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톱풀

林 山 2021. 11. 2. 12:12

톱풀을 처음 만난 곳은 2013년 9월 1일 백두대간 청옥산 중봉계곡에서였다. 중봉계곡을 오르다가 암릉지대에서 한창 꽃이 피고 있는 톱풀을 발견했다. 톱풀 꽃은 혀꽃이 유난히 작아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중봉계곡은 청옥산과 중봉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으로 중봉천의 발원지이다. 큰당골과 작은당골, 샛당골 등 12당골의 계곡수가 합류하여 중봉천을 이룬다. 당골이라는 말은 옛날에 심마니들이 산에 오르기 전에 산신제를 지내던 당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삼척시 하장면 중봉리에서 청옥산과 연칠성령을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산길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톱풀(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톱풀은 초롱꽃목 국화과 톱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톱풀은 깊이 찢어진 잎의 결각이 날카롭게 생겨서 양날 선 톱니를 연상시키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톱풀의 학명은 아킬리아 알피나 린네(Achillea alpina L.)이다. 속명 아킬리아(Achill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킬레스가 톱풀의 지혈(止血) 약효를 가르쳐 주어 상처를 치료했으므로 그의 이름을 따서 아킬리아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톱풀의 영어명은 아킬리아 알피나(Achillea alpina) 또는 앨파인 얘로우(alpine yarrow), 차이니즈 얘로우(Chinese yarrow), 사이비어리언 얘로우(Siberian yarrow)이다. 일어명은 노코기리소우(ノコギリソウ, のこぎりそう, 鋸草), 중국명은 까오샨싀(高山蓍)이다. 톱풀을 가새풀, 배암세, 배암채, 오공초(蜈蚣草), 시초(蓍草)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톱이나 낫 등에 다친 상처를 잘 낫게 한다고 해서 '목수의 약초'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장수', '지도력'이다. 

 

톱풀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북아메리카에도 있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산지의 햇볕이 잘 드는 초원지대에서 자란다. 톱풀은 전 세계에 100여 종이 있으며, 한반도에는 4종이 있다. 

 

톱풀의 근경은 옆으로 뻗고, 잔뿌리가 많이 뻗는다. 키는 50~11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자라며, 한곳에서 여러대가 자란다. 밑부분에는 털이 없고 윗부분에는 털이 많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없고 끝이 둔하다. 잎 길이는 6~10cm, 폭은 7~15mm로서 밑부분이 원줄기를 감싸안고 빗살처럼 갈라진다. 열편은 긴 타원상 피침형으로서 뾰족한 톱니가 있다. 갈라지지 않은 중앙열편은 나비 1~3mm이다.

 

꽃은 7~10월에 홍색이나 백색으로 핀다. 꽃의 직경은 7~9mm로서 가지 끝과 원줄기 끝의 편평꽃차례에 달린다. 총포는 구상 종형이며 길이와 폭이 각각 5mm로서 털이 약간 있다. 포편은 2줄로 배열되며 외편이 보다 짧고 긴 타원형이다. 암꽃은 5~7개이며, 꽃부리는 길이가 3.5~4.5mm, 폭은 2.5~3mm이고, 통 모양의 부위는 길이 1.5mm이다. 양성꽃의 꽃부리는 길이가 2~3mm 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양끝이 납작하고 털이 없다.

 

톱풀(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톱풀은 잎과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톱풀의 어린 잎과 줄기를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튀기거나 볶아서 먹기도 한다. 다른 나물과 같이 데쳐서도 먹는다. 나물로 먹을 땐 여러 번 우려내 맵고 쓴 맛을 빼내야 한다.  

 

톱풀과 산톱풀의 전초(全草)는 일지호(一枝蒿), 과실은 시실(蓍實)이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일지호는 활혈해독(活血解毒), 거풍지통(祛風止痛)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 류머티즘에 의한 통증, 복부의 적괴(積塊), 옹종(癰腫) 등을 치료한다. 일지호는 건위(健胃), 강장제(强壯劑)이며, 치질약(痔疾藥)으로도 쓰인다. 시실은 익기(益氣), 충기부(充肌膚),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일지호나 시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산톱풀(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톱풀의 유사종에는 산톱풀(Discoid-involucre alpine yarrow), 큰톱풀, 서양톱풀(yarrow), 붉은톱풀(Reddish alpine yarrow) 등이 있다. 산톱풀[Achillea alpina var. discoidea (Regel) Kitam.]은 꽃색이 흰색 또는 분홍색이다. 꽃의 지름이 4mm이고 혀꽃 길이 3mm, 지름 1.5mm이다. 총포는 종형이고 털이 약간 있다. 큰톱풀[Achillea ptarmica var. acuminata (Ledeb.) Heim.]은 백두산 지역에 분포한다. 꽃은 흰색 또는 분홍색이다. 꽃의 지름은 지름 11~15mm이다. 꽃부리는 길이 5~5.5mm, 나비 3.5~4mm이다. 총포는 반구형이다.

 

서양톱풀(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붉은톱풀 (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상가, 2020. 7. 8)

서양톱풀(Achillea millefolium L.)은 유럽 원산으로 꽃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밑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2회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붉은톱풀[Achillea alpina subsp. rhodoptarmica (Nakai) Kitam.]은 함경도의 높은 지대에 분포한다. 꽃색은 장미색이다. 꽃의 지름은 6~7mm이다. 총포는 구상 종형이다.

 

2021. 11. 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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