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자주쓴풀 '덧없는 사랑, 지각(知覺)'

林 山 2021. 2. 1. 17:02

평창 하일산(1185m)에 물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20년 9월 19일 주말을 맞아 평창으로 향했다. 대화면 대덕사 계곡은 꽃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계곡에는 물매화, 솔체꽃 등 가을꽃이 한창이었다. 무엇보다 립스틱물매화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물매화를 보고 떠나려는데, 군산에서 온 여성이 자주쓴풀이 피었다고 알려 주었다. 하마터면 이토록 예쁜 꽃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자주쓴풀(평창 하일산, 2020. 9. 19)

자주쓴풀은 용담목(龍膽目, Gentianales) 용담과(龍膽科, Gentianaceae) 쓴풀속(Swertia)의 두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털쓴풀, 흰자주쓴풀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털쓴풀이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어담초(魚膽草), 장아채(獐牙菜), 수황연(水黃連)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생정은 국명이 한자어(漢字語)인 경우 한자를 병기(竝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주쓴풀의 꽃말은 '지각(知覺), 덧없는 사랑'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자주쓴풀의 학명은 스웨르티아 슈도키넨시스 H. 하라(Swertia pseudochinensis H. Hara)이다. 속명 '스웨르티아(Swertia)'는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묘목업자(식물학자) 에마누엘 스베르트(Emanuel Swert, Emanuel Sweert, 1552~1612)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의 성 'Swert'에 근대 라틴어 접미사 '-이아(-ia)'가 붙어서 이루어진 근대 라틴어 명사다.

종소명 '슈도키넨시스(pseudochinensis)'는 '가짜, 진짜 같은(Not a true, appearing like a true)'의 뜻을 가진 다국어 접두사 '슈도-(pseudo-)'가 '중국의, 중국산의(Chinese)' 또는 '시계꽃(Passiflora caerulea, blue passion flower)'을 뜻하는 라틴어 '키넨시스(Chinensis)' 앞에 붙은 것이다. '가짜 시계꽃의, 시계꽃처럼 보이는'의 뜻이다. 실제로 자주쓴풀 꽃은 시계꽃과 많이 닮았다. 시계꽃은 브라질 원산의 상록성 덩굴식물로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H. 하라(H. Hara)'는 일본의 식물학자 하라 히로시(原寛, 1911~1986)이다. 하라는 도쿄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57년에는 도쿄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968년~1971년 그는 새로 설립된 도쿄대학 박물관 관장이었다. 하라는 이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자주쓴풀의 영어명은 폴스 차이니즈 스워샤(False Chinese swertia)이다. '가짜 중국산 자주쓴풀'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무라사키센부리(ムラサキセンブリ, 紫千振)이다. '자주색 꽃이 피는 용담과의 월년초(越年草)' 또는 '당약(當藥)'이라는 뜻이다. 쓴풀과 자주쓴풀의 전초(全草)를 본초명(本草名) 당약(當藥)이라고 한다. FOM, 중문판 위키백과(维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이쉬에백과(医学百科) 등재 중국명은 류마오짱야차이(瘤毛獐牙菜)다. 医学百科에는 짱야차이(獐牙菜), 땅야오(當藥), 즈화땅야오(紫花當藥)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자주쓴풀은 한강토(조선반도), 일본, 중국, 내몽고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산과 들의 양지에 자생한다(국생정). 무라사키센부리(紫千振)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 네팔,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의 간토(関東) 지방 서쪽에서 시코쿠(四国), 규슈(九州)까지 분포한다(FOM). 류마오짱야차이(瘤毛獐牙菜)는 중국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헤이룽쟝(黑龙江), 네이멍구(内蒙古), 샨시(山西), 허베이(河北), 샨둥(山东), 허난(河南) 등지의 해발 500~1,600m 지대 산비탈이나 강변, 숲 아래, 관목 속에서 자란다(百度百科).

 

자주쓴풀(평창 하일산, 2020. 9. 19)

자주쓴풀의 뿌리는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쓴맛이 강하다. 용담(龍膽) 뿌리의 10배 정도로 쓴맛이 더 세다. 키는 높이 15~3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곧추서고, 자흑색(紫黑色)이 나며, 약간 4각이 져 있고, 약간 도드라진 세포가 있다. 상부는 잎겨드랑이마다 가지가 갈라져 나온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피침형(披針形)이며, 양끝이 좁아져서 뾰족하고, 기부(基部)에는 엽병(葉柄)이 없다.

꽃은 9~10월에 위에서부터 자주색(紫朱色) 또는 연한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으로 핀다. 원줄기 윗부분에 달려 전체가 원뿔 모양으로 된다. 꽃잎은 짙은 색의 맥(脈)이 있으며, 밑부분에 털로 덮여 있는 2개의 선체(腺體)가 있고, 5개로 깊게 갈라져 있다. 열편(裂片)은 약간 넓은 긴 타원형(楕圓形)이다. 꽃받침조각은 녹색으로 넓은 선형(線形) 또는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인데, 꽃잎 길이의 반 정도이거나 거의 같다. 수술은 5개로 꽃부리보다 짧으며, 꽃밥은 흑자색(黑紫色)이다. 암술대는 짧으며 2개로 갈라진다. 씨방은 좁고 길이가 비슷하며, 암술대는 짧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넓은 피침형이며, 꽃부리와 길이가 비슷하다. 종자는 둥글고 밋밋하다.

 

자주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자주쓴풀은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자주쓴풀은 쓴맛이 너무 강해 나물로는 이용할 수 없다.

자주쓴풀과 쓴풀, 개쓴풀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당약(當藥)이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으로 쓰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마디를 자르고 그늘에서 말린다.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어 골수염(骨髓炎), 후염(喉炎), 편도선염, 결막염, 개선(疥癬)을 치료한다. 또, 고미건위약(苦味健胃藥)으로서 식욕부진, 소화불량에 쓰인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산제(散劑)로 쓴다(국생정).

 

자주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류마오짱야차이(瘤毛獐牙菜)는 맛이 쓰고(苦), 성질은 차다(寒). 간위대장경(肝胃大肠经)으로 들어간다. 중국 화베이(华北) 지역에서 약으로 쓴다. 사화해독(泻火解毒), 이습(利湿), 건비(健脾)의 효능이 있어 습열황달(湿热黄疸), 황달형간염(黄疸型肝炎), 세균성이질(菌痢), 이질(痢疾), 소화불량(消化不良), 위염(胃炎), 급성결막염(火眼), 치통(牙痛), 구창(口疮), 창독종통(疮毒肿痛)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당약은 동의보감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되지 않은 본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당약을 거의 안 쓴다.

 

자주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국표 등재 자주쓴풀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쓴풀[Swertia japonica (Schult.) Makino], 애기쓴풀(Swertia carinthiaca Wulfen), 개쓴풀[Swertia diluta (Turcz.) Benth. & Hook.f. var. tosaensis (Makino) H.Hara], 네귀쓴풀(Swertia tetrapetala Pall.), 큰잎쓴풀[Swertia wilfordii (A.Kern.) Kom.], 별꽃풀(Swertia veratroides Maxim. ex Kom.), 점박이별꽃풀(Swertia erythrosticta Maxim.) 등 7종이 있다.

 

자주쓴풀(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쓴풀(East Asian swertia, センブリ, 千振, 日本當藥)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이다. 중국에도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남의 동래, 양산, 밀양, 울산, 경북의 대구, 청도에 난다. 줄기는 곧추서고 약간 네모지며, 자줏빛이 돈다. 전체에 털이 없다. 꽃은 9~10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에 자맥(紫脈)이 있다. 꽃잎이 5장이다. 줄기와 가지 끝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원뿔 모양 꽃차례로 달린다. 애기쓴풀(Little swertia, ヒメセンブリ, 肋柱花)은 국표에 국명, 학명, 이명, 영문영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개쓴풀(Diluted swertia, イヌセンブリ, 犬千振, 日本獐牙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이다. 일본명 이누센부리(犬千振)는 쓴맛이 없고, 쓸모없는 센부리(千振)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줄기는 털이 없고 다소 네모지며, 엷은 노란색이고 곧게 선다. 꽃은 9월경에 핀다. 흰색 바탕에 연한 자주색 줄이 있다. 꽃잎이 5장이다. 줄기 윗부분이나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에서 여러 송이씩 달려, 전체가 좁은 원뿔 모양으로 된다. 네귀쓴풀(Lesser tetrapetal swertia, エゾセンブリ, 卵叶獐牙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난다. 줄기는 곧추서고 네모지며, 털이 없고 가지를 친다. 꽃은 7~8월에 자색으로 핀다. 꽃잎과 꽃받침, 수술이 각각 4개인 4수성이다. 줄기 끝에 모여 달려 전체가 원뿔 모양으로 되고 꽃자루가 있다. 큰잎쓴풀(Large tetrapetal swertia, チシマセンブリ, 卵叶獐牙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 경북 울진군에 난다. 줄기는 곧추서고 네모지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8~9월에 자색으로 피고 4수성이다. 가지와 줄기 끝에 모여 달려 전체가 원뿔 모양 꽃차례를 형성한다. 꽃자루가 길다.

별꽃풀(Spatulate-leaf swertia, チョウセンアケボノソウ, 藜芦獐牙菜)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평남 이북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9월에 흰색으로 핀다. 취산꽃차례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린다. 포(苞)는 잎 같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피침형이고 막질이며,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점박이별꽃풀(Red-spot swertia, アカボシアケボノソウ, 红直獐牙)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국표에 국명, 학명, 이명, 영문명, 북한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2021. 2. 1. 林 山. 2023.8.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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