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층꽃나무를 처음 본 것은 2015년 9월 28일 남해 설흘산에서였다. 설흘산에 올랐을 때는 층꽃나무 꽃이 막 활짝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산에 다니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뜻하지 않은 야생화들과의 만남이다.
몇 년 뒤 2020년 9월 30일 충주 최응성 고택에 들렀다. 이곳에는 꽤 여러 그루의 층꽃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반가왔다. 중부지방에서는 층꽃나무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층꽃나무와의 만남은 또 이렇게 이어졌다.
층꽃나무는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층꽃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카리옵테리스 인카나 (툰베리. 익스 하우트.) 미쿠엘.[Caryopteris incana (Thunb. ex Houtt.) Miq.]이다. 속명은 그리스어 'karyon'(호도)과 'pteryx'(날개)의 합성어로 종자에 날개가 있음을, 종명은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음을 나타낸다.
층꽃나무의 영어명은 커먼 블루비어드(Common bluebeard) 또는 인카나 블루비어드(Incana bluebeard), 블루 스파이리어(Blue spirea)이다. 중국명은 란샹차오(兰香草), 일본명은 단기쿠(だんぎく, 段菊)이다. 풀처럼 생긴 나무라 층꽃풀, 고지담(苦地膽)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가을의 여인' 또는 '허무한 삶'이다. '허무한 삶'은 꽃이 핀 뒤 얼마 못가서 지기 때문에 붙었을 것이다.
층꽃나무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남쪽 섬 및 제주도 등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역에서 자란다. 햇볕이 잘 드는 척박하고 건조한 절개 사면지나 바위곁에 자생한다.
층꽃나무의 키는 높이 30~6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윗부분이 겨울 동안 죽으며, 일년생 가지에 털이 밀생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달걀형이며 첨두이다. 잎 표면에는 털이 있으며, 뒷면은 회백색 밀모가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5~10개씩의 톱니가 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취산꽃차례로 많이 달린다. 꽃색은 남보라색이며, 꽃부리 겉에는 털이 있다. 밑부분 열편이 가장 크며, 다시 실처럼 갈라진다. 꽃받침은 종형이고 깊은 5갈래로 갈라진다. 열편은 피침형으로 8월 말~10월 초에 개화한다.
열매는 거꿀달걀형이며 편평하다. 열매 중앙에는 능선이 발달하였고, 숙존성의 꽃받침 속에 5개의 열매가 들어 있다. 종자는 검은색으로 익으며, 가장자리에 날개가 발달한다. 9월 중순~11월 중순에 성숙한다.
층꽃나무의 유사종에는 흰층꽃나무(학명 Caryopteris incana f. candida Hara), 누린내풀[학명Caryopteris divaricata (Siebold & Zucc.) Maxim.]이 있다. 흰층꽃나무는 백색꽃이 핀다. 흰층꽃나무도 주로 경상도, 전라도 및 남쪽 섬에 분포한다. 누린내풀은 벽자색의 꽃이 7~8월에 피며,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원뿔모양으로 성기게 달린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데, 꽃이 필 때는 냄새가 더욱 강하다.
층꽃나무는 층을 이루며 피는 꽃모습이 아름다워 정원에 심으면 좋다. 절화용으로도 좋은 소재지만 작은 꽃잎들이 쉽게 떨어져 버리는 단점이 있다. 관상용으로 개발 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강한 광선이 내리쬐는 척박지를 비롯하여 노출된 절개지 등의 녹화 식물로도 유망하다. 대규모 면적의 개활지 등에 군식하면 이국적인 경관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음지나 추위에 취약하고, 공해에도 약해 남부 지역에 적당하다.
층꽃나무의 전초(全草) 혹은 뿌리를 본초명 난향초(蘭香草)라 하며, 민간에서 약으로 쓰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채취해서 절단하여 햇볕에 말린다. 거풍제습(祛風除濕), 지해(止咳), 산어(散瘀)의 효능이 있어 감기에 의한 발열(發熱), 류머티즘에 의한 골통(骨痛), 백일해(百日咳), 만성기관지염, 월경불순, 붕루(崩漏, 자궁암 등에 의한 자궁출혈), 백대(白帶), 산후(産後) 어혈(瘀血)에 의한 통증(痛症), 타박상, 피부소양(皮膚搔痒), 습진(濕疹), 창종(瘡腫)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또는 술에 담가서 사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인 물로 씻는다.
2021. 2. 19. 林 山 2022.2.11. 최종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