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쇠물푸레나무 '겸손'

林 山 2021. 11. 3. 14:21

옛날에는 보리, 밀, 콩, 팥 등 곡식이나 잡곡을 탈곡할 때 도리깨(flail, 連枷)라는 것을 썼다. 도리깨는 자루인 도리깨채와 타곡부(打穀部)인 도리깨발로 구성되어 있다. 도리깨채의 길이는 2~3m이다. 도리깨채 끝에 연결되어 있는 도리깨발은 3개의 쇠물푸레나무나 물푸레나무(水靑木) 가지를 새끼 또는 노끈으로 납작하게 엮어서 만든다. 도리깨발을 쇠물푸레나 물푸레로 만든 것은 단단하고 야무져서 쉽사리 갈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리깨가 나오면서 쇠물푸레나 물푸레 도리깨는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쇠물푸레나무 열매(월악산 만수봉, 2021. 5. 23)

쇠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물푸레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물을 푸른색으로 변하게 만든다고 하여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쇠(小)물푸레나무는 작은 물푸레나무라는 뜻이다. 쇠물푸레나무를 좀쇠물푸레나무, 계룡쇠물푸레, 고력목(苦櫪木)라고도 한다. 좀쇠물푸레나무라는 종은 따로 있다. 꽃말은 '겸손'이다. 

 

쇠물푸레나무 열매(월악산 만수봉, 2021. 5. 23)

쇠물푸레나무의 학명은 프락시누스 지볼티아나 블룸(Fraxinus sieboldiana Blume)이다. 속명 'Fraxinus'는 '분리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hraxi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불확실하다. 종소명 'sieboldiana'는 일본에서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한 독일 의사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를 기념한 것이다. 영어명은 플라워링 애쉬(flowering ash) 또는 차이니즈 플라워링 애쉬(Chinese flowering ash), 재퍼니즈 플라워링 애쉬(Japanese flowering ash)이다. 'ash'는 구주물푸레나무 또는 유럽물푸레나무를 말한다. 

 

쇠물푸레나무의 일어명은 마루바아오다모(マルバアオダモ, まるばあおだも, 丸葉青梻), 이명에는 호소바아오다모(ホソバアオダモ, 細葉青梻), 도사토네리코(トサトネリコ, 土佐戸錬子), 고가네아오다모(コガネアオダモ, 黄金青梻), 고가네야치다모(コガネヤチダモ) 등이 있다. 마루바(マルバ)는 잎 가장자리에 명료한 톱니가 없이 매끄러워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톱니가 살짝 있다. 잎의 실제 모양을 나타내는 이명은 호소바아오다모(細葉青梻)이다. '梻'를 '椨'로 표기하기도 한다. 중국명은 루샨첸(庐山梣), 이명에는 샤오라슈(小蜡树), 샤오어바이라슈(小萼白蜡树) 등이 있다. 

 

쇠물푸레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쇠물푸레나무의 한강토 분포에 대해 '황해도,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 강원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도 확인된다.'고 나와 있다. 월악산 만수봉 일대에는 쇠물푸레나무 군락지가 있다. 중국에는 푸젠성(福建省), 저쟝성(浙江省), 쟝쑤성(江苏省), 쟝시성(江西省), 안후이성(安徽省) 등 남동부에 분포한다. 일본에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지에 분포한다. 

 

쇠물푸레나무(월악산 만수봉, 2022. 7. 10)

쇠물푸레나무의 키는 10m 정도까지 자란다. 일년생 가지는 회갈색이고, 어릴 때는 흔히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홀수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5~9개이며 달걀형이다. 소엽의 길이는 5~10cm, 너비는 1.5 ~3.5cm이다. 잎 표면은 녹색 또는 홍녹색이며 털이 없고, 뒷면 주맥에 흰색 털이 있으며,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총잎자루 표면에 홈이 있다.

 

꽃은 5월에 암수딴그루로 핀다. 새가지에서 정생 또는 액생하는 길이 6~12cm의 원뿔모양꽃차례에 흰색 꽃이 달린다. 꽃에는 향기가 있다. 꽃받침조각은 톱니처럼 작다. 꽃잎은 선형으로 수술과 길이가 같다. 수술은 2개이다. 암꽃에 퇴화된 작은 수술이 있다. 열매는 시과로 선상 피침형 또는 거꿀피침모양이고 날개와 더불어 길이 2cm 정도이다. 종자는 9월에 홍자색으로 익는다.

 

쇠물푸레나무는 농촌이나 산촌 지역의 가로수나 척박한 산지의 조림수종으로 적합하다.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견고하여 건축재나 가구재, 기구재, 운동구재로 사용한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나무가 질기고 단단해서 도끼, 괭이, 쟁기자루, 써레, 소코뚜레 등을 만든다. 또 도리깨를 만들 때 자루 끝에 연결되어 있는 타곡부를 만들기도 하고 무늬가 좋아서 목기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나무껍질을 이용한 천연 염색 재료 소재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봄에 잎을 삶아 나물로 먹고, 고로쇠나무처럼 수액을 받아먹기도 한다.

 

 

쇠물푸레나무 잎(월악산 만수봉, 2022. 7. 10)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물푸레나무와 쇠물푸레나무, 좀쇠물푸레의 나무껍질을 본초명 진피(秦皮)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진피는 '물푸레나무와 백랍수(白蜡樹, Fraxinus chinensis Roxb)의 동속 근연식물의 줄기와 가지 껍질을 건조한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진피는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청열조습(淸熱燥濕), 수삽(收澁), 명목(明目) 등의 효능이 있어 열리(熱痢), 설사(泄瀉), 세균성이질, 장염(腸炎), 적백대하(赤白帶下), 목적종통(目赤腫痛), 목생예막(目生翳膜), 누액분비과다증(淚液分泌過多症) 등을 치료한다. 또, 평천지해(平喘止咳)의 효능이 있어 만성기관지염을 치료한다. 그밖에 어린선(魚鱗癬) 치료에도 쓰인다. 진피는 한의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는 아니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진피(秦皮, 물푸레나무껍질)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 맛은 쓰고[苦] 독이 없다. 간의 오랜 열기로 두 눈에 피가 지고 부으면서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하며 눈에 생기는 푸른 예막, 흰 예막을 없앤다.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열리(熱痢)와 부인의 대하, 어린이의 열을 겸한 간질을 낫게 한다. ○ 곳곳에서 난다. 나무는 박달나무 비슷한데 잎이 가늘고 껍질에 흰 점이 있으며 거칠지 않다. 껍질에 흰 점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백심목(白梣木)이라고 한다. 음력 2월과 8월에 껍질을 벗겨 그늘에서 말린다. ○ 껍질을 물에 담그면 푸른 빛이 되는데 이것으로 종이에 글을 쓰면 푸른 빛으로 보이는 것이 진짜이다[본초].'라고 나와 있다. 

 

쇠물푸레나무 잎 뒷면(월악산 만수봉, 2022. 7. 10)

쇠물푸레나무의 유사종에는 물푸레나무(Retuse Ash), 좀쇠물푸레나무, 백운쇠물푸레나무, 미국물푸레나무(white ash), 구주물푸레나무, 붉은물푸레나무(red ash), 좁은붉은물푸레, 들메나무(Manchurian Ash, やちだも), 물들메나무(Jirisan ash, 지리산물푸레나무) 등이 있다. 

 

물푸레나무(Fraxinus rhynchophylla Hance)는 소엽의 길이 6~15cm, 너비 3~7cm이다. 뒷면은 회녹색이고 주맥 위에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쇠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보다 전체가 작다. 좀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var. angusta Blume)는 제주, 경남, 충북 속리산 등지의 표고 500m 이하에서 자란다. 키는 10m까지 자란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거의 없다. 뒷면 주맥에 백색털이 있다. 작은잎자루는 짧으며, 엽축은 표면에 홈이 있다. 쇠물푸레나무에 비해 작은 잎에 거치가 거의 없으며, 수형이 작고 잎이 보통 5개인 것을 좀쇠물푸레나무라고 한다. 백운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var. quadrijuga (Nakai) T.B.Lee]는 광양 백운산에서 자란다.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쇠물푸레와 비슷하지만 작은잎의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쇠물푸레나무도 소엽이 9개 달리는 것이 있다. 미국물푸레나무(Fraxinus americana L.)의 키는 원산지에서 40m까지 자란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이 자주색이어서 쉽게 구분된다. 구주물푸레나무(Fraxinus excelsior L.)는 키가 20~40m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뒷면 주맥에는 털이 있다. 붉은물푸레나무(Fraxinus pennsylvanica Marsh.)는 키가 20m까지 자란다. 잎 뒷면에는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거나 거의 밋밋하다. 암꽃은 녹색이다. 좁은붉은물푸레(Fraxinus pennsylvanica var. lanceolata Sarg.)는 붉은물푸레나무와 비슷하나 소엽이 피침형이 가깝다. 

 

들메나무(Fraxinus mandshurica Rupr.)는 함경남북도, 강원도, 전라남북도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키는 30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 잎 뒷면 맥 위에 털이 있으며 아랫부분 근처에 갈색 털이 발달한다. 작은잎자루가 없으며 엽축에 날개가 있다. 꽃이 전해에 자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물들메나무(Fraxinus chiisanensis Nakai)는 지리산 반야봉에서 자란다. 들메나무와 물푸레나무와의 잡종이다. 키는 30m까지 자란다. 잎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서 맥 위에 털이 있으며 기부 근처에 갈색털이 있다. 소엽은 7개이고 도란상 긴타원모양이다. 꽃이 묵은 가지에 달린다. 꽃받침은 떨어지지 않는다.  

 

2021. 11. 3. 林 山. 2022.7.1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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