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감나무 '경의(敬意), 자애(慈愛), 소박(素朴)'

林 山 2021. 10. 11. 19:41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오래도 전 한겨울 사문(沙門)에 있다가 환속한 벗과 함께 희양산(曦陽山) 기슭에 있는 봉암사(鳳巖寺)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은티마을에서 백두대간 지름티재를 넘으면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봉암용곡(鳳巖龍谷)이 나온다. 양산천(陽山川) 상류를 봉암용곡이라고 한다. 은티재 길과 지름티재 길 합류 지점을 지나는데 홍시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아름드리 감나무가 눈에 띄었다. 벗이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 두 개를 따왔다. 겨우내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농익은 홍시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먹었던 홍시의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2021년 5월말경 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를 지나가는데 언덕 위 키 작은 감나무에 활짝 핀 노오란 꽃이 눈에 들어왔다. 감은 많이 보았지만, 정작 감꽃은 한번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꽃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언덕 위로 올라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암꽃만 피어 있는 암나무였다. 감나무는 숫나무가 드물어서 수꽃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감나무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이나 그와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이 많다. 예를 들면 '가을에 감을 수확할 때 맨 위 꼭대기에 있는 감은 까마귀의 몫으로 남겨둔다.'말이 있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동물들을 위한 배려다. '감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속담에는 가지가 약해서 잘 부러지기 때문에 함부로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 '감나무를 태우면 재난을 당하거나 흉사가 생긴다.', '오뉴월에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목에 걸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은 과학적인 이치를 떠나 민간에서 전승되는 믿음이다. '감이 일찍 물들면 첫눈이 빨리 온다.', '감이 풍년 들면 대설이 온다.', '감씨가 많으면 추위가 심하고 적으면 눈이 적다.', '감이 풍년 든 해는 태풍이 있고 벼농사가 신통치 않다.', '감나무 잎의 싹이 나서 콩 한알을 쌀만큼 자라면 콩을 뿌려야 한다.', '임신부가 감을 먹으면 안된다.', '감을 어패류와 함께 먹으면 복통을 일으킨다.'는 속설은 민중들의 생활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이다. 

 

감나무 암꽃(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21)

감나무는 감나무목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돌감나무, 똘감나무, 산감나무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돌감나무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꽃말은 '경의(敬意), 자애(慈愛), 소박(素朴)'이다. 

 

국표와 국생정 학명은 디오스피로스 카키 툰베리(Diospyros kaki Thunb.)이다. 속명 '디오스피로스(Diospyros)'는 '제우스의 밀'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디오스푸로스(diospuros)'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디오스푸로스(diospuros)'는 '제우스(Zeus)'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디오스(Diós)'와 '밀(wheat)'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푸로스(purós)'의 합성어다. '디오스피로스(Diospyros)'는 '신과(神果)' 또는 '제우스의 밀'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맛있고 신성한 열매로 번역된다. 종소명 '카키(kaki)'는 일본어 '가키(柿·柹, かき, kaki)'를 차용한 것이다. '가키(柿·柹)'는 '감(나무)'이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국표와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감나무의 영어명은 오리엔틀 퍼시먼(Oriental persimmon)이다. '동양의 감'이란 뜻이다. FOM에는 차이니즈 퍼시먼(Chinese persimmon), 재퍼니즈 퍼시먼(Japanese persimmon), 카키(kaki), 카키 퍼시먼(kaki persimmon) 등의 영어명이 실려 있다. '퍼시먼(persimmon)'은 영어로 '말린 과일'을 뜻한다. 그 어원은 북미 동부에 사는 사람들의 멸종된 인도 언어(印度语言)와 관련이 있다. FOM에 등재된 일본명은 가키노키(カキノキ, 柿の木)이다. FOM,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싀(柿),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싀즈(柿子)이다.  

 

감나무의 분포 지역은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일본, 대만이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이남 지역에 식재하고 있다.  따뜻한 지방의 양지에서 잘 자란다(국생정). 가키노키(柿の木)는 중국, 대만, 인도, 베트남 원산의 재배종이다(FOM). 싀(柿)는 중국 창쟝(长江) 유역이 원산지이며, 후에 일본, US 등 세계 다른 나라에 도입되었다(維基百科). 싀즈(柿子)의 원산지는 중국 창쟝 유역이며, 지금은 각 성(省)에서 재배하고 있다. 한강토, 일본, 프랑스, 러시아, US,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다(百度百科). 

 

감은 250만 년 전 신생대(新生代, Cenozoic Era) 화석이 이미 중국에서 발견된 바 있다. 감나무는 중국에서 최소 2,400년 동안 과수로서 재배되어 왔다. 감나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유가(儒家) 오경(五經)의 하나로서 콩즈(孔子, BC 551~479)의 72제자와 그들의 제자들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리지(礼记)'에 나온다. 한진 시대(汉晋時代, BC 206년~386년)에는 야외에서 채집 활동을 할 때 감이 익는 것을 보고 매우 사랑스러워서 기이한 꽃과 나무로 제왕에게 공물을 바치거나 고관귀인에게 선물을 주고 정원에 심기도 했다. 감의 품종은 탕(唐)나라 이전에 이미 형성되었고, 탕송(唐宋, 619~1234) 이후에는 많은 품종으로 분화되었다. 중국에서 감 품종을 기록한 최초의 문헌은 '탕수(唐書)' <지리지(地理志)>다. 

 

위안밍칭(元明淸, 1234~1911) 시대에는 감이 곡물을 대신하여 기근을 구제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지역 특산물로 기록된 품종이 많다. 밍나라 리싀젠(李時珍)이 지은 '벤차오강무(本草纲目)', 1841년 예구이(叶桂, 字 天士)가 지은 '벤차오짜이신(本草再新)'에 '싀즈(柿子)는 심폐(心肺), 대장경(大腸經)에 들어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청열해독(清热解毒), 윤폐지해(润肺止咳), 소종연견(消肿软坚), 건비익기(健脾益气), 양위화중(养胃和中), 삽장지혈(涩肠止血)의 효능이 있다고 해서 한약재이자 건강 식품으로 이용해 왔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국 전역의 감 품종 자원 조사 결과 963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일본은 엔기연간(延喜年间, 901~921)에 감을 과일의 보물로 여겨 소규모로 재배했지만 품종별 이름은 없었다. 서기 1214년 가나가와(神奈川)에서 오우센지(王禅寺), 즉 젠지마루(禅寺丸, Diospyros kaki ‘Zenjimaru’)가 발견된 이후에야 품종명이 속속 등장했다. 1645년(정보 2년)에 이르러 마츠에 시게유키(松江重赖)의 '게후키구사(毛吹草)'에 처음으로 야마시로(山城)와 단바(丹波)의 후데가키(笔柿, 筆柿), 사가(嵯峨)의 기네리(木练), 야마시나(山科)의 시부가키(涩柿), 우지(宇治)의 둥근감(圆柿), 야마토(大和)와 네기야시키(弥宣屋敷)의 기네리가키(木练柿)와 고쇼가키(御所柿), 이세가와(伊势川)와 후타니(候谷)의 구시가키(串柿), 미노(美浓)와 하치야(八屋)의 도랑감(沟柿)과 기네리(木练), 아키(安芸)의 사이죠우가키(西条柿) 등 감 품종의 이름이 대량으로 등장했다. 

 

한강토의 문헌에 감나무가 기록된 것은 고려 중엽 이후다. 고려 시대인 1138년(인종 16)에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다. 2015년 6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 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선박에서 곶감이 발견된 바 있다. 곶감 씨앗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1151~1224년으로 추정됐다. 고려 의종(毅宗)~고종(高宗) 연간이다. 곶감은 선체의 외판 밑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붉은 색의 과육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조선 시대인 1470년(성종 1)의 기록에도 건시(乾柿), 수정시(水正枾)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 초기의 진상물에 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때에 이미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합천, 하동, 청도, 거창, 의령, 창원, 함안, 남원, 해남, 곡성, 정읍, 함평, 태인, 담양, 광양 등이 감의 주산지로 기록되어 있다.

 

경남 의령 백곡리에는 천연기념물 492호로 지정된 400년 된 감나무가 있다.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의 보호수 감나무는 540년이나 되었는데, 접붙이기를 한 감나무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감나무 암꽃(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22)

감나무는 키가 6m~14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코르크화되며 잘게 갈라지고 흑회색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갈색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두껍다. 잎 모양은 타원상(楕圓狀) 달걀형 또는 긴 달걀형, 거꿀달걀형이고, 점첨두(漸尖頭)에 넓은 예형(銳形) 또는 원저(圓底)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다. 잎자루에는 털이 있다. 

 

꽃은 암수한꽃 또는 암수딴꽃으로 5~6월에 황백색(黃白色)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수꽃은 길이 1cm 정도이며, 16개의 수술이 있다. 암수한꽃에는 4~16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의 암술은 길이 15~18mm이다. 꽃은 가루받이가 끝난 뒤 땅 위에 떨어지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다니며 먹기도 한다. 열매는 장과(漿果)로 난상 원형(卵狀圓形) 또는 편구형(偏球形)이다. 10월에 황적색(黃赤色)으로 익는다. 

 

재배를 위한 감나무는 종자 번식을 하지 않는다. 종자 번식은 모수의 우량 형질을 이어받지 못하고 퇴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생으로 발아한 감나무와 고욤나무를 대목으로 하여 아접(芽接)이나 절접(切接)을 한다.

 

감나무는 한 해씩 걸러 열매가 많이 맺거나 적게 맺히는 해거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엣날에는 해거리를 방지하기 위해 감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주었다. 이것은 지상부 체내의 탄질소율(炭窒素率)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또, 뿌리 부근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는데, 이는 뿌리의 수분 흡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감나무(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장송산, 2021. 8. 14)

감나무는 수명이 300년 이상으로 길고, 잎이 크고 그늘이 짙으며, 늦가을과 초겨울에 서리 맞은 잎이 붉게 물들고, 겨울에 낙엽이 떨어진 후에도 진황색 또는 붉은색 열매가 달려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더하는 우수한 풍경수이자 유실수종으로서 주요 조림수종이다. 요즘에는 도심지의 관상수로도 인기가 있다. 목재는 가구재나 기구재로 사용한다. 심, 변재 구분이 뚜렷치 않고 담홍회백색이며 심재에는 가끔 검은 선이 들어 있거나 부분적으로 검은색이 나타나는 것이 있는데 이를 먹감나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먹감나무는 옷장, 문갑 등 가구재로 널리 쓰였다. 감나무로는 바둑판, 방직목관, 북, 조각, 흑단대용제, 골프채 헤드를 만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골프채 헤드를 티타늄이나 메탈로 만들기 때문에 감나무는 쓰지 않는다.  

 

열대지방에도 감나무속이 자라고 있으나 과일을 맺지는 않는다. 감나무속의 흑단(黑檀, ebony)은 마치 먹물을 먹인 것처럼 나무속이 새까맣다. 흑단은 독특한 색깔 때문에 이집트 피라미드의 침상가구에서부터 흑인의 얼굴을 새긴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가구재와 조각재다.   

 

감나무(충주시 교현동, 2022. 9. 20)

감은 단감이나 홍시 등 생과일로 먹거나 말려서 준시(蹲柿), 곶감을 만들기도 한다. 준시는 껍질을 깎아 꼬챙이에 꿰지 않고 납작하게 말린 것이다. 감으로 식초를 담그기도 한다. 감나무 잎으로는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감잎차는 고혈압을 치료하고, 김기를 예방하는 건강차로 인기가 있다. 곶감은 생강, 계피와 함께 수정과(水正果)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잘 익은 홍시를 체에 걸러 찹쌀 뜨물로 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이를 홍시죽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한강토인들은 밭둑에 대추나무, 야산 자락에 밤나무, 숲속에 돌배나무를 심고, 마당가에는 감나무를 심었다. 곶감은 제사상의 맨 앞 과일 줄에 올라가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하나로서 꼭 챙겨야 할 과일이었기 때문이다. 감이 제사상에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세종실록(世宗實錄)' <오례(五禮)>에 보면 종묘에 천신할 때 10월의 과일로 감이 들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갈중이, 또는 갈옷이라 부르는 옷이 있다. 이것은 무명에 감물을 들여 만든 옷이다. 감물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땀이 묻은 옷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좋다.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밭일을 해도 물방울이나 오물이 쉽게 묻지 않고 곧 떨어지므로 위생적이다. 갈옷의 정확한 역사와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중국 남쪽에서도 갈옷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몽골족이 세운 위안(元) 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나무(충주 계명산 막은대미재, 2015. 9. 24)

감나무의 성숙한 과실의 꼭지는 시체(柿蒂), 뿌리는 枾根(시근), 나무껍질은 시목피(枾木皮), 잎은 시엽(枾葉), 꽃은 시화(枾花), 과실은 枾子(시자), 과실 제품은 시병(枾餠), 제품 과실의 백분(白粉)은 시상(枾霜), 겉열매껍질은 시피(枾皮), 미숙과실의 액즙제품(液汁製品)은 시칠(枾漆)이라 하며 약용한다. 

 

시체는 역기(逆氣)를 가라앉히고 애기(噫氣)와 구토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시근은 양혈지혈(凉血止血)의 효능이 있어 혈붕(血崩), 혈리(血痢), 치창(痔瘡)을 치료한다. 시목피는 하혈(下血) 및 화상을 치료한다. 시엽은 비타민 C와 카로틴이 풍부하며, 해천(咳喘), 폐기종(肺氣腫), 각종 내출혈을 치료한다. 시화는 두창(痘瘡)의 궤창(潰瘡)을 치료한다. 감꽃을 말려서 분말을 만들어 환부에 붙인다. 시자는 청열(淸熱), 윤폐(潤肺), 지갈(止渴)의 효능이 있다. 열갈(熱渴), 해수(咳嗽), 토혈(吐血), 구창(口瘡) 등을 치료한다. 시병은 윤폐, 삽장(澁腸),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어 토혈, 객혈(喀血), 혈뇨(血尿), 장출혈(腸出血), 이질 등을 치료한다. 시상은 청열, 윤조(潤燥), 화담(化痰)의 효능이 있어 폐열조해(肺熱燥咳), 인건후통(咽乾喉痛), 구설생창(口舌生瘡), 토혈, 객혈, 소갈(消渴) 등을 치료한다. 시피는 정창(疔瘡), 무명종독(無名腫毒)에 이를 붙인다. 시칠은 고혈압을 치료한다(국생정). 감물은 방부, 방습, 수렴 등의 효과가 있어 화상이나 동상 걸린 데 바른다. 옻이 올랐거나, 벌에 쏘이거나, 독사에 물렸을 때 생감즙을 바르면 해독된다는 속설이 있다(민속특산식물사전).

 

감나무(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16. 10. 15)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시체(柿蒂)만 등재되어 있다. 시체는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된다. 강역하기(降逆下氣)의 효능이 있어 애역(呃逆, 딸꾹질)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 딸꾹질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이다. 시체가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활용하는 빈도는 드문 편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 : 과실>에는  홍시(紅枾, 연감)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싸늘하다[冷]고도 한다)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심폐(心肺)를 눅여 주며[潤] 갈증을 멈추고 폐위(肺痿)와 심열을 치료한다. 또 음식맛을 나게 하고 술독과 열독을 풀어 주며 위의 열을 내리고 입이 마르는 것을 낫게 하며 토혈을 멎게 한다. ○ 남방에서 나며 말랑말랑하게 익은 것이 홍시이다. 술을 마신 뒤에 먹지 말아야 한다. 가슴이 아프고 또 취하기 쉽다. 게(蟹)와 같이 먹으면 배가 아프며 토하고 설사한다. 감에는 7가지의 좋은 점이 있다. 첫째는 나무가 오래 살고, 둘째는 그늘이 많고, 셋째는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는 벌레가 없고, 다섯째는 단풍이 들어서 보기 좋고, 여섯째는 과실이 아름답고, 일곱째는 떨어진 잎도 곱고 크다. 감은 처음에는 퍼러면서 몹시 떫으나 익으면 빨갛게 되면서 떫은 맛이 저절로 없어진다[본초]. ○ 감은 붉은 과실이기 때문에 우심홍주(牛心紅珠)라고도 한다. 볕에 말린 것은 백시(白枾)라 하고 불에 말린 것은 오시(烏枾)라고 하며, 백시의 겉에 두텁게 내돋은 것을 시상(枾霜)이라고 한다[입문].'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는 또 오시(烏枾)에 대해 '불에 말린 것인데 일명 화시(火枾)라고도 한다. 성질은 따뜻하며 독을 빼고 쇠붙이에 다친 것, 불에 덴 것 등을 치료하며 새살이 살아나게 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설사를 멈춘다[본초].', 백시(白枾, 곶감)에 대해 '볕에 말린 것이다. 성질은 차다[冷](평(平)하다고도 한다). 온보(溫補)하며 장위를 두텁게 하고 비위를 든든하게 하며 오랜 식체를 삭히고 얼굴에 난 주근깨를 없애며 어혈을 삭히고 목소리를 곱게 한다. 일명 건시(乾枾) 또는 황시(黃枾)라고도 한다[본초].', 소시(小枾, 고욤)에 대해 '우내시(牛嬭枾)라 하는데 감과 비슷하나 아주 작다. 성질이 몹시 차기[至冷]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본초]. ○ 고욤의 꼭지는 딸꾹질을 멎게 하는데 성질은 조여들게 한다[澁][입문].', 비시(椑枾, 먹감)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 맛은 달고[甘] 독이 없다. 술독을 풀며 심폐를 눅여주고 갈증을 멎게 하며 위속의 열[胃中熱]을 없앤다. 빛이 검푸른 감이다. 성질이 찬 것이 홍시보다 심하다. 이것은 다른 한 가지 종류이다.'라고 나와 있다.

 

감나무(단양군 영춘면 오사리&nbsp; 태화산 산촌마을, 2006. 10. 22)

국표 등재 감나무의 유사종 자생식물은 고욤나무(Diospyros lotus L.) 1종이 있다. 고욤나무(Date-plum, マメガキ, 豆柿, 君迁子)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네팔, 파키스탄, 서남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남부이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 키는 15m, 지름은 50cm까지 자란다. 잎은 타원형이고 급한 첨두, 원저 또는 넓은 예형이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6월에 연한 녹색으로 핀다. 새가지 밑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수꽃은 2~3개씩 한 군데에 달리며, 수술은 16개가 있다. 암꽃은 꽃밥이 없는 8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되어 있다. 꽃받침조각은 삼각형이며, 꽃부리는 종형이다. 열매는 장과다. 장과는 둥글며 지름 1.5cm이고, 10월에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 성숙한다.

 

감나무(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22. 10. 19)

국표 등재 감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노아시(Diospyros rhombifolia Hemsl.), 버지니아감나무(Diospyros virginiana L.), 벨벳감나무(Diospyros blancoi A. DC.), 실론흑단나무(Diospyros ebenum J.Koenig ex Retz.), 원숭이감나무(Diospyros lycioides Desf.), 윌슨감나무(Diospyros wilsonii Hort.), 중국감나무(Diospyros cathayensis Steward), 처진감나무(Diospyros kaki 'Pendula'), 큰잎감나무(Diospyros grandifolia Wall. ex Voigt), 푸른잎감나무(Diospyros glaucifolia Metcalf) 등 10종이 있다.       

노아시(ロウヤガキ, 老鴉柿, ツクバネガキ, 衝羽根柿)는 국표에 학명과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낙엽 소교목이다. 키는 5~8m 정도이다. 꽃은 3~4월에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10~11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열매의 너비는 약 2㎝로서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해진다. 떫고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FOM). 버지니아감나무(American persimmon, Common persimmon, eastern persimmon, simmon, possumwood, possum apples, sugar plum, Persimmon common, Plum date, アメリカガキ)는 국표에 학명,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원산지는 아메리카이다(FOM). 벨벳감나무(异色柿, 毛柿, 菲律宾柿)는 대만 헝춘반도(恒春半岛), 란위(兰屿)에 분포하고, 중국 광저우(广州)에서 재배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아시아 열대 지역에도 분포하며, 열대 아메리카에서는 재배된다. 열매는 납작한 구형이며, 지름이 약 8cm이고, 붉은색 또는 복숭아색으로 익는다(百度百科).   

실론흑단나무(Ceylon ebony, コクタン, 黒檀, 乌木, 阴沉木)는 국표에 학명,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원산지는 인도, 스리랑카, 벵골만의 안다만 제도, 니코바르 제도이다(FOM). 원숭이감나무와 윌슨감나무, 큰잎감나무는 국표에 국명, 학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중국감나무(シセントキワガキ, 四川常盤柿, タマフリノキ, 魂振りの木, 乌柿)는 국표에 국명과 학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상록 소교목으로 높이 2~10m 정도이다. 줄기는 흉고직경 30~80cm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키는 2~4m이다. 꽃은 5~6월 담황색으로 핀다. 열매는 길이 1.5~3㎝의 구형 또는 난형으로서 10~11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에는 드문드문 털이 있다. 일본에서는 열매가 주로 주황색이다. 열매는 달고 떫은 맛이 없다. 종자는 4개 정도이다(FOM). 처진감나무(Fig Keg, Plum dateKaki, Persimmon, Japanese persimmon)는 국표에 학명,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2021. 10. 11. 林 山. 2023.9.19. 최종 수정

#감나무 #고욤나무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도리 '애교(愛嬌)'  (0) 2021.10.13
자란(紫蘭) '서로 잊지 말자'  (0) 2021.10.12
부상화(扶桑花, 하와이무궁화)  (0) 2021.10.10
고추  (0) 2021.10.08
별꽃  (0)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