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대상화(待霜花)

林 山 2021. 2. 24. 17:19

2020년 9월도 다 지난 마지막 날 충주시 살미면 최응성 고택에 들렀다. 고택 안마당에는 때마침 분홍색의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꽃 모양을 보자 언뜻 미나리아재비과 근연 식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택 주인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추명국(秋明菊)이라고 했다. 추명국은 가을을 밝혀 주는 국화란 뜻이다. 산림청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는 추명국이 대상화(待霜花)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대상화는 서리를 기다려서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대상화(충주 최응성 고택, 2020. 9. 30)

대상화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Eriocapitella hupehensis)이다. 2018년까지는 학명이 어네머니 후펜시스 바. 저파니커 (툰베리) 볼스 & 스팀[Anemone hupehensis var. japonica (Thunb.) Bowles & Stearn]이었다. 종소명 'hupehensis'는 중국의 후베이(湖北, Hupeh, Hupei, Hubei)를 의미한다. 

 

대상화의 영어명은 재퍼니즈 어네머니(Japanese anemone), 일본명은 슈우메이기쿠(しゅうめいぎく, 秋明菊, 秋冥菊)이다. 추명국은 일본명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중국명은  따포완화화(打破碗花花) 또는 짜완화얼(砸碗花儿)이다. '打破碗花花'와 '砸碗花儿'은 이 꽃을 따면 그릇을 깬다고 하는 믿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상화를 추명국, 가을모란, 가을바람꽃, 가을아네모네, 호북(湖北)아네모네, 숙근아네모네라고도 한다. 대상화의 꽃말은 '시들어가는 사랑'이다.

 

대상화(충주 최응성 고택, 2020. 9. 30)

대상화의 원산지는 중국과 미얀마, 타이완, 네팔, 인도 북동부 아삼 주, 티벳 등이다. 중국에서는 산시 성, 후베이 성, 쟝시 성, 저쟝 성, 광시 성, 귀저우 성, 쓰촨 성, 윈난 성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귀화식물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에콰도르, 독일에도 건너갔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가정이나 화훼농가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대상화(충주 최응성 고택, 2020. 9. 30)

대상화의 뿌리는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번식한다. 키는 50~80cm 정도까지 자란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3출복엽이며, 작은 잎자루가 있다. 줄기잎은 엽병이 없거나 짧고, 3개로 갈라지거나 또는 3개의 소엽으로 되며,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소엽은 달걀 모양이고, 3~5개로 갈라지며, 예두에 원저 또는 심장저이다.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9~10월 가지끝에 1개씩 연한 홍자색으로 핀다. 원산지에서는 7~10월에 꽃이 핀다. 꽃받침열편은 30개 정도인데, 겉의 것은 녹색이고, 안쪽 것은 꽃잎 같으며, 거꿀피침 모양이다. 겉에는 견모가 있다. 수술과 암술은 많고, 꽃밥은 황색이다. 암술은 모여서 둥글게 되지만 열매로 성숙하지 않는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나 성숙하지 못한다. 

 

  대상화(충주 최응성 고택, 2020. 9. 30)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는 4종이 있다.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 '해즈펀 어번던스'(Eriocapitella hupehensis 'Hadspen Abundance')는 연보라색 꽃이 핀다.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 '프리콕스'(Eriocapitella hupehensis 'Praecox')와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 '볼러스' 핑크(Eriocapitella hupehensis 'Bowles's Pink)는 분홍색 꽃이 핀다. 에리오캐피텔라 후펜시스 '수퍼바'(Eriocapitella hupehensis 'Superba')는 연홍자색의 꽃이 핀다. 

 

2021. 2. 2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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