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삽주

林 山 2021. 2. 5. 18:41

2020년 9월 26일 주말을 맞아 제천 월악산(月岳山) 덕주봉(德周峰,893m)에 올랐다. 덕주봉 정상 부근에는 마침 삽주 꽃이 피어 있었다. 삽주 꽃은 그 생김새가 특이해서 누구나 한번 보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삽주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식물이다. 봄철이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산에서 뜯어온 나물 중에는 삽주싹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산나물도 맛있었지만 삽주싹 나물은 유난히 더 맛이 좋았다. 삽주싹을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를 꼭 짜낸 다음 갖은양념을 해서 무치면 정말 맛있는 산나물 반찬이 되었다. 

 

삽주와의 인연은 그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한의원 개원 이후 한약을 처방할 때 가장 많이 처방한 한약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삽주 뿌리다. 삽주 뿌리는 보약재(補藥材)로 조습건비(燥濕健脾), 보익비위(補脾胃) 등 다방면에서 아주 좋은 효능을 지닌 한약재다.  

 

삽주 꽃(월악산, 2020. 9. 26)

삽주는 초롱꽃목 국화과 삽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어트랙틸로드스 오바타 (툰베리) 디씨[Atractylodes ovata (Thunb.) DC.]이다. 영어명은 오베이트-립 어트랙틸로드스(Ovate-leaf atractylodes), 일본명은 오케라(おけら, 朮·蒼朮·白朮)이다. 중국명은 창주(蒼朮) 또는 시엔주(仙朮), 샨징(山精), 샨지(山蓟)이다. 이명에는 선출(仙), 걸력가(乞力枷), 마계(馬), 산강(山薑), 산계(山), 산정(山精), 일창출(日蒼朮) 등이 있다. 꽃말은 '무병장수, 며느리 사랑'이다. 

 

삽주는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야(山野)에서 자란다. 여름철에는 다소 서늘한 반그늘진 수목 밑에 많다. 부식질이 많은 비옥한 사질양토에서는 어디서나 잘 자란다. 

 

삽주(월악산, 2020. 9. 26)

삽주의 뿌리는 근경(根莖)이다. 근경은 가로로 뻗으며 육질이다. 굵은 수염뿌리가 내리며, 단면에서 황갈색 선점을 보이고, 특유한 향기가 난다. 줄기의 높이는 30~100cm이고, 경질(硬質)이며, 상부는 가지가 갈라진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꽃이 필 때 없어지고, 줄기잎은 긴 타원형 또는 도란상 긴 타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표면에는 윤채가 있고, 뒷면은 흰빛이 돈다. 가장자리에는 짧은 바늘같은 가시가 있고, 3~5개로 갈라진다. 윗부분의 잎은 갈라지지 않고, 엽병이 거의 없다.

 

꽃은 이가화로서 7~10월에 백색 또는 홍색으로 원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포는 꽃과 길이가 같으며, 2줄로 달리고, 2회 우상으로 갈라진다. 총포는 종형이고, 포편은 7~8줄로 배열되며, 끝이 둔두 또는 원주이다. 외편은 타원형, 중편은 긴 타원형이며, 내편은 선형으로서 끝이 자주색이다. 암꽃의 하관은 모두 백색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길며, 털이 있고, 타원형이다. 위로 향한 은백색 털이 밀생하며, 관모는 갈색을 띤다. 종자는 9~10월에 익는다.

 

삽주의 유사종에는 당삽주[학명 Atractylodes koreana (Nakai) Kitam.]가 있다. 당삽주는 삽주와 비슷하지만 엽병이 없다. 평안남도에 분포한다. 당삽주를 용원삽주라고도 한다. 

 

삽주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튀김 등에 이용하고, 쌈으로 먹거나 겉절이를 하기도 한다. 다른 산나물과 무쳐 먹기도 한다. 삽주싹은 맛과 향이 매우 우수한 산나물이다.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 삽주싹은 구황식품이기도 했다. 뿌리를 술로 담가 마시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삽주의 덩이줄기를 태운 연기로 옷장이나 뒤주를 훈증하면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삽주는 중국이나 한국의 한약 재배 농가에서 대량으로 재배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삽주의 근경을 봄,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본초명 창출(蒼朮), 11월경에 삽주의 근경을 채취하여 잔뿌리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서 햇볕에 말린 것을 백출(白朮) 중 생쇄출(生晒术), 불에 쬐어 말린 것을 백출 중 홍출(烘朮)이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채취 시기에 따라 창출과 백출을 구분했다. 또 건조 방법에 다라 백출을 생쇄출과 홍출로 구분하고 있다. 생쇄출과 홍출이라는 용어는 수십년 경력의 한의사인 필자도 금시초문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도 한의사나 본초학 전문가가 있어야 되지 않는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창출에 대해 삽주(학명 Atractylodes japonica Koidz)의 근경을 건조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마오창수[茅蒼朮, 가는잎삽주, 학명 Atractylodes lancea (Thunb.) DC.]나 뻬이창수[北蒼朮, 큰삽주, 학명 Atractylodes chinensis (DC.) Koidz]의 근경을 건조한 것을 창출이라고 한다. 백출은 큰꽃삽주(학명 Atractylodes macrocephala Koidz) 또는 삽주의 근경을 건조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신생근을 백출, 묵은 근경을 창출로 이용하기도 한다. 뿌리의 단면이 담황색이고 조직이 충실한 것을 백출, 뿌리가 염주처럼 잘록잘록하며 단면이 황갈색인 것을 창출이라고도 한다. 뿌리를 백출, 뿌리줄기를 창출이라도 한다.

 

삽주 꽃(월악산, 2020. 9. 26)

창출은 방향화습약(芳香化濕藥)으로 분류된다. 창출의 성미(性味)는 따뜻하고 매우며 쓰다. 조습건비(燥濕健脾), 거풍산한(祛風散寒), 명목(明目), 발한(發汗), 해울(解鬱), 벽예(穢)의 효능이 있어 완복창만(脘腹脹滿), 설사 또는 수양성하리(水樣性下痢), 수종(水腫), 각기위벽(脚氣痿躄), 풍습비통(風濕痺痛), 풍한감모(風寒感冒), 작목야맹(雀目夜盲), 습성곤비(濕盛困脾), 권태기와(倦怠嗜臥), 식욕부진, 구토, 이질, 말라리아, 담음(痰飮)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조습건비의 최고약이다. 졸여서 고(膏)로 만들거나 또는 환산제(丸散劑)로 해서 복용한다.

 

'동의보감' <탕액편>에서는 창출(蒼朮, 삽주)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이 쓰고[苦] 매우며[辛] 독이 없다. 윗도리, 중간, 아랫도리의 습을 치료하며 속을 시원하게 하고 땀이 나게 하며 고여 있는 담음(痰飮), 현벽(癖), 기괴(氣塊), 산람장기(山嵐瘴氣) 등을 헤치며 풍한습으로 생긴 비증(痺證)과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멎지 않는 것을 낫게 하며 수종과 창만(脹滿)을 없앤다. ○ 삽주의 길이는 엄지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만하며 살찌고 실한 것은 구슬을 꿴 것 같으며 껍질의 빛은 갈색이고 냄새와 맛이 몹시 맵다. 반드시 쌀 씻은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다시 그 물을 갈아붙여 하루동안 담가 두었다가 겉껍질을 벗기고 노랗게 볶아 써야 한다[본초]. ○ 일명 산정(山精)이라고 하는데 캐는 방법은 흰삽주와 같다[본초]. ○ 족양명과 족태음경에 들어가며 위(胃)를 든든하게[健] 하고 비(脾)를 편안하게 한다[입문]. ○ 삽주는 웅장하여 올라가는 힘이 세고 습을 잘 없애며 비를 안정시킨다[역로].'고 나와 있다.

 

백출은 보익약(補益藥) 중에서도 보기약(補氣藥)으로 분류된다. 백출의 성미는 따뜻하고, 쓰면서도 단맛이 난다. 보비익위(補脾益胃), 조습화중(燥濕和中), 고표지한(固表止汗), 안태(安胎)의 효능이 있어 비위기약(脾胃氣弱), 식욕부진, 권태소기(倦怠少氣), 허창(虛脹), 설사, 하리(下痢), 담음, 수종, 황달, 습비(濕痺), 관절염, 각기(脚氣), 소변곤란(小便困難), 현운(眩暈), 도한(盜汗), 자한(自汗), 태기불안(胎氣不安), 부종(浮腫) 등을 치료한다. 보비익위의 최고약이다. 달여서 복용한다. 졸여서 고(膏)로 만들거나 또는 환산제(丸散劑)로 해서 복용한다. 백출 대신 창출을 쓸 수도 있다. 다만 창출은 조습건비의 힘이 강하고, 백출은 보익비위의 힘이 강하다.

 

'동의보감' <탕액편>에서는 백출(白朮, 흰삽주)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이 쓰며[苦] 달고[甘] 독이 없다.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고 습을 없앤다. 또한 소화를 시키고 땀을 걷우며 명치 밑이 몹시 그득한 것과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멎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며 위(胃)가 허랭(虛冷)하여 생긴 이질을 낫게 한다. ○ 산에서 자라는데 어느 곳에나 다 있다. 그 뿌리의 겉모양이 거칠며 둥근 마디로 되어 있다. 빛은 연한 갈색이다. 맛은 맵고 쓰나[辛苦] 심하지 않다. 일명 걸력가(乞力伽)라고 하는 것이 즉 흰삽주이다[본초]. ○ 『신농본초경』에는 삽주와 흰삽주의 이름이 없었는데 근래 와서 흰삽주를 많이 쓴다. 흰삽주는 피부 속에 있는 풍을 없애며 땀을 걷우고 트직한 것을 없애며 위(胃)를 보하고 중초를 고르게 한다.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위[上]로는 피모(皮毛), 중간으로는 심과 위, 아래로는 허리와 배꼽의 병을 치료한다. 기병(氣病)이 있으면 기를 치료하고 혈병(血病)이 있으면 혈을 치료한다[탕액]. ○ 수태양과 수소음, 족양명과 족태음의 4경에 들어간다. 비(脾)를 완화시키며[緩] 진액을 생기게 하고 습을 말리며 갈증을 멎게 한다. 쌀 씻은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노두를 버리고 빛이 희고 기름기가 없는 것을 쓴다[입문]. ○ 위화(胃火)를 사하는 데는 생것으로 쓰고 위허를 보할 때에는 누른 흙과 같이 닦아 쓴다[입문].'고 나와 있다.

 

2021. 2. 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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