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한국앉은부채 '내버려 두세요'

林 山 2021. 4. 8. 17:48

바라볼 때마다 오묘한 생김새로 인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식물들이 있다. 한국앉은부채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이른봄 깊은 산속에서 꽃을 피운 한국앉은부채는 소라처럼 동글동글한 나발(螺髮) 머리의 부처가 동굴에 들어앉아서 선정에 든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앉은부처라고 부르기도 했다.

2021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해 한강토(조선반도)에 자생하는 기존의 앉은부채로 알고 있는 식물은 신종으로 밝혀져 국명(國名)이 한국앉은부채로 바뀌었다. 앉은부채는 꽃이 지고 나서 땅에 붙은 채 돌돌 말렸다가 배추 잎처럼 펼쳐지는 넓은 잎들이 부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5. 3.15)

 

한국앉은부채는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천남성목(天南星目, Arales) 천남성과(天南星科, Araceae) 앉은부채속(Symplocarpus)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로 관엽(觀葉), 관화식물(觀花植物)로 분류되어 있다. 계절에 따라 휴면(休眠)하기도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국명은 한국앉은부채(추천명), 산부채풀, 삿부채, 앉은부채, 북한명은 삿부채(추천명), 앉은부채 등이다. 국생정에는 한국앉은부채(추천명), 산부채풀(비추천명) 등의 국명이 실려 있다.

한국앉은부채의 꽃말은 '내버려 두세요'다. 꽃에서는 생선 비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니 만지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인 듯하다.

국표, 국생정,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생물다양성(국생관) 등재 한국앉은부채의 학명은 심플로카르푸스 코레아누스 J.S.리, S.H.킴 & S.C.킴(Symplocarpus koreanus J.S.Lee, S.H.Kim & S.C.Kim)이다. 2021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해 한강토에서 자생하는 기존의 앉은부채는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Tzvelev가 아닌 신종으로 밝혀져 한국앉은부채(Symplocarpus koreanus J.S.Lee, S.H.Kim & S.C.Kim)라는 새로운 학명과 국명으로 명명됐다.

속명 '심플로카르푸스(Symplocarpus)'는 '연결, 접속(connection)'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심플로케(symploce)'와 '과일, 열매(fruit)'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카르포스(carpos)'의 합성어로서 씨방이 집합된 열매에 붙어 있다는 뜻이다. 열매가 겹열매, 복과(複果, compound fruit)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코레아누스(koreanus)’는 '한강토의, 조선반도의(Korean)'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코레아누스(corēānus)'의 대체 철자법이다. 최초 발견지 또는 자생지가 한강토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J.S.리, S.H.킴 & S.C.킴(J.S.Lee, S.H.Kim & S.C.Kim)'은 코리아 사이언스(koreascience)에 실린 논문 '한국앉은부채(천남성과; 앉은부채아과), 형태학적, 분자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종[Symplocarpus koreanus (Araceae; Orontioideae),a new species based on morphological and molecular data]'에 김용성(Yongsung KIM), 권율(Youl KWON), 양지영(JiYoung YANG), 조명석(Myong-Suk CHO), 김혜빈(Hye-Been KIM), 이상룡(Sangryong LEE), 마키 마사유키(Masayuki MAKI, 牧雅之)와 함께 공동 저자로 올라 있는 이준선(Joon Seon LEE), 김선희(Seon-Hee KIM), 김승철(Seung-Chul KIM)이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23. 3. 19)

 

국표, 국생정 등재 한국앉은부채의 영문명은 코리언 스컹크 캐비지(Korean skunk cabbage)다. 직역하면 '한강토(Korean) 스컹크(skunk) 냄새 나는 양배추(cabbage)'라는 뜻인데, 곧 '한강토(Korean) 앉은부채(skunk cabbage)'다.

국표, 국생정 등재 한국앉은부채의 일본명은 자젠소우(ザゼンソウ, 座禅草)이다. '좌선(座禅)하는 풀(草)'이라는 뜻이다. '앉은부처'와 뜻이 통하는 이름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 등재된 자젠소우(座禅草)의 학명은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Tzvelev와 Symplocarpus foetidus Nutt. var. latissimus (Makino) Hara, Symplocarpus foetidus Salisb. ex W.P.C.Barton 등 3종이다. FOM에는 다루마소우(ダルマソウ, 達磨草)라는 별명도 실려 있다.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한국앉은부채의 중국명은 차오셴처우숭(朝鮮臭菘)이다. 직역하면 '한강토(朝鮮) 냄새나는(臭) 배추(菘)'라는 뜻인데, 곧 '한강토(朝鮮) 앉은부채(臭菘)'다. 꽃에서 고기 썩는 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곤충 및 육식성 동물들이 냄새를 맡고 착각하여 꽃을 건드림으로써 수분이 이루어진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0. 3. 21)

 

한국앉은부채는 꽃이 피었을 때 자갈색(紫褐色) 불염포(彿焰苞) 속의 육수꽃차례(肉穗花序, spadix)가 마치 나발(螺髮)이 촘촘히 박혀 있는 불두(佛頭)처럼 생겼다. 그 모습이 흡사 동굴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을 하는 부처 같다고 하여 예전에는 앉은부처라고도 불렀다. 불염포도 승려가 걸치는 가사(袈裟)를 연상케 한다. 불염포 안에 들어 있는 열매 모양의 육수화서는 들쥐가 좋아하는 먹이다. 육수화서가 사라지고 없다면 거의 겨우내 굶주렸던 들쥐가 따 먹은 것이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0. 3. 21)

 

한국앉은부채는 복수초(福壽草)와 함께 스스로 열을 만들어 내고 온도를 조절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앉은부채나 복수초가 열을 발생시켜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면서 땅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는 장면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한국앉은부채는 뿌리에 저장된 녹말을 분해해서 산소호흡을 통해 12~14일까지 꽃이 피는 동안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2. 3. 27)

 

한국앉은부채는 한강토 함경남도를 포함한 북한,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포함한 남한에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발 100~750m 지대의 그늘지고 습한 장소, 하천을 따라 난다. 북미 캘리포니아 혼합 낙엽수 숲의 습한 바위 언덕에도 분포한다.

한국앉은부채의 뿌리는 수축성이 있고 끈 모양이며 직경 1.6~5.3mm이다. 뿌리줄기는 직립하고 직경 10~27mm이다.

로제트 모양의 잎은 2~5개로서 꽃이 핀 다음에 나온다. 잎자루는 기부에 입집(葉鞘)이 있고, 홈이 있으며, 자줏빛 줄무늬가 있다. 크기는 5.8~17cm × 1.9~10.2mm다. 잎은 아심장형(亞心臟形) 또는 심장상 난형(心臟狀卵形)이고, 크기는 7~24 × 4.6~19cm, 황록색 또는 녹색이다. 기부는 심장형(心臟形) 또는 신장형(腎臟形), 가장자리는 전체적으로 약간 고르지 않다. 잎 끝은 예두(銳頭), 첨두(尖頭) 또는 둔각(鈍角)이다. 잎맥은 그물 모양이고, 정중맥(正中脈)이 뚜렷하다. 일차 측면 맥은 양쪽에 5~7개가 있다. 최하부 맥은 기저엽(基底葉)으로 이어진다.

꽃은 2~3월에 핀다. 육수꽃차례 1~3개가 합축(合軸, sympodium)에서 잎보다 먼저 나타나며, 29~62개의 꽃을 피운다. 꽃자루는 직립하고, 부분적으로 땅 아래에 있고, 땅 위로 짧게 돌출되어 있으며, 원주형(圓柱形)이다. 크기는 3.5~21cm × 0.3~2.1mm, 황록색 또는 자줏빛을 띤다. 불염포는 두건(頭巾), 기저부는 회선상(回旋狀)이고, 다육질(多肉質)이며, 크기는 6~11 × 2.8~5.8cm, 황갈색 또는 황록색이다. 일반적으로 진한 보라색 점 또는 줄무늬가 있다. 육수꽃차례는 구형(球形) 또는 타원체(楕圓體)이고 크기는 9.3~17 × 7.4~15 mm이며 뾰족하다. 꽃은 양성화(兩性花)로서 크기는 2.7~5.5 × 2.3`5 mm, 노란색이다. 수술은 4개다. 꽃밥은 2단으로서 바닥에 고정되어 있고, 노란색이다.

열매는 커다란 해면상 육수꽃차례에 박혀 있다. 처음에는 녹색 또는 짙은 보라색을 띠다가 성숙하면 흑갈색으로 변하고, 같은 해 여름에 지하에서 익는다. 종자는 갈색이고 모양이 다소 불규칙하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3. 3. 29)

 

한국앉은부채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자젠소우(座禅草, Symplocarpus renifolius)와 동종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광범위한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계통발생 연구에서 현재 한국앉은부채(S. Koreanus)로 기술되는 한강토의 앉은부채(S. renifolius)는 일본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자젠소우(座禅草, S. renifolius)보다 한강토와 일본의 히메자젠소우(ヒメザゼンソウ, 姫座禅草, S. nipponicus)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17. 4. 2)

 

형태학적으로 한국앉은부채는 일본의 자젠소우(座禅草)와 가장 유사하며, 아마도 가장 최근의 공통 조상을 공유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앉은부채는 자젠소우(座禅草)보다 꽃이 작고, 작은 구형의 육수꽃차례를 가지고 있다. 한국앉은부채의 평균 육수꽃차례 길이는 12mm, 너비 10mm인 반면에 자젠소우(座禅草)의 육수꽃차례 평균 길이는 22mm, 너비 15mm다. 또, 육수꽃차례의 길이(L)와 너비(W)의 비율도 각각 1.2와 1.4로 다르다. 한국앉은부채는 자젠소우(座禅草)에 비해 꽃받침당 꽃 수가 훨씬 적다. 평균 40개 대 79개다. 따라서 한국앉은부채의 꽃받침은 크기, 모양 및 꽃 수에서 자젠소우(座禅草)보다 히메자젠소우(姫座禅草)의 육수꽃차례와 더 유사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22. 4. 9)

 

한국앉은부채는 잎과 꽃이 특이해서 관상 가치가 높다. 그늘진 곳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묵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유독성 식물이므로 끓는 물에 데쳐서 며칠 동안 흐르는 물에 담가서 잘 우려내야 한다. 유독성분을 제거한 다음 말려서 저장했다가 묵나물로 먹는다.

 

한국앉은부채(남양주 천마산, 2022. 4. 9)

 

국표 등재 한국앉은부채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애기앉은부채(Symplocarpus nipponicus Makino) 1종이 있다.

애기앉은부채(East Asian skunk cabbage, ヒメザゼンソウ, 姫座禅草, 日本臭菘)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北海道, 本州), 중국이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 이북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오고 엽병이 길며, 난상 타원형이고 끝이 대개 둔하며, 밑부분은 심장저이거나 심장저 비슷하고 길이 10~20cm, 너비 7~12cm정도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이른 봄 다른 식물이 움트기전에 싹이 돋아 배추잎처럼 큰 잎으로 자랐다가 6월이 되면 지상부가 사라지고 휴면에 들어간다. 8월에 검붉은색의 포가 자라고 포 안에 꽃이 핀다. 꽃은 불염포가 있는 육수꽃차례로 6~7월에 잎이 스러진 후에 피며, 지표면 가까이에 1~2개 달린다. 육수꽃차례는 둥근 타원형에 길이 1cm 정도이고 보트 모양의 검은 자갈색의 불염포로 싸여 있다. 열매는 장과(漿果)다. 장과는 이듬해 꽃이 필 때 완전히 익고, 꽃차례와 함께 어린이 주먹만한 크기이며, 겉이 거북등 같다. 한국앉은부채와 비슷하지만 잎이 훨씬 좁고, 잎이 자란 다음에 꽃이 피는 것이 다르다.

2021. 4. 8. 林 山. 2023.12.1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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