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자란(紫蘭) '서로 잊지 말자'

林 山 2021. 10. 12. 17:48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날 때가 있다. 꽃도 마찬가지다. 2021년 5월 22일 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진분홍색 꽃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자란(紫蘭)이었다. 남서해안에 자생한다고 알려진 자란을 내륙지방인 충주에서도 만나게 되다니 다소 뜻밖이었다. 뜻밖의 만남, 뜻밖의 반가움이었다.

 

자란(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자란은 미종자목 난초과 자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블레틸라 스트리아타 (툰베리) 라이헨바흐[Bletilla striata (Thunb.) Rchb.f.]이다. 학명의 ‘Bletilla’는 스페인의 약제사 L. Blet의 이름에서 파생된 것이고, ‘striata’는 줄무늬라는 뜻을 가진 단어에서 온 것이다. 영어명은 차이니즈 그라운드 오키드(Chinese Ground Orchid) 또는 블레틸라(bletilla), 블레틸라 스트리아타(Bletilla striata)이다. 중국명은 빠이지(白芨, 白及) 또는 깐근(甘根), 롄지차오(連及草)이다. 일어명은 지란(しらん, 紫蘭, 白及)이다. 자란을 백급(白芨), 대암풀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서로 잊지 말자'이다. 

 

자란(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자란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티벳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라남도 고흥군, 무안군, 신안군, 완도군, 진도군, 해남군 등 남서해안 지방에 자생한다. 남서해안 지역에 10곳 미만의 자생지가 있다. 진도 북서 해안에 약 10만 평 정도의 자란 군락지가 있다. 유달산 바위 틈에서도 자란다. 제주도에도 분포한다.

 

자란(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22)

자란의 뿌리는 난상의 구형 알줄기다. 알줄기는 육질로 속은 흰색이다. 키는 높이 5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넓적한 둥근 위경이 줄지어 붙어 있다. 잎은 길이 20~30cm, 나비 2~5cm로서 밑부분에서 5~6개가 서로 감싸면서 원줄기처럼 된다. 잎 모양은 긴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엽초로 된다. 세로로 많은 주름이 있다.

 

자란(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22)

꽃은 5~6월에 잎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50㎝ 정도 자란 다음 6~7개의 홍자색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포는 꽃이 피기전에 1개씩 떨어진다. 꽃은 지름 3㎝이다. 화피열편은 끝이 뾰족하고 비스듬히 반쯤 벌어지며 맥이 있다. 입술모양꽃부리는 쐐기 비슷한 거꿀달걀모양이며 가장자리가 악간 안쪽으로 말리고 윗부분이 3개로 갈라진다. 중앙부의 것은 거의 둥글고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으로서 안쪽에 5개의 도드라진 능선이 있다. 열매는 긴 타원형이다.

 

자란(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22)

자란은 꽃이 아름다워서 관상 가치가 매우 높다. 남부지방에서는 주로 화단에 심지만 중부지방에서는 화분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요즘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중부지방에서도 정원에 심어서 관상한다. 양지에 심어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난과식물이므로 개활지나 낙엽성 교목 하부의 지피용 소재로 적합하다. 

 

자란의 덩이줄기를 본초명 백급(白及)이라고 한다. 백급은 본초학에서 지혈약(止血藥) 중 수렴지혈약(收敛止血藥)으로 분류된다. 수렴지혈(收敛止血), 소종생기(消腫生肌), 배농염창(排膿斂瘡)의 효능이 있어 해혈토혈(咳血吐血), 외상출혈(外傷出血), 창양종독(瘡瘍腫毒), 피부군열(皮膚皸裂), 폐결핵해혈(肺結核咳血), 궤양출혈(潰瘍出血)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다. 

 

자란 열매(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6. 7)

자란의 종류에는 블레틸라 차르타세아(Bletilla chartacea), 블레틸라 폴리오사(Bletilla foliosa), 블레틸라 포르모사나(Bleyilla forrmosana) 등 5개의 원종이 있다. 블레틸라 차르타세아는 하얀 꽃에 끝이 살짝 짙은 분홍색이다. 블레틸라 폴리오사는 겉의 꽃잎은 하얗고 가운데 노란 꽃술이 연한 분홍색을 띠는 하얀 잎에 싸여 있다. 블레틸라 포르모사나는 전체적으로 노랗고 연한 초록색을 띠는 꽃잎이 특징이다.

 

2021. 10. 12. 林 山. 2022.6.23.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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