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둥굴레 '고귀한 봉사'

林 山 2021. 8. 18. 15:49

중부 지방은 4월 말~5월 초순부터 둥굴레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둥굴레는 꽃망울도 둥굴둥굴하고, 열매도 둥굴둥굴하다. 줄기는 둥구렇게 휘어지고, 둥구런 육질 근경은 대나무처럼 뻗어간다. 그래서 둥굴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둥굴레(월악산 만수골, 2021. 5. 1)

고려 말인 1236년경에 나온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둥굴레가 '두응구라(豆應仇羅)'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인 17세기 말~18세기 초에 나온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둥굴례', 1829년경에 나온 '물명고(物名考)'에는 오늘날과 같은 '둥굴레'로 표기되어 있다. '향약구급방'의 '두응구라'가 '둥구라->둥구례->둥굴례->둥굴레'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둥굴레에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 임천 땅 어느 부잣집에서 일하던 여종이 힘든 종살이가 싫어서 산속으로 달아났다. 여종은 산속에서 먹을 것이 없어 잎이 넓적한 식물의 뿌리를 캐먹고 살았다. 대나무처럼 생긴 뿌리는 맛도 좋아서 계속 먹었더니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어느 날 밤 큰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났다. 여종은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호환(虎患)을 피했다. 다음날 아침 나무에서 내려오니 새처럼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뒤 옛 주인집에서 일하는 다른 노비가 나물을 캐러 산에 들어왔다가 여종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일러바쳤다. 주인은 노비들과 함께 여종을 잡으려고 하루종일 산속을 쫓아다녔다. 하지만 여종이 어찌나 빠르게 날아다니는지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주인은 산에서 나는 영약(靈藥)을 먹고 여종이 선인(仙人)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종이 잘 다니는 길에 술과 산해진미를 놓아두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술과 산해진미를 배불리 먹은 순간 여종은 선인의 능력을 잃어버렸다. 주인이 여종을 잡아서 그녀가 먹은 영약을 자세히 물어보니 바로 둥굴레였더라는 이야기다.  

 

둥굴레는 백합목 백합과 둥굴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폴리고나툼 오도라툼 바. 플루리플로룸 (미켈.) 오위[Polygonatum odoratum var. pluriflorum (Miq.) Ohwi]다. 속명 'Polygonatum'에서 '폴리(poly)'는 ‘많다’, '게누(genu)'는 ‘마디, 무릎’을 뜻한다. 꽃말은 '고귀한 봉사'다.

 

둥굴레의 영어명은 솔로몬스 실(Solomon’s Seal)이다. 일어명은 아마도코로(あまどころ, 甘萆薢, 萎蕤, 甘野老)이고, 별명은 이즈이(いずい, 萎蕤) 또는 에미구사(えみぐさ, 笑み草)이다. 중국명은 위주(玉竹) 또는 뉘웨이(女萎)이다. 둥굴레를 옥죽(玉竹) 또는 여위(女萎), 위이(委簃), 위유(萎蕤), 위삼(葳參), 편황정(片黃精), 황정(黃精), 맥도둥굴레, 애기둥굴레, 좀둥굴레, 괴불꽃이라고도 한다. 본초학에서 황정은 층층둥굴레와 낭사황정(囊絲黃精)이다. 

 

둥굴레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 자생한다. 산이나 들의 반그늘 지역에서도 자란다.

 

둥굴레(월악산 만수골, 2021. 5. 9)

둥굴레의 뿌리는 굵은 육질로 대나무처럼 옆으로 뻗으며, 황백색을 띠고 단맛이 있다. 근경에는 수염뿌리가 난다. 육질의 근경은 점질이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서는데 윗부분으로 가면서 약간 구부러지고 가지는 없다. 줄기에는 6줄의 능각이 있고 끝이 처진다. 잎은 대나무와 유사하며 어긋나기한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이고 한쪽으로 치우쳐서 퍼진다. 엽병은 없다.

 

꽃은 6~7월에 밑부분은 흰색, 윗부분은 녹색으로 핀다. 줄기의 중간 부분부터 1~2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자루는 밑부분이 합쳐져서 꽃대로 된다. 6개의 수술은 판통 윗부분에 붙는다. 수술대에는 잔돌기가 있다. 꽃밥은 수술대와 길이가 거의 같다. 꽃이 지면 둥근 장과를 맺는다. 장과는 9~10월경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둥굴레(월악산 만수골, 2021. 5. 9)

둥굴레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봄에 어린순을 물에 오래 담가 우려낸 다음 데쳐서 무치거나 나물로 먹고 쌈으로 먹기도 한다. 뿌리는 쪄서 먹거나 밥과 섞어서 먹기도 한다. 장아찌, 튀김, 조림, 볶음 요리로도 먹는다. 근경을 말린 후 볶아 차로 사용한다. 술로 담그기도 한다. 옛날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에는 구황식물이었다. 

 

둥굴레는 잎과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화훼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고, 분화로 이용해도 좋다. 절화나 절엽으로도 이용한다.

 

둥굴레(가평 연인산, 2014. 5. 18)

둥굴레와 왕둥굴레의 근경(根莖)을 본초학에서 옥죽(玉竹)이라고 한다. 봄, 가을에 캐어 줄기와 잎, 수염뿌리 등을 제거하고 겉껍질에서 점액이 스며나올 때까지 햇볕에 바랜 다음 가볍게 두드려서 털을 제거하고 다시 황색이 될 때까지 바랜다. 그 다음에 문지르고 비벼서 손질하여 다시 햇볕에 바래는 것을 반복하여, 부드럽고 광택이 나며 딱딱한 심이 없어지게 되면 다시 햇볕에 말려 보관한다.

 

옥죽은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중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양음윤조(養陰潤燥), 생진지갈(生津止渴)의 효능이 있어 열병음상(熱病陰傷), 해수번갈(咳嗽煩渴), 허로발열(虛勞發熱), 소곡이기(小穀易飢), 소변빈삭(小便頻數) 등을 치료한다. 장기간 복용하면 안색과 혈색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달여서 복용한다. 환산제(丸散劑)로도 복용한다. 한의사들은 약력이 약하기 때문에 임상에서 옥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둥굴레(월악산 용암봉, 2021. 5. 23)

둥굴레의 유사종에는 산둥글레(Thunberg's solomon's seal), 큰둥글레, 맥도둥글레, 왕둥글레(Robust solomon's seal), 층층둥굴레, 층층갈고리둥굴레, 종둥굴레, 용둥굴레(Wide-bract solomon's seal), 각시둥굴레(Dwarf solomon's seal), 퉁둥굴레, 진황정(陳黃精), 낭사황정(囊絲黃精), 전황정(滇黃精), 죽대 등이 있다. 

 

산둥글레(Polygonatum thunbergii Morr. & Decne.)는 잎 뒷면에 유리조각 같은 돌기가 있다. 꽃의 길이는 2~2.5㎝이다. 큰둥글레(Polygonatum odoratum var. maximowiczii)는 키가 30∼80cm이다. 잎 뒷면 맥위에 잔돌기가 많고, 꽃이 1~4개씩 달린다. 맥도둥글레(Polygonatum koreanum)는 잎의 길이 16㎝, 폭 5㎝ 정도이다. 꽃은 4개씩 달린다. 왕둥글레[Polygonatum robustum (Korsh.) Nakai]는 울릉도에 자생한다.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며, 꽃이 2~5개씩 달린다. 층층둥굴레(Polygonatum stenophyllum Maxim.)는 키가 30~90㎝ 정도이다. 잎은 3~5개가 돌려나기하며 좁은 피침형이다. 꽃은 6월에 연한 황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바퀴모양으로 달린다. 층층갈고리둥굴레(Polygonatum sibiricum F.Delaroche)는 키가 90~120㎝이다. 잎은 단엽 또는 2~7개가 돌려나기한다. 꽃은 양성꽃으로 6~7월 흰색으로 핀다. 2~8개의 꽃이 밑으로 처진다. 종둥굴레(Polygonatum acuminatifolium Kom.)는 키가 10~30cm이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이다.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2개가 마주보고 달린다. 화피는 통형으로 노란색이다.

 

둥굴레(월악산 용암봉, 2021. 5. 23)

용둥굴레[Polygonatum involucratum (Franch. & Sav.) Maxim.]는 키가 20~60cm 정도이다. 꽃은 5~6월에 백록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2개씩 달린다. 잎 모양의 포(苞) 안에 2개의 꽃이 들어 있다. 포는 꽃의 대부분을 감싼다. 목포용둥글레는 화경, 포, 잎 뒷면에 유리조각 같은 돌기가 있고, 암술이 수술보다 짧다. 암술대는 씨방 길이의 2배 정도이다. 안민용둥글레는 포가 꽃자루의 중상부에 달린다. 각시둥굴레(Polygonatum humile Fisch. ex Maxim.)는 키가 15~30cm 정도이다. 둥굴레 종류 중 키가 가장 작다. 꽃은 5~6월에 노란색과 푸른색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한라각시둥굴레는 키가 12㎝ 정도이며, 한라산에서 자란다. 퉁둥굴레(Polygonatum inflatum Kom.)는 키가 30~80cm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2줄로 배열된다. 꽃은 5~6월에 피고, 통형이며 연한 녹색이다. 포가 꽃의 아래쪽만 조금 감싼다. 

 

둥굴레 열매(충주 금봉산, 2006. 6. 18)

진황정(Polygonatum falcatum A.Gray)은 키가 약 50~80cm이다. 꽃은 5월에 푸른색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3~5개 때로는 1개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다소 산형 또는 산방형으로 달린다. 낭사황정(Polygonatum cyrtonema Hua.)은 중국에 분포한다. 다화황정(多花黃精)이라고도 한다. 꽃은 1~2개 또는 여러 송이가 산형꽃차례로 핀다. 수술대의 선단(先端)이 낭상(囊狀)이다. 전황정(Polygonatum kingianum)은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의 700~3,600m의 고지대에 분포한다. 잎은 돌려나기한다. 꽃받침과 꽃부리는 분홍색이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2~4개가 달린다. 때로는 1개, 많으면 6개까지 달린다. 죽대(Polygonatum lasianthum Maxim.)는 충북 속리산과 경북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꽃은 5~6월에 노란색과 푸른색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 1~2개씩 달린다. 꽃이 핀 후에도 밑으로 완전히 드리워지지 않는다.

 

2021. 8. 1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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