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중순 함백산 만항재에 올랐을 때, 하늘숲공원 동쪽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선괭이눈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산비탈에는 수많은 노란색 등불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듯했다. 전에는 선괭이눈이나 산괭이눈, 애기괭이눈을 보면 다 금괭이눈인 줄 알았다. 지금은 금괭이눈과 애기괭이눈은 천마괭이눈으로 통합되었다.
선괭이눈 잎은 꽃이 필 무렵 샛노랗게 변해 꽃보다 더 화려하게 빛난다. 이는 꽃가루를 수정시킬 벌과 나비 등 곤충들를 더욱 많이 불러들여 후손을 빠르고 많이 남기려는 선괭이눈의 생존전략이다. 선괭이눈뿐만 아니라 다른 괭이눈들도 이같은 생존전략을 따른다. 수정이 끝나면 잎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되돌아간다. 꽃이 진 후 맺히는 씨앗의 모양은 꼭 고양이 눈을 닮았다. 그래서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괭이눈은 장미목 범의귀과 괭이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크리소스플레늄 슈도파우리에이 엑토르 레베이예(Chrysosplenium pseudofauriei H.Lev.)이다. 속명 Chrysosplenium은 희랍어 chrysos(황금의)와 spleen(비장)의 합성어로 황색꽃이 피는 것을 나타낸다. 영어명은 업라잇 골든 색서프리지(Upright golden saxifrage), 일어명은 오오이와보탄(オオイワボタン)이다. 선괭이눈을 포함한 괭이눈의 꽃말은 '순간의 아름다움'이다.
선괭이눈의 분포 지역은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연해주 등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강원도, 평안남도, 함경남북도 등지에 자생한다. 산지의 습자에서 자란다.
선괭이눈은 기는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끝에서 로제트잎이 뭉쳐 나온다. 줄기는 높이 10~20cm에 달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하부의 잎은 소형에 난원형으로 길이 약 1cm이고, 같은 길이의 엽병이 있다. 줄기 끝의 잎은 달걀모양 또는 거꿀달걀모양으로 길이 약 4cm로서 다른 것에 비해 몹시 크며, 기부는 쐐기모양으로 엽병으로 흐르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화경에는 2~3쌍의 소형 잎이 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화경 끝에 모여 나며 포는 달걀모양이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조각은 난원형으로 길이 2~2.5mm, 수술은 꽃받침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2개로 갈라지며, 열편은 끝에 달려 있는 암술대를 포함하여 길이 8mm정도이다. 종자는 흑갈색이며 길이 0.7mm 정도로서 달걀모양이다. 종자의 끝은 뾰족하며 한쪽에 능선이 있고, 가시같은 돌기가 있다.
선괭이눈의 전초를 민간에서 황달성간염, 요로감염, 담도결석, 방광결석 등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선괭이눈의 유사종에는 천마괭이눈, 산괭이눈(Mountain golden saxifrage ), 바위괭이눈(Big-leaf golden saxifrage), 가지괭이눈(Many-branch golden saxifrage), 털괭이눈, 오대산괭이눈(Odaesan golden saxifrage), 흰괭이눈(흰털괭이눈) 등이 있다. 천마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pilosum Maxim. var. valdepilosum Ohwi이다. 꽃줄기는 곧게 서고, 자줏빛이 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산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이다. 경기도 수원 이북에서 자란다. 꽃은 4~5월 연한 녹색으로 핀다. 암술대는 2개가 서로 젖혀진다. 털괭이눈 또는 오대산괭이눈과 비슷하여 혼돈되기도 한다. 꽃이 진 다음 지면 가까이에 길이 2~3mm의 살눈이 달린다. 바위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macrostemon Maxim.이다. 중부 이북의 산골짝 냇가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자줏빛이 돌며 꽃이 핀 다음 옆으로 뻗는 가지가 자란다. 전체에 털이 밀생한다. 꽃은 6~8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가지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ramosum Maxim.이다. 꽃은 5~7월에 녹색이나 녹색 바탕에 자주색 또는 자갈색으로 핀다. 기는줄기는 옆으로 길게 자라면서 갈라지고 편원형의 잎이 달린다. 긴 털이 약간 있다. 털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pilosum Maxim.이다. 한라산, 지리산 및 함경북도의 깊은 산에서 자란다. 꽃은 5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핀다. 오대산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alternifolium var. sibiricum Ser. ex DC.이다. 강원도 오대산 북대사 근처, 함경도에서 자란다. 전체에 털이 약간 있다. 꽃은 4~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흰괭이눈의 학명은 Chrysosplenium pilosum var. fulvum (N.Terracc.) H. Hara이다. 제주, 전남(백양산, 남해도), 경남(지리산), 경기(광릉), 강원(금강산), 함경남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꽃은 4~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줄기는 기부에서부터 갈라지고 하부에는 갈색 털, 상부에는 흰의 퍼진 털이 밀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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