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은방울꽃 '순결, 다시 찾은 행복'

林 山 2021. 8. 17. 14:36

2021년 5월 초하루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자연탐방로에는 귀여운 은방울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은방울꽃은 작고 하얀 꽃이 은방울을 달아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사실은 사람들이 은방울꽃을 보고 은방울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은방울꽃(월악산 만수골, 2021. 5. 1)

은방울꽃은 전설에도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 엄마를 여읜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마지막 선물인 은방울을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매일 은방울을 만지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나무를 하러 간 사이 호랑이가 집으로 내려왔다. 놀란 소녀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호랑이에게 잡히기 직전 소녀는 머리빗을 던졌고, 빗은 험준한 산으로 변해 호랑이를 멀리 떨어뜨릴 수 있었다. 소녀는 호랑이에게 잡힐 위험에 처할 때마다 치마와 꽃신, 저고리 고름을 차례로 던졌다. 치마는 넓은 연못, 꽃신은 낭떠러지, 저고리 고름은 강물이 되어 호랑이를 막아주었다. 소녀에게는 이제 은방울 하나만 남아 있었다. 호랑이가 또다시 나타나자 은방울을 차마 던질 수 없었던 소녀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호랑이는 기절한 소녀 주위를 몇 바퀴 돌고는 어디론지 사라졌다. 호랑이는 갔지만 소녀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미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소녀가 죽은 자리에서는 은방울을 닮은 작고 하얀 꽃이 피어났다. 엄마의 마지막 선물인 은방울은 그렇게 꽃이 되었고, 엄마를 향한 그리운 마음은 향기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는 이야기다.

 

은방울꽃은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옛날 그리스에 레오나드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레오나드는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가 길을 잃고 헤메던 중 불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화룡(火龍)을 만났다. 네오나드는 사흘 밤낮을 싸운 끝에 화룡을 죽였지만 그 자신도 온몸에 큰 부상을 입었다. 레오나드의 상처에서 나온 피가 떨어진 자리에는 은방울처럼 생긴 작고 하얀 꽃이 피어났다. 이후 사람들은 그 꽃을 은방울꽃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은방울꽃(월악산 만수골, 2021. 5. 1)

은방울꽃은 백합목 백합과 은방울꽃속의 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콘발라리아 카이스케이 미켈.(Convallaria keiskei Miq.)아더, 속명 Convallaria는 convallis(골짜기)와 leirion(백합)의 라틴어 합성어로 산골짜기의 백합이라는 뜻이다. 은방울꽃은 성모 마리아의 꽃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 아래에서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5월에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이 있다. 꽃말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이다.

 

은방울꽃의 영어명은 릴리 오브 더 밸리(Lily of the valley)이다. 일어명은 스즈란(スズラン, 鈴蘭) 또는 기미카게소우(キミカゲソウ, 君影草)이다. 중국명은 링란(铃兰) 또는 링란화(铃兰花), 쥔잉차오(君影草), 우위에화(五月花)이다. 은방울꽃을 오월화(五月花), 군영초(君影草), 향수화(香水花), 초옥령(草玉鈴), 녹령초(鹿鈴草), 초옥란(草玉蘭), 노려화(蘆藜花), 콘발라리아초, 둥구리아싹이라고도 한다.   

 

은방울꽃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배수가 잘 되는 산지에 자란다.

 

은방울꽃(월악산 만수골, 2021. 5. 1)

은방울꽃의 땅속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고, 군데군데에서 지상으로 새순이 나오며 밑부분에 수염뿌리가 있다. 키는 높이 20~35cm 정도로 자란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잎이 나기 전 기부에서 몇 개의 막질 초상엽이 3월 하순경에 나와 자라면서 그 속에 2개의 잎이 나와 밑부분을 서로 얼싸안아 원줄기처럼 된다. 잎은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다.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흰빛이 돈다.

 

은방울꽃(충주시 연수성당, 2022. 5. 5)

은 4~5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 모양은 종을 닮았으며, 끝이 6개로 갈라져서 뒤로 젖혀진다. 꽃대는 잎보다 짧은 초상엽 안쪽에서 나오며, 꽃차례에는 10개 정도의 꽃이 달린다. 포는 막질이고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꽃자루보다 짧거나 같다. 꽃자루는 굽는다. 수술은 6개이며 꽃부리 밑부분에 붙어 있다. 열매는 구형 장과(奬果)이다.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마치 빨간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것 같다.

 

은방울꽃(포천 광릉, 2022. 5. 8)

은방울꽃은 꽃과 잎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몇몇 지방에서는 이른봄에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그러나 식물 전체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과식하면 구토, 설사를 유발하며, 심하면 심부전증,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나물로 먹으려면 데쳐서 흐르는 물에 하루나 이틀 정도 담가 충분히 우려내는 것이 좋다. 다른 맛 좋은 나물도 많은데 굳이 은방울꽃 나물을 먹을 필요는 없다. 꽃은 절화 및 결혼용 부케에 쓰인다. 꽃에는 또 사과향 또는 레몬향이 들어 있어 고급향수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꽃향기도 독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은방울꽃(가평 연인산, 2014. 5. 18)

은방울꽃의 전초(全草) 및 뿌리를 영란(鈴蘭)이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초로 쓰기도 한다. 전초는 개화기, 뿌리는 8월경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온양이뇨(溫陽利尿), 활혈거풍(活血祛風)의 효능이 있어 심장 쇠약, 부종(浮腫), 노상(勞傷), 붕루(崩漏), 백대(白帶), 타박상, 소변불리(小便不利), 단독(丹毒) 등을 치료한다. 달이거나 산제(散劑)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인 물로 환부를 씻거나, 불에 태운 재를 가루내어 고루 바른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영란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은방울꽃(단양 소백산, 2006. 5. 28)

은방울꽃은 전 세계에 은방울꽃(Lily of the valley), 독일은방울꽃(German lily of the valley)미국은방울꽃(American lily of the valley) 등 단 3종만 있다. 독일은방울꽃(Convallaria majalis L.)은 유럽 중부에 자생한다. 꽃대가 잎 위로 올라와 관상용으로 적합하다. 꽃이 크고, 향기도 좋다. 꽃색은 흰색 외에 분홍색도 있다. 미국은방울꽃(Convallaria majuscula Raf.)은 미국 동부에 자생한다. 은방울꽃과 비슷하다. 꽃색은 상아빛 흰색 또는 분홍색이다.

 

2021. 8. 17. 林 山. 2022.6.1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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