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애기나리

林 山 2021. 8. 20. 15:57

2021년 5월 첫 주말을 맞아 월악산 만수봉을 오르기 위해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자연탐방로에는 때마침 애기나리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애기나리는 이파리가 나리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작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애기'라는 접두사가 붙은 식물은 크기가 작고 앙증맞다는 특징이 있다.

 

애기나리에 얽혀 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어느 고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 고을 사또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 어느 날 처녀를 본 사또 아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가 사랑을 고백하려고 다가가자 처녀는 자신을 희롱하려는 것으로 알고 은장도를 꺼내 자결을 하였다. 처녀를 진실로 사랑했던 사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처녀의 무덤 위에는 고개를 숙인 꽃 한 송이가 수줍은 듯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을 애기나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애기나리(월악산 만수골, 2021. 5. 1)

애기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애기나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디스포룸  스밀라시눔 아사 그레이l(Disporum smilacinum A.Gray)다. 영어명은 페어리-벨스(fairy-bells), 일어명은 치고유리(チゴユリ, ちごゆり, 稚児百合), 중국명은 샨동완셔우주(山东万寿竹)이다. 애기나리를 가지애기나리, 아백합(兒百合), 흰애기나리라고도 한다. 꽃말은 '깨끗한 마음'이다. 서양 꽃말은 '요정들의 소풍'이다.

 

애기나리의 원산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이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의 산지에 분포한다. 활엽수림 주변의 경사가 완만한 지역이나 숲속 응달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애기나리(장소 불명, 2021. 5. 3)

애기나리의 근경은 옆으로 길게 뻗는다. 키는 15~40cm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가 없거나 1~2개로 갈라진다. 원줄기 밑부분을 엽초같은 3~4개의 막질 잎이 둘러싼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난상 긴 타원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다. 엽병은 없고 밑부분은 둥글며 갑자기 좁아져서 원줄기에 달린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세포가 반달모양으로 선다.

 

은 4~5월에 가지끝에 1~2개의 연한 녹색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꽃잎은 6개가 비스듬히 퍼지고, 끝이 날카로운 피침형으로 된다. 수술은 6개로서 화피밑에 달린다. 수술대는 편평하며 기부가 넓다. 꽃밥은 황색이고 긴 타원형이다. 씨방은 달걀모양으로서 3실이다. 암술대는 끝이 3개로 갈라지며, 암술머리는 3개이다. 열매는 장과이며, 둥글고 흑색으로 익는다.

 

애기나리(가평 연인산, 2014. 5. 18)

애기나리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애기나리의 어린 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그러나, 줄기와 뿌리에는 독이 있으므로 먹으면 안 된다.

 

애기나리의 뿌리줄기를 보주초(寶珠草)라고 한다. 민간에서 해수, 천식, 소화불량 등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금강애기나리(단양 소백산, 2006. 5. 28)  

애기나리의 유사종에는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Geumgang twisted-stalk) 등이 있다. 큰애기나리[Disporum viridescens (Maxim.) Nakai]는 키가 30~70cm 정도이다. 애기나리에 비해 키가 크며, 가지가 나누어진다. 꽃이 가지 끝마다 보통 2~3송이씩 핀다. 금강애기나리[Streptopus ovalis (Ohwi) F.T.Wang & Y.C.Tang]는 키가 10~30cm이다. 꽃은 4~6월에 연한 황백색으로 피고 자주색의 반점이 있다. 잎과 줄기에 가시 돌기가 나타난다. 열매는 약간 세모지고, 붉은색으로 익는다.

 

2021. 8.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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