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용담(龍膽)

林 山 2021. 2. 11. 00:36

월악산 덕주봉에 용담(龍膽) 꽃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2020년 9월 26일 월악산 덕주봉 8부 능선쯤에 올랐을 때 진자주색 용담 꽃 두 송이가 거짓말처럼 피어 있었다. 꽃만 봐도 용담의 찬 기운이 온몸에 전해져 왔다. 

 

용담의 뿌리는 엄청 찬 약으로 각종 염증이나 가려움증에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다. 염증은 뜨거운 불의 성질이니 용담의 찬 기운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용담은 꽃도 아름답지만, 인간의 질병 치료에 있어서도 매우 요긴한 한약재다.    

 

용담(월악산, 2020. 9. 26)

용담은 용담목 용담과 용담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겐티아나 스카브라 번지(Gentiana scabra Bunge)이다. 학명 겐티아나(Gentiana)는 용담 뿌리의 강장효과를 처음 발견한 일리리안(Illyrian)의 왕 겐티우스(Gentius)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용담은 뿌리가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은 '정의, 긴 추억,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 등이다. ‘슬픈 그대가 좋아요’라는 꽃말도 있다.

 

용담의 영어명은 차이니즈 젠션(Chinese Gentian), 일본명은 린도우(リンドウ, 竜胆)이다. 중국명은 룽단(龙胆) 또는 차오룽단(草龙胆), 샨룽단(山龙胆), 룽단차오(龙胆草), 링여우(陵游)이다. 용담을 관음초(觀音草), 관음풀, 초룡담(草龍膽), 섬용담, 선용담이라고도 한다. 

 

용담은 전 세계적으로 약 400종이나 분포하는 대가족 식물이다. 용담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해발고도 800~1,5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용담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오고 있다. 옛날 강원도 금강산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았다. 농부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동물들을 많이 구해줬다. 어느 해 겨울 토끼가 눈을 파헤치고 식물 뿌리를 캐어 먹는 것을 보고 농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토끼는  주인이 병이 나서 약초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토끼가 사라지고 난 뒤 농부가 그 풀뿌리를 캐서 맛을 보니 너무 쓴 것이었다. 농부가 속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산신령이 나타나 자신이 바로 방금 전의 토끼였다고 했다. 산신령은 농부가 착해 약초를 알려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약초가 바로 용담이었다. 이후 농부는 용담을 캐어 팔아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다.

 

용담(충주 최응성고택, 2020. 9. 30)

용담은 근경이 짧고, 성글게 굵은 뿌리가 많이 뻗으며, 잔뿌리가 나 있다. 키는 높이 20~60cm 정도이다. 줄기에는 4개의 가는 줄이 있으며, 직립하다가 개화기에는 옆으로 눕기도 한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엽병이 없다. 잎 모양은 피침형이고, 예두 원저이며, 3맥이 있다.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회백색을 띤 연록색이다.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물결모양으로 된다.

 

용담(충주 금봉산, 2021. 10. 9)

꽃은 8~10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꽃에는 화경이 없고,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린다. 포는 좁은 피침형이다. 꽃받침통은 열편이 고르지 않으며, 선상 피침형으로서 판통보다 길거나 짧다. 꽃부리는 종형이며, 가장자리가 5개로 갈라진다. 열편 사이에는 부편이 있다. 수술은 5개로서 화관통에 붙어 있고,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시든 꽃부리와 꽃받침이 달려 있으며 대가 있다. 종자는 넓은 피침형으로서 양끝에 날개가 있다. 열매는 10~11월에 성숙한다.

 

용담(충주 금봉산, 2021. 10. 9)

용담의 유사종에는 구슬붕이(학명 Gentiana squarrosa var. squarrosa Ledeb.), 좀구슬붕이(학명 Gentiana squarrosa var. microphylla Nakai), 봄구슬붕이[학명 Gentiana thunbergii (G.Don) Griseb.], 큰구슬붕이(학명 Gentiana zollingeri Faw.), 큰용담(학명 Gentiana axillariflora var. coreana), 칼잎용담(학명 Gentiana uchiyamai Nakai), 흰그늘용담(학명 Gentiana chosenica Okuyama), 비로용담(학명 Gentiana jamesii Hemsl.), 흰비로용담[학명 Gentiana jamesii f. albiflora (Nakai) Toyok.], 산용담(학명 Gentiana algida Pall.), 진퍼리용담[학명 Gentiana scabra f. stenophylla (H. Hara) W.K.Paik & W.T.Lee], 갈잎용담(학명 (Gentiana uchiyamai Nakai), 과남풀[학명 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Kusn.) H. Hara] 등이 있다. 

 

비로용담(백두산, 2012. 8. 17)

구슬붕이는 전국에서 자라며 두해살이풀이다. 키는 2~10㎝정도이고, 5~6월에 담자색의 꽃이 핀다. 좀구슬붕이는 잎이 선형이고 작다. 봄구슬붕이는 키가 5~15cm 정도이고, 꽃은 4~5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큰구슬붕이는 제주도와 울릉도, 경기도 이북에서 자란다. 구슬봉이보다 대형이다. 큰용담은 지리산과 경기도, 강원도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50~100㎝ 정도이고, 잎이 대형이다. 칼잎용담은 경기도와 강원도 이북에서 자란다. 큰용담과 비슷하나 잎이 좁고 긴 것이 특징이다. 흰그늘용담은 구슬붕이와 닮았지만 꽃이 희고, 습한 고지에 주로 나는 것이 다르다. 비로용담의 키는 5~12cm 정도이고, 7~9월에 짙은 벽자색의 꽃이 피는데 화경이 없다. 금강산 비로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비로용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원도 인제에도 자생한다. 흰비로용담은 강원도 이북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비로용담이다. 산용담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10~25cm 정도이고, 꽃은 8~9월에 연한 황백색 바탕에 청록색 점이 있는 종 모양의 꽃 2~6개가 줄기 끝에 모여 핀다. 진퍼리용담은 강원도 화천에 분포한다. 키는 50~80cm 정도이고, 꽃은 10월에 하늘색으로 핀다. 용담과 비슷하지만 잎이 선상 피침형이고, 습지에서 자라는 것이 다르다. 진퍼리는 땅이 질어 질퍽한 벌을 말한다. 갈잎용담은 중부 이북에 분포한다. 키는 1m 정도이다. 꽃은 8~9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과남풀은 키가 30~80cm 정도이다. 꽃은 7∼8월에 하늘색으로 피고, 위쪽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1~5개의 꽃이 달린다.

 

용담은 꽃이 아름다워서 꽃꽂이이나 절화로 이용된다. 도시 조경용으로 심어도 좋다. 용담은 심은 후 4~5년부터 절화를 시작하여 5년 정도 계속해서 수확이 가능하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용담과 큰용담, 과남풀, 칼잎용담의 뿌리 및 근경(根莖)을 용담(龍膽)이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용담[Gentiana scabra var. buergeri(Miq.) Max]과 조엽용담(條葉龍膽, 학명 Gentiana manshurica Kitag.), 삼화용담(三花龍膽, 학명 Gentiana triflora Pall.)의 뿌리와 근경을 건조한 것을 본초명 용담초(龍膽草)라고 한다. 봄,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며, 가을에 채취한 것이 양질이다.

 

용담초는 창열약(淸熱藥) 중에서도 청열조습약(淸熱燥濕藥)으로 분류된다. 청열조습(淸熱燥濕)의 효능으로 하초(下焦)의 습열(濕熱)을 제거하고, 사간담화(瀉肝膽火)의 효능으로 간담(肝膽)의 실화(實火)를 사(瀉)한다. 이런 효능으로  습열황달(濕熱黃疸), 대하(帶下), 음경이 때없이 오랫동안 발기되어 있으면서 때로 정액이 절로 나오는 병증인 강중(强中), 습진소양(濕疹瘙痒), 목적이롱(目赤耳聾), 협통(脇痛), 구고(口苦), 갑자기 의식을 잃고 근육의 강직성 수축이 일어나는 증상인 경풍추축(驚風抽稸) 등을 치료한다. 그외 간경열성(肝經熱盛), 경간광조(驚癎狂躁), 을형뇌염(乙型腦炎), 두통, 인후통(咽喉痛), 열리(熱痢), 옹종창양(癰腫瘡瘍), 음낭종통(陰囊腫痛), 음부습양(陰部濕痒)에도 응용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혹은 환제(丸劑), 산제(散劑)로 해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가루를 만들어 반죽해서 바른다.

 

흰그늘용담(한라산, 2006. 8. 15)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용담(龍膽)에 대해 '성질은 몹시 차고[大寒] 맛이 쓰며[苦] 독이 없다. 위(胃) 속에 있는 열과 돌림온병[時氣溫]과 열병, 열설(熱泄), 이질 등을 치료한다. 간과 담의 기를 돕고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멎게 하며 골증열[骨熱]을 없애고 창자의 작은 벌레를 죽이며 눈을 밝게 한다. ○ 뿌리는 누르므레한 빛인데 10여 가닥으로 쭉 갈라진 것은 쇠무릎(우슬)과 비슷하며 쓰기가 담즙[膽] 같으므로 민간에서 초룡담(草龍膽)이라 한다. 음력 2월과 8월, 11월과 12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 뿌리를 캐어 구리칼로 가는 뿌리와 흙을 긁어 버리고 감초 달인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볕에 말려 쓴다. 이 약은 빈속에 먹지 말아야 한다. 먹으면 오줌을 참지 못한다[본초]. ○ 하초(下焦)의 습열에 주로 쓰며 눈을 밝게 하고 간을 시원하게 한다[의감]. ○ 반드시 눈병에 쓰는 약이다. 술에 담그면 약 기운이 위[上]로 가는데 허약한 사람은 술로 축여 거멓게 볶아 써야 한다[탕액].'고 나와 있다. 

 

용담초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약이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다. 용담사간탕은 간경(肝經)에 실열(實熱)이 있어서 생기는 병증을 다스리는 처방이다. '동의보감'에 용담초가 2g 들어가는 용담사간탕은 간담(肝膽)에 사열(邪熱)이 성하여 입이 쓰면서 눈알이 벌겋고 노여움을 잘 타며, 소변색이 진한 간담화왕(肝膽火旺) 증상에 쓴다. 4g이 들어가는 처방은 간경습열(肝經濕熱)로 옆구리가 아프고 입이 쓰며 귀 안이 붓고 잘 들리지 않는 데, 음부가 붓는데, 배가 아프고, 소변이 탁하면서 잘 나오지 않는 데 쓴다. 급성 또는 만성 요도염, 방광염, 음부소양증, 음부습진, 고환염, 고혈압증(hypertension) 등에 쓸 수 있다. 

 

용담사간탕은 급만성간염, 지방간(fatty liver), 급성결막염, 급성담낭염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급성결막염, 만성두통, 두부습진, 외이도염, 비염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질염, 자궁내막염, 급성전립선염 등 비뇨생식기의 염증성 질환에도 쓸 수 있다. 배뇨통, 냄새가 나는 누런 대하에도 사용한다. 배뇨곤란, 오줌소태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2021. 2. 1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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