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솔체꽃

林 山 2021. 1. 29. 12:20

평창에 있는 하일산(1185m)에 물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풍문에 들려왔다. 2020년 9월 19일 주말을 맞아 물매화를 만나기 위해 하일산으로 향했다. 하일산 골짜기에는 꽃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이다.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주변의 풀들을 뽑는 등 환경을 피괴하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일산에는 사실 립스틱물매화를 보려고 간 것이다. 하일산 남서쪽 계곡에서 운이 좋게도 립스틱물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립스틱물매화는 특히 암술이 특이했다. 암술의 색깔이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붉은 색이었다.  

 

하일산에서 뜻하지 않게도 솔체꽃도 만났다. 체꽃속 식물을 처음 만난 때는 2006년 8월 15일 한라산(1,950m)에 올랐을 때였다.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내려가다가 구름체꽃을 처음 만났다. 언뜻 보면 솔체꽃과 구름체꽃은 비슷하다. 14년 만에 구름체꽃의 사촌인 솔체꽃을 보니 오래전에 헤어진 벗의 가족을 만난 듯 반가왔다.         

 

솔체꽃(평창 하일산, 2020. 9. 19)

솔체꽃은 산토끼꽃목 산토끼꽃과 체꽃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카비오사 칠리엔서스 그루닝(Scabiosa tschiliensis Gruning)이다. 영어명은 노스이스턴 스카비어스(Northeastern scabious), 중국명은 화베이란펀화(华北蓝盆花)이다. 일본명은 마츠무시소우(まつむしそう, 松虫草) 또는 린보우기쿠(リンボウギク, 林傍菊)이다.

 

솔체꽃은 한국과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 주로 중부 이북 지방에 분포한다. 습기가 많은 반그늘이나 산기슭의 경사지 또는 풀숲에서 자란다.

 

솔체꽃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어느 마을에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마을에 무서운 역병(疫病)이 돌아 소년의 가족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전염되고 말았다. 소년은 약을 구하러 깊은 산으로 들어가 헤매다가 지친 나머지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소년을 사모한 요정이 나타나 약초를 주었다. 소년은 요정이 준 약초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구했다. 소년은 성장해서  마을 처녀와 결혼했다. 소년을 짝사랑했던 요정은 너무나 슬픈 나머지 매일 울다가 죽고 말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신은 요정을 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그 꽃이 바로 솔체꽃이었다. 그래서 솔체꽃의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양치기 소년, 요정, 신 등으로 볼 때 서양 기원의 전설로 보인다. 

 

솔체꽃(평창 하일산, 2020. 9. 19)

솔체꽃의 키는  50~90cm 정도이다. 줄기는 마주나기 분지하고, 퍼진 털과 꼬부라진 털이 있다. 근엽은 엽병이 길고, 피침형으로 결각상 톱니가 있으며, 꽃이 필 때는 없어진다. 경엽은 마주나기하고, 우상으로 깊이 갈라지거나 전열한다. 열편은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결각상의 큰 톱니가 있으며, 포는 선형이다.

 

꽃은 7~9월에 보라색으로 피고, 가지와 줄기 끝에 머리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주변부의 꽃은 5개로 갈라지고, 외측 열편이 가장 크다. 중앙부의 꽃은 통상화로 4개로 갈라진다. 외측 꽃받침의 판통 끝에는 8개의 요점이 있다. 열매는 수과로 선형이다.

 

솔체꽃(평창 하일산, 2020. 9. 19)

솔체꽃의 유사종에는 체꽃(학명 Scabiosa tschiliensis f. pinnata (Nakai) W.T.Lee), 민둥체꽃(학명 Scabiosa tschiliensis f. zuikoensis (Nakai) W.T.Lee), 구름체꽃(학명 Scabiosa tschiliensis f. alpina (Nakai) W.T.Lee)이 있다. 솔체꽃이 기본종이다. 체꽃은 잎이 깃처럼 갈라진다. 솔체꽃의 고산형으로 식물체가 다소 작다. 덕유산이나 설악산 등지에 자생한다. 잎이 갈라지면 체꽃, 갈라지지 않으면 송체꽃이다. 민둥체꽃은 잎에 털이 없다.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구름체꽃은 설악산과 한라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에 비해 꽃대가 긴 편이다. 꽃잎은 끝이 뾰족하고 갈라진 가장자리의 꽃잎도 좁고 길다. 솔체꽃이나 체꽃처럼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또, 솔체꽃이나 체꽃보다 꽃받침의 솜털이 다소 길다.

 

솔체꽃은 꽃이 아름다워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여름에 연한 잎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말려 두고 떡을 해 먹기도 한다.

 

2021. 1. 29.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