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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US 오픈] 18세 신데렐라 에머 라두카누, US 오픈 여자 단식 우승

林 山 2021. 9. 12. 09:54

18세 라두카누 US 오픈 여자 단식 제패, 19세 페르난데스 2-0 완파

 

2002년생 만 18세 10개월의 에머 라두카누(150위, 영국)가 예선 통과 선수로는 최초로 US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을 제패하며 10대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977년 윔블던 챔피언쉽에서 버지니아 웨이드의 우승 이래 44년 만의 일이다.

 

9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천750만 달러, 약 674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라두카누는 같은 10대인 2002년생 만 19세의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 캐나다)를 1시간 51분 만에 2-0(6-4, 6-3)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라두카누는 우승컵과 함께 상금 250만 달러(약 29억3000만 원)를 받으면서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우승컵에 키스하는 에머 라두카누 

페르난데스는 본선 3회전에서 오사카 나오미(3위, 일본), 16강전에서 안젤리크 케르버(17위, 독일) 등 전 챔피언, 준준결승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 우크라이나), 준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위, 벨라루스)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으나 라두카누를 넘지 못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페르난데스는 준우승 상패와 함께 상금 125만 달러(약 14억3천만 원)를 받았다.  

 

예선부터 시작해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까지 진출한 라두카누는 페르난데스마저 2-0으로 물리침으로써 10경기 연속 무실 세트 승리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예선 3경기를 모두 2-0으로 이기고 올라온 라두카누는 본선 1회전에서 슈테파니 푀겔레(128위, 스위스), 2회전에서 장슈아이(49위, 중국), 3회전에서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41위, 에스빠냐), 16강전에서 셸비 로저스(43위, 미국), 8강전에서 벨린다 벤치치(12위, 스위스), 준결승에서 마리아 사카리(18위, 그리스)를 각각 2-0으로 격파하고 결승까지 진출해 노박 조코비치(1위, 세르비아)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 승리로 라두카누는 역대 두 번째로 US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세계 랭킹 100위 미만의 선수가 됐다. 2009 US 오픈에서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는 세계 랭킹 없이 결승에 올라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라두카누는 1999년 대회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US 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우승 당시 윌리엄스의 나이는 17세 11개월이었다. 또 2004 윔블던 챔피언쉽 결승에 올랐던 마리야 샤라포바 이후 최연소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샤라포바의 당시 나이는 17세였다. 라두카누는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최초로 예선 통과자가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시상대에 선 에머 라두카누(우)와 레일라 페르난데스(좌)

라두카누는 1세트 초반 페르난데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이드라인 깊숙이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며 1세트를 6-4로 따냈다. 

 

반격에 나선 페르난데스는 2세트 초반 2-1로 앞서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라두카누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전세를 뒤집어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 5-2로 달아났다. 페르난데스도 1게임을 만회해 게임 스코어 5-3이 되었다. 

 

라두카누가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30-40으로 뒤지고 있을 때였다. 라두카누는 상대의 예리한 스트로크 공격을 되받아치려고 슬라이딩하다가 왼쪽 무릎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응급처치를 위한 메디컬 타임 아웃을 가진 후 코트로 돌아온 라두카두는 두 차례 듀스 끝에 챔피언쉽 포인트를 잡았다. 이어 라두카누의 서브 에이스가 상대 코트에 총알처럼 꽂혔다. 우승을 확인한 라두카누는 얼굴을 감싼 채 코트에 드러누워 기쁨을 가누지 못했다. 10대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준우승자 레일라 라두카누

페르난데스에게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회심의 결정구가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되면서 기회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특히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3차례 듀스 끝에 내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루마니아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두카누는 2살 때 영국으로 이주하여 런던에서 자라면서 5살 때부터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주니어 때는 켄트 주의 청소년 스포츠를 위한 켄트 트러스트(Kent Trust for Youth Sport)의 주니어 스포츠 선수 후원 사업의 테니스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라두카누는 2018 난징 서키트(총상금 1만5천달러)에 처음 출전해 8강에 올랐다. 이후 2018, 2019 윔블던 챔피언쉽 예선, 2021 노팅엄 오픈에 참가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다. 1년 전만 해도 라두카누의 세계 순위는 338위에 불과했다. 1년 뒤 2021년 7월에 열린 윔블던 챔피언쉽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라두카누는 영국 여자 선수 역대 최연소로 단식 16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혼합 복식 데시래이 크러우칙-조 솔즈베리 조 우승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는 데시래이 크러우칙(미국)-조 솔즈베리(영국) 조가 줄리아나 올모스(멕시코)-마르셀로 아레발로(엘살바도르) 조를 2-0(7-5, 6-2)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에 키스하는  데시래이 크러우칙- 조 솔즈베리 조

솔즈베리는 11일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서도 우승해 대회 2관왕이 되었다. 솔즈베리는 라지브 램(미국)과 한 조를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제이미 머리(영국)-브루노 소아레스(브라질) 조를 2-1(3-6, 6-2, 6-2)로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