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하일산(1185m)에 물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20년 9월 19일 주말을 맞아 물매화를 보러 평창으로 향했다. 대화면 대덕사 계곡은 물매화, 솔체꽃, 자주쓴풀 등 가을꽃이 한창이었다. 립스틱물매화도 만났다. 물매화와 솔체꽃, 자주쓴풀을 보고 떠나려는데, 군산에서 야생화 탐사차 온 여성이 병아리풀 꽃도 피었으니 보고 가라고 일러 주었다. 병아리풀은 식물체도 작고, 꽃도 아주 작아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기계치라 스마트폰으로 접사 촬영을 할 줄도 몰라 군산 여성이 대신 찍어 주었다.
병아리풀은 운향목(芸香目, Rutales) 원지과(遠志科, Polygalaceae) 원지속(遠志屬, Polygala)의 한해살이풀이다. 줄기와 잎, 꽃 등이 아주 작고 귀여워서 병아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원지(遠志), 좀영신초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원지가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꽃말은 '겸양(謙讓)'이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병아리풀의 학명은 폴리갈라 타타리노위 레겔(Polygala tatarinowii Regel)이다. 속명 '폴리갈라(Polygala)'는 '많은(many, much)'의 뜻인 고대 그리스어 '폴루스(polús)'와 '우유, 젖(milk)'이란 뜻을 가진 '갈라(gála)'의 합성어에 기원을 둔 다국어 고유명사다. 종소명 '타타리노위(tatarinowii)'는 '타타르(Tatar, 鞑靼)'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겔(Regel)'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제국 식물원 원장을 지낸 독일의 원예가이자 식물학자 에두아르드 아우구스트 폰 레겔(Eduard August von Regel, 1815~1892)이다. 그의 아들 요한 알베르트 폰 레겔(Johann Albert von Regel, 1845~1909)도 스위스-러시아의 의사이자 식물학자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병아리풀의 영어명은 오리엔틀 밀크워트(Oriental milkwort)이다. '동양의 원지'라는 뜻이다. 국표와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 실려 있는 일본명은 히나노킨챠쿠(ヒナノキンチャク, 雛巾着)이다. '히이나(ひいな, 雛)'는 '병아리, (새의) 새끼', 긴챠쿠(きんちゃく, 巾着)'는 '주머니'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인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 편)'에 '병아리풀'이 처음 등재된 것을 보면 한글명은 일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샤오볜더우(小扁豆)이다. '小扁豆'는 '강낭콩'이란 뜻도 있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원지과는 전 세계에 약 1,700종이 자라며, 한강토(조선반도)에는 5종이 있다(야생화백과사전). 한강토에서는 전남, 경기도 및 강원도 이북에 자생한다. 산이나 풀밭에 난다(국생정). 히나노킨챠쿠(雛巾着)의 원산지는 일본, 중국, 인도, 부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이다(FOM). 샤오볜더우(小扁豆)는 둥베이(东北), 화베이(华北), 시베이(西北), 화둥(华东), 화중(华中) 및 시난(西南) 지방의 해발 540~3 900m까지 자란다. 일본과 열대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루손과 민다나오 섬)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병아리풀의 키는 4~15cm 정도이다. 줄기는 털이 거의 없으며, 밑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난상 원형 또는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거나 둔하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연모가 있으며, 밑부분이 갑자기 좁아져서 날개가 있는 엽병으로 된다. 잎은 길이가 1~3㎝이다.
꽃은 8-9월에 피며, 총상꽃차례로 원줄기와 가지 끝에 달린다. 꽃의 길이는 2mm 정도이다. 꽃은 연한 자주색의 접형화이고,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1~1.5mm이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측열편은 꽃잎 같으며, 용골꽃잎은 끝이 솔처럼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편평한 원형이고, 날개가 없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흑색이며, 잔털이 있다.
병아리풀은 꽃이 앙증맞고 귀여워서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10월경에 종자를 채취하여 이듬해 봄 화단에 뿌린다. 샤오볜더우(小扁豆)는 전초(全草)를 약으로 쓸 수 있다. 학질(疟疾)과 신체허약(身体虚弱)에 쓴다(百度百科).
국표 등재 병아리풀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두메애기풀(Polygala sibirica L.), 애기풀(Polygala japonica Houtt.), 원지(Polygala tenuifolia Willd.) 등 3종이 있다.
두메애기풀(Siberian polygala, Asian milkwort, オオヒメハギ, 大姫萩, 西伯利亚远志)은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함남 부전 고원 이북의 고산 지대에 난다. 키는 30cm 정도이다. 줄기는 여럿이 뭉쳐나며, 전체에 꼬부라진 털이 있다. 잎은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이고 양끝이 좁다. 잎 앞뒷면에는 짧은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꽃의 길이는 6mm 정도이다. 총상꽃차례는 짧고, 꽃이 약간 달리며, 꽃대축에 꼬부라진 털이 있다.
애기풀(Dwarf milkwort, ヒメハギ, 姫萩, 瓜子金, 金牛草, 紫背金牛)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이다. 한강토에서는 함남 부전 고원 이북의 고산 지대에 자생한다. 초본성 반관목이다. 키는 20cm 정도이다. 잎은 타원형, 긴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이다. 잎 길이는 2cm 정도로서 잔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짧은 총상꽃차례에 접형화 비슷한 연한 홍색 꽃이 달린다.
원지(Thin-leaf milkwort, イトヒメハギ, 糸姫萩, 远志)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경북 안동, 영주에 분포한다. 뿌리가 굵고 길며 능선이 있다. 뿌리 선단에서 가는 줄기가 여러 개 나오고, 가지가 많다. 키는 30cm 정도이다. 잎은 선형이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총상꽃차례는 줄기와 가지의 끝에 발달하고, 꽃이 드문드문 달린다.
국표 등재 병아리풀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애기싸리(Polygala chamaebuxus L.) 1종이 있다. 애기싸리(shrubby milkwort, ポリガラ・カマエブクス)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줄기는 낮게 기어 끝이 비스듬히 올라간다. 키는 5~25cm 정도이다. 줄기는 목질이 되고, 하부에서 분지한다. 잎은 타원형이고 상록이며 혁질(革質)이다. 꽃은 3~6월 노란색과 흰색에서 종종 갈색 또는 자주색으로 변한다. 드물게 처음부터 분홍색도 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1~3개 달린다.
2021. 2. 2. 林 山. 2023.6.13. 최종 수정
#병아리풀 #원지 #애기풀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앵도나무 (0) | 2021.02.07 |
---|---|
삽주 (0) | 2021.02.05 |
자주쓴풀 '덧없는 사랑, 지각(知覺)' (0) | 2021.02.01 |
솔체꽃 (0) | 2021.01.29 |
물매화 '고결(高潔), 결백(潔白), 청초(淸楚), 충실(充實)' (0) | 2021.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