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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US 오픈] 10대 돌풍 레일라 페르난데스-에머 라두카누 결승 격돌

林 山 2021. 9. 10. 15:29

19세 레일라 페르난데스 2-1 세계 2위 아리나 사바렌카 격파

 

2002년생 만 19세의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 캐나다)가 아리나 사바렌카(2위, 벨라루스)를 꺾고 2021 US 오픈 여자 단식에서 생애 처음 결승에 진출하며 10대 돌풍을 이어갔다. 페르난데스는 9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천750만 달러, 약 674억원)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사바렌카를 2시간 21분의 접전 끝에 2-1(7-6, 4-6, 6-4)로 격파하고 남녀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했다. 

 

3회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3위, 일본), 16강전에서 2016 US 오픈 우승자 안젤리크 케르버(17위, 독일) 등 전 세계 랭킹 1위 강자들에 이어 8강전에서 WTA 투어 대회 여자 단식 16회 우승자인 강호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 우크라이나)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페르난데스는 세계 2위 사바렌카까지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포효하는 레일라 페르난데스

페르난데스는 결승 진출과 함께 상금 125만 달러(약 14억3천만 원)를 확보했다. 우승 상금은 250만 달러(약 29억3000만 원)다. 결승전에 올라가면서 페르난데스의 세계 랭킹도 25위까지 올라갔고, 우승하면 19위가 된다. 

 

10대 선수가 US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것은 2019년 비앙카 안드레스쿠(7위, 캐나다) 이후 올해 페르난데스가 2년 만이다. 당시 안드레스쿠는 만 19세 3개월의 나이로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9월 6일이 19번째 생일이었다.

 

페르난데스가 2021 US 오픈 챔피언이 되면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22위, 미국) 이후 22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식 최연소 우승자가 된다. 1999 US 오픈에서 우승할 당시 윌리엄스의 나이는 18세 11개월이었다. US 오픈 여자 단식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은 1979 US 오픈에서 트레이시 오스틴(미국)이 달성한 16세 9개월이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는 1997 호주 오픈을 제패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의 16세 4개월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1세트에서 두 선수는 승부를 에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꽃 튀는 초접전을 벌였다. 결국 게임 스코어 6-6에서 타이브레이크 승부로 넘어갔다. 페르난데스는 타이브레이크 게임을 7-3으로 따내고 기선을 제압했다. 반격에 나선 사바렌카는 2세트를 6-4로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행운의 여신은 페르난데스의 편이었다. 3세트 게임 스코어 4-5로 뒤진 사바렌카는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통한의 더블 폴트 2개를 연달아 범하는 바람에 페르난데스에게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에콰도르인 아버지와 필리핀 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는 2019년에 프로 데뷔를 했다. 하지만 코비드19로 인해 2020년 9월이 지나서야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18세 에머 라두카누 2-0 마리아 사카리 완파

 

이어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2002년생 18세 10개월의 에머 라두카누(150위, 영국)가 예선 통과 선수로는 최초로 US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 진출하며 10대의 돌풍을 이어갔다.  

 

라두카누는 준결승에서 마리아 사카리(18위, 그리스)를 2-0(6-1, 6-4)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라두카누는 예선부터 시작해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9경기를 연달아 승리하며 결승까지 진출해 페르난데스와 함께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기뻐하는 에머 라두카누

라두카누는 예선에서 마야르 샤리프(118위, 이집트), 본선 1회전에서 슈테파니 푀겔레(128위, 스위스), 2회전에서 장슈아이(49위, 중국), 3회전에서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41위, 에스빠냐), 16강전에서 셸비 로저스(43위, 미국), 8강전에서 벨린다 벤치치(12위, 스위스)를 각각 2-0으로 격파하고 4강전에 올라왔다. 준결승에서 라두카누는 사카리마저 2-0으로 완파함으로써 이번 대회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 승리로 라두카누는 역대 두 번째로 US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세계 랭킹 100위 미만의 선수가 됐다.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는 세계 랭킹 없이 결승에 올랐고,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1세트는 라두카누의 화려한 독무대였다. 강력하고 정확한 서브와 허를 찌르는 예리한 스트로크를 앞세운 라두카누는 1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냈다. 사카리는 특히 두 번째 서브가 약한 단점이 드러났다. 라두카누는 사카리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법으로 2세트를 6-4로 따내고 생애 처음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루마니아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두카누는 2살 때 영국으로 이주하여 런던에서 자라면서 5살 때부터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주니어 때는 켄트 주의 청소년 스포츠를 위한 켄트 트러스트(Kent Trust for Youth Sport)의 주니어 스포츠 선수 후원 사업의 테니스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라두카누는 2018 난징 서키트(총상금 1만5천달러)에 처음 출전해 8강에 올랐다. 이후 2018, 2019 윔블던 챔피언쉽 예선, 2021 노팅엄 오픈에 참가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다. 1년 전만 해도 라두카누의 세계 순위는 338위에 불과했다. 1년 뒤 2021년 7월에 열린 윔블던 챔피언쉽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라두카누는 영국 여자 선수 역대 최연소로 단식 16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라두카누-페르난데스의 결승전은 9월 12일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선수 중 누가 우승을 하든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신데렐라로 탄생하게 된다. 

 

이번 US 오픈은 유난히 10대들의 돌풍이 거센 대회가 되고 있다. 18세 4개월의 카를로스 알카라스(55위, 스페인)는 9월 8일 열린 펠릭스 오제알리아심(15위, 캐나다)과의 남자 단식 준준결승 도중 다리 부상으로 기권패하면서 10대 돌풍 대열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