곡 용소골에서였다. 물매화를 보자마자 그 예쁘고 앙증맞은 모습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산속 물가 바위틈에 피어난 물매화는 가녀리고 애잔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후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면 물매화를 만나러 지리산, 응봉산, 하일산, 고양산 계곡을 찾아 헤매곤 했다.     

 

립스틱물매화(평창 하일산, 2020. 9.19)

물매화는 장미목(薔薇目, Rosales) 범의귀과(Saxifragaceae) 물매화속(Parnassia)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습지 또는 늪에서 잘 자라고, 꽃이 매화(梅花)를 닮아서 물매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물매화풀, 풀매화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물매화풀이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꽃말은  '고결(高潔), 결백(潔白), 청초(淸楚), 충실(充實)'이다. 

 

물매화를 범의귀과 또는 끈끈이귀개과(Droseraceae)에 포함시키지만, 2007년 발간된 한국속식물지에서는 물매화과(Parnassiaceae)로 분류하고 있다(Flora of Korea Editorial Committee, 2007). 엽록체 알비시엘(rbcL) 유전자를 비롯해 분자계통학적 분석에 의하면 물매화는 노박덩굴과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Simmons et al. 2001). 꽃과 열매의 형태 형질에 있어서도 물매화와 노박덩굴과의 분류군들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가까운 유연 관계(類緣關係)임을 증명해 준다(Matthews and Endress, 2005).

 

물매화 꽃봉오리(응봉산 용소골, 2013. 9. 20)

국표와 국생정 등재 물매화의 학명은 파르나시아 팔루스트리스 린네(Parnassia palustris L.)이다. 속명 '파르나시아(Parnassia)'는 자생지 또는 발견지가 그리스 중부에 솟아 있는 파르나수스(Parnassus) 산임을 뜻한다. '파르나수스(Parnassus)'는 고대 그리스어 '파르나소스(Parnassós)' 기원의 라틴어 고유명사 '파르나수스(Parnāsus)'의 이형동의어(異形同義語)다. 파르나소스 산의 소들은 물매화의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파르나소스 산은 그리스와 그리스의 초기 도시 국가들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산이다. 

 

종소명 '팔루스트리스(palustris)'는 '늪의, 습지의(swampy, marshy, boggy)'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팔루스테르(palūster)'의 어미 변화형이다.  '팔루스테르(palūster)'는 '늪, 습지(swamp, bog)'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팔루스(palūs)'에서 유래했다. 자생지가 늪 또는 습지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그리스 의사이자 약리학자, 식물학자 페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 40~90)는 산에서 물매화가 자랐다고 기술했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13. 9. 20)

국표와 국생정 등재 물매화의 영어명은 마쉬 그래스-오브-파내서스(Marsh grass-of-parnassus)이다. '습지 물매화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어명은 그래스 오브 파내서스(grass of parnassus)이다.

 

국표와 국생정, FOM, 일문판 YList, 위키백과 등재 일본명은 우메바치소우(ウメバチソウ, 梅鉢草)다. FOM은 Parnassia palustris L. var. multiseta Ledeb., Parnassia palustris L. var. palustris, YList는 Parnassia palustris L. var. palustris, 위키백과는 Parnassia palustris L.를 우메바치소우(梅鉢草)라고 한다. '우메바치(梅鉢)'는 '가문(家紋)의 이름'으로서 '홑겹의 매화꽃을 정면으로 본 형태를 도안화한 것'이다. 위키백과에는 바이카소우(バイカソウ, 梅花草), FOM과 YList에는 에조우메바치소우(エゾウメバチソウ, 蝦夷梅鉢草)라는 이명이 실려 있다.

 

FOM 등재 중국명은 뚜어즈메이화차오(多枝梅花草), YList 등재 중국명은 메이화차오(梅花草)이다.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와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Parnassia palustris L.는 메이화차오(梅花草), Parnassia palustrisLinn.var.multiseta Ledebour는 뚜어즈메이화차오(多枝梅花草)로 등재되어 있다. 한중일 식물분류학자들 간의 학문적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22. 9. 24)

물매화는 한강토(조선반도), 일본, 중국, 북아메리카, 유럽, 몽고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산지의 산록에서 자라고 고산지대에서도 자란다(국생정). 우메바치소우(梅鉢草)는 일본 재래종으로서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난다. 한강토, 중국, 러시아에도 분포한다(FOM). 메이화차오(梅鉢草)는 중국 둥베이(东北), 화베이(华北), 샨시(陕西), 깐쑤(甘肃), 칭하이(青海) 등지의 해발 1,580~2,000m의 습한 언덕 초원, 도랑 가장자리 또는 계곡의 음습한 곳에서 주로 자란다. 주요 분포지는 신쟝(新疆)의 투어리(托里), 바이청(拜城), 칭허(清河), 푸하이(福海) 등이다(百度百科).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07. 9. 30)

물매화의 뿌리는 잔뿌리가 사방으로 뻗는다. 꽃대의 크기는 7~45cm까지 자란다. 꽃대에는 털이 없고, 능선이 다소 있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원심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줄기잎은 기부에 엽병이 없으며 원줄기를 감싼다.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16. 10. 9)

꽃대 중앙부에는 1개의 잎, 끝에는 1개의 꽃이 달린다. 꽃은 7~10월에 흰색으로 하늘을 향해서 핀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녹색이고 긴 타원형이다. 꽃잎은 넓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며 수평으로 퍼진다. 꽃은 광채가 난다. 수술은 5개이며, 밖을 향한 꽃밥이 달린다. 수술 뒤쪽에는 물방울과 같은 모양을 한 것이 많이 달려 있다. 수술대는 처음에는 씨방에 기대었다가 교대로 밖으로 구부러진다. 꽃잎 열과 수술 열 사이의 헛수술은 5개로서 끝에 황록색의 선(腺)이 있다. 헛수술의 선은 꿀이 분비되지 않는 헛꿀샘이다. 암술의 색깔이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붉은 것도 있다. 이런 물매화를 립스틱물매화라고도 한다. 씨방은 상위이며, 암술대는 4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넓은 달걀모양이다. 8월부터 익어 4조각으로 갈라져 많은 종자를 쏟아낸다.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16. 10. 9)

물매화는 꽃이 앙증맞고 예뻐서 습지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물매화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매화초(梅花草)라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쓰기도 한다. 매화초는 여름철 개화시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청열양혈(淸熱凉血), 소종(消腫), 해독의 효능이 있어 황달형간염, 동맥염(動脈炎), 창옹종(瘡癰腫)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산제(散劑)로 복용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매화초를 거의 안 쓴다.

 

물매화(응봉산 용소골, 2015. 10. 18)

국표 등재 물매화의 유사종 자생식물은 애기물매화(Parnassia alpicola Makino) 1종이 있다. 애기물매화(Hallasan marsh parnassus, ヒメウメバチソウ, 姫梅鉢草)는 한라산 중턱 이상의 습지에 자생한다. 꽃대는 10cm 정도로 왜소하고, 꽃도 물매화보다 작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8~10mm이다. 꽃대 중앙부에 대가 없는 1개의 잎이 있으며,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2021. 1. 26. 林 山. 2023.6.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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