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복주머니란(개불알꽃) '튀는 아름다움'

林 山 2021. 9. 2. 17:38

복주머니란 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튀는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복주머니란은 꽃의 생김새가 꼭 개의 불알과 흡사해서 개불알꽃이라고 불렸다. 또, 옛날에 쓰던 요강을 닮아서 요강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개불알꽃은 그 이름이 상스럽다고 해서 복주머니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개불알을 꼭 빼닮은 꽃을 복주머니란이라고 바꾼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어 민중들의 집단지성이 담겨 있는 이름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함부로 바꾸는 것은 어쩌면 횡포일 수도 있다.  

 

복주머니란(화천 비수구미, 2021. 5. 5)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복주머니란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아강(百合亞綱, Liliidae) 난초목(蘭草目, Orchidales)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 복주머니란속(Cypripedium)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미종자목(微種子目, Microspermae)으로 분류되어 있다. 미종자목은 벤섬 & 후커(Bentham & Hooker), 엥글러(Engler) 분류 체계에서 사용되었으나, 현대 분류 체계에서는 난초목으로 대체되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복주머니란의 학명은 키프리페디움 마크란토스 슈바르츠(Cypripedium macranthos Sw.)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키프리페디움(Cypripedium)'은 '미의 여신 베누스(Venus)'를 뜻하는 근대 라틴어 '키프리스(Cypris)'와 '그리스어 페딜론 샌들의 변형(modification of Greek pedilon sandal)'인 '-페디움(-pedium)'의 합성어다. 로마 신화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인 베누스가 신는 페딜론 샌들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마크란토스(macranthos)'는 '긴(long) 또는 큰(large)'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마크로스(makros)' 기원의 '마크로(macro)'와 '꽃(flower)'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다. 큰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슈바르츠(Sw.)'는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분류학자 올로프 피터 슈바르츠(Olof Peter Swartz, 1760~1818)다. 슈바르츠는 분류학과 양치식물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1800년 'Kongl. Vetenskaps Academiens Nya Handlingar'에서 복주머니란의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복주머니란(화천 비수구미, 2021. 5. 5)

 

국표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복주머니란(추천명), 개불알꽃, 레분복주머니란, 미색복주머니란, 복주머니, 복주머니꽃, 요강꽃, 작란화(雀蘭花) , 포대작란화(布袋雀蘭花) , 흰복주머니란 등이 있다. 국생정정 등재 국명은 복주머니란(추천명), 개불알꽃(비추천명)이다.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은 작란화로 알져 있다.   

복주머니란은 꽃 모양이 옛날 허리띠에 차고 다니던 복주머니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동물의 음낭(陰囊, 불알)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사람의 음낭에 비유하는 것은 거북해서 만만한 개를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좀 점잖게 복주머니란으로 부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중들은 지금도 대부분 개불알꽃으로 알고 있으며, 또 그렇게 부르고 있다. 복주머니란의 꽃말은 '기쁜 소식, 희망(希望), 튀는 아름다움'이다. '튀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이 그럴 듯하다.    

 

복주머니란(삼척시 남양동, 2006. 5. 13)

 

국표, 국생정 등재 복주머니란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빅-플라워 레이디스 슬리퍼(Big-flower lady's slipper)다. '큰 꽃(Big-flower)이 피는 개불알꽃(lady's slipper)'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복주머니란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아츠모리소우(アツモリソウ, 敦盛草)다. 일문명은 주머니 모양(袋状)의 입술판(唇弁)을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 말기 무장(武将) 타이라노 아츠모리(たいらのあつもり, 平敦盛)의 호로(ほろ, 母衣)로 나타낸 것이다. 호로는 옛날 일본 무사들의 갑옷 뒤에 덮어 씌워서 화살을 막던 포대와 같은 천이다. 

아츠모리소우의 꽃말(花言葉)은 '변덕, 들뜬 마음(移り気), 변하기 쉬운 애정(変わりやすい愛情), 그대를 잊지 않으리(君を忘れない)'다. 꽃말은 무장 타이라노 아츠모리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복주머니란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따화샤오란(大花杓兰)이다. '큰 꽃(大花)이 피는 복주머니란속(杓兰屬) 식물'이란 뜻이다. 더우인백과(抖音百科) 등재 별명(別名, Synonym)에는 따커우다이화(大口袋花), 꺼우파오즈(狗匏子) 등이 있다. 따화샤오란의 꽃말(花語)은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我永远不会忘记你)'이다.  

언제부터인지 국표는 그동안 기재했던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삭제했다. 국표는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다시 기재해야 한다. 출처와 연도는 국명의 유래를 밝히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국표는 북한명과 중문명도 등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명은 국명만큼 중요하고, 중문명은 많은 국명의 유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복주머니란(삼척시 남양동, 2006. 5. 13)

 

복주머니란은 일본, 중국, 유럽,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역에 분포한다. 남획(濫獲)으로 인해 개체수가 매우 적다. 자생지 확인 및 국가적인 보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국생정). 제주도를 제외한 한강토 전역에 나며, 동유럽, 러시아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시베리아, 중국 동북부, 일본 등에 분포한다. 산지의 경사진 풀밭이나 숲속에서 자생한다(국생관).  

복주머니란은 국가적색목록(Redlist)에 위기(EN)로 평가되어 있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보호대상종이다. 환경부는 복주머니란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생물 목록(IUCN Red List)에는 멸종 위기(EN, Endangered)로 평가되어 있다. 

등에 호로(母衣)를 장착한 쿠마가이 나오자네(熊谷 直実, 一の谷合戦図屏風)

 

아츠모리소우(敦盛草)의 원산지는 일본, 한국(韓国), 중국, 타이완(台湾), 러시아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의 나가노현(長野県)과 야마나시현(山梨県), 후쿠이현(福井県) 등지에 난다(F0M).  

따화샤오란(大花杓兰)은 중국 헤이룽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네이멍구(内蒙古), 허베이(河北), 샨둥(山东)에 난다. 타이완, 일본 조선반도(朝鲜半岛), 러시아 등지에도 분포한다. 해발 400~2400m의 숲, 숲 가장자리, 경사면의 부식질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복주머니란은 일본과 중국, 타이완, 러시아에도 분포한다. 따라서, 복주머니란이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는 국생정의 주장은 오류다. 

 

복주머니란(강원도 양구, 2024. 5. 18)

 

복주머니란의 근경(根莖)은 옆으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키는 20~40cm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다세포의 털이 있다. 잎은 3~5개가 어긋나기한다. 잎  모양은 타원형(楕圓形)으로 털이 약간 있고, 기부(基部)는 짧은 엽초(葉鞘)를 이루어 줄기를 감싼다. 밑부분에 달린 2~3개의 잎은 초상(鞘狀)이다. 

꽃은 5~7월에 연한 홍자색(軟紅紫色)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1개씩 항아리와 같은 모양으로 달리며 포(苞)는 잎과 같다. 상부의 꽃받침조각은 달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다. 하부의 꽃받침조각은 서로 붙어 있으며 끝이 2개로 갈라진다. 꽃잎 중에서 2개는 난상 피침형(卵狀披針形)으로 끝이 뾰족하고, 안쪽 밑부분에 털이 약간 있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큰 주머니 모양이며, 안쪽에 긴 털이 산재한다. 열매는 삭과(蒴果), 타원형이다.   

 

복주머니란(강원도 양구, 2024. 5. 18)

 

복주머니란은 주로 화분에 심어 분재(盆栽)로 이용하나 정원의 낙엽수 밑에 심을 수도 있다(국생정). 하지만, 복주머니란을 자생지에서 옮겨 심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이식(移植)한 지 대개 3~4년 뒤에는 죽어버린다고 한다. 몰지각한 인간들의 욕망이 복주머니란을 멸종의 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이기에 국가적으로 불법 남획이나 도채(盜採)를 철저하게 방지해야 한다. 

 

복주머니란(강원도 양구, 2024. 5. 18)

 

따화샤오란(大花杓兰)의 뿌리(根) 및 뿌리줄기(根状茎)를 우공치(蜈蚣七)라고 한다. 맛은 쓰고 매우며(苦辛), 성질은 따뜻하다(温). 약간 독(小毒)이 있다. 이뇨소종(利尿消肿), 활혈거어(活血祛瘀), 거풍진통(祛风镇痛)의 효능이 있다. 전신부종(全身浮肿), 소변불리(小便不利), 대하병(带下病), 풍습요퇴통(风湿腰腿痛), 질타손상(跌打损伤), 이질(痢疾) 치료에 쓴다. 꽃은 우공치화(蜈蚣七花)라고 하는데, 외상출혈(外伤出血)에 사용한다(百度百科). 

복주머니란의 뿌리 및 전초(全草)를 오공칠(蜈蚣七)이라 하며 약용한다. 이뇨소종(利尿消腫), 활혈거어(活血祛瘀), 거풍습(祛風濕), 진통(鎭痛)의 효능이 있다. 전신유종(全身乳腫), 하지수종(下肢水腫), 백대(白帶), 임증(淋症), 류머티즘동통(疼痛), 타박상, 노상(勞傷)을 치료한다. 꽃은 그늘에 말려 갈아 분말로 지혈에 사용한다(국생정). '전신유종(全身乳腫)'은 '전신부종(全身浮肿)'의 오기(誤記)다. 국책 기관에서 이런 오류를 범하면 그 부끄러움은 인민의 몫이다.  

오공칠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오공칠을 사용하지 않는다. 멸종 위기 식물을 약초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공칠보다 더 좋은 효능을 가진 다른 약초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복주머니란(양구 국립DMZ자생식물원, 2024. 5. 19)

 

국표 등재 복주머니란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광릉요강꽃(Cypripedium japonicum Thunb.), 노랑복주머니란(Cypripedium calceolus L.), 산서복주머니란(Cypripedium shanxiense S.C.Chen), 양머리복주머니란(Cypripedium agnicapitatum Y.N.Lee), 얼치기복주머니란(Cypripedium × ventricosum Sw.), 털복주머니란(Cypripedium guttatum Sw.) 등 6종이 있다. 

 

복주머니란(지리산 노고단, 2016. 6. 5)

 

광릉요강꽃(Korean lady's slipper, Japanese lady's-slipper, クマガエソウ, 熊谷草, 扇脉杓兰)은 경기도 광릉의 죽엽산 및 경기 북부에서 자란다.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에도 자생지가 있다. 마주나기하는 잎은 부채꼴이며 방사상 맥이 있다. 화기(花期)는 4~5월이다. 꽃은 연한 녹색이 도는 적색이며, 원줄기 끝에서 1개가 밑을 향해 달린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주머니 같고, 백색 바탕에 홍자색의 맥이 있다. 노랑복주머니란(Lady's slipper orchid, オオキバナアツモリ, 樺太敦盛草, 杓兰)은 한강토 양강도, 함경북도, 평안북도에 자생한다. 러시아, 몽골, 일본, 중국, 유럽에 분포한다. 화기는 5~6월이다. 복주머니란과 비슷하지만 입술 꽃잎 겉은 밝은 노란색, 안에는 붉은색 반점이 있으며, 줄기 끝에 1~3개씩 피는 것이 다르다.   

산서복주머니란(Shanxi lady's slipper, ドウトウアツモリソウ, 道東敦盛草, 山西杓兰)의 원산지는 일본 홋카이도 동부, 중국,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백두산에서 자란다. 꽃은 5~8월에 핀다. 꽃차례에는 2개의 꽃이 달리며, 드물게 한 개 또는 세 개의 꽃이 핀다. 꽃은 황갈색에서 보랏빛 갈색이며, 더 어두운 맥이 있다. 입술꽃잎에는 암갈색 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입술꽃잎은 깊은 주머니 형태이며, 바깥쪽은 털이 없고 안쪽 바닥에 털이 있다. 양머리복주머니란(Sheep-head lady's slipper)은 백두산에 분포한다. 꽃은 줄기 끝에 1송이씩 달린다. 등꽃받침은 노란색에 자주색이 섞여 있으며, 넓은 피침형이다. 곁꽃잎은 피침형, 황토색이고, 입술 모양 꽃부리보다 길고, 꼬여 있으며, 끝부분이 더 많이 꼬인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타원형의 복주머니 모양으로, 미색 바탕에 희미한 자주색 선이 있으며, 안쪽에 털이 모여 난다.   

얼치기복주머니란(Eolchigi lady’s slipper, アイノコアツモリ)은 유라시아의 북위 50~60°지역과 캄차카에 넓게 분포하며 백두산에서 자란다. 화기는 5~6월이다. 꽃은 꽃줄기 끝에 보통 2개가 달리지만, 간혹 1개가 달리기도 한다. 등꽃받침은 달걀 모양으로 자갈색의 세로줄과 반점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색이 다양하다. 입술꽃잎은 아주 옅은 붉은빛을 띤 흰색이다. 곁꽃받침은 담녹색을 띤 탁한 흰색 바탕에 자갈색 반점이 있다. 복주머니란과 노랑복주머니란의 잡종이다. 털복주머니란(Spotted lady’s slipper, チョウセンキバナアツモリ, 朝鮮黄花敦盛草, 紫点杓兰)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 부탄, 유럽, 북아메리카다. 한강토에서는 설악산, 함백산 등 강원도 이북 고산지대의 풀밭이나 숲속에 나타나며 매우 드물다. 꽃은 황백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고, 위꽃받침조각은 넓은 달걀 모양이며, 옆꽃받침조각은 동합하여 타원형으로 되고 끝이 2개로 갈라진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보통 흰색에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주머니 같고 안쪽에 털이 있다. 복주머니란과 비슷하나 식물 전체에 털이 많다.   

 

복주머니란(지리산 노고단, 2016. 6. 5)

 

국표 등재 복주머니란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은 운남복주머니란(Cypripedium yunnanense Franch.), 중디안복주머니란(Cypripedium bardolphianum var. zhongdianense S.C.Chen), 티베트복주머니란(Cypripedium tibeticum King ex Hemsl.) 등 3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1. 9. 2. 林 山. 2024.5.22. 최종 수정

#복주머니란 #개불알꽃 #광릉요강꽃 #Bigflowerladysslipper #アツモリソウ #敦盛草 #大花杓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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