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음처럼 활짝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작약(芍藥)이다. 작약을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활짝 피어난 작약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환해지면서 흥그러워진다. 함박꽃이라는 이름은 함지박에서 유래되었다. 함지박은 통나무 안을 파내서 바가지처럼 만든 큰 그릇이다. 함지박처럼 크고 환하게 생겼다고 해서 함박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거기에 함박웃음처럼 피어나는 꽃, 함박웃음을 머금은 꽃이란 뜻도 내포되어 있다.
작약은 물레나물목 작약과 작약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피오니아 락티플로라 팔라스(Paeonia lactiflora Pall.)이다. 영어명은 피어니 루트(Peony root), 중국명은 샤오야오(芍药), 일어명은 샤쿠야쿠(シャクヤク, 芍薬)이다. 작약을 작약화, 적작, 산적자, 함박꽃, 산함박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작약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작약은 한반도와 중국, 일본, 동시베리아 지역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깊은 산 속의 수림 밑에서 자란다. 작약은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작약은 연작을 싫어하므로 한번 심어서 수확한 곳에는 3~4년간 다른 작물로 교체하여 심는 것이 좋다.
작약의 뿌리는 방추형이며 굵고 길다. 작약의 키는 50~8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선다. 근생엽은 1~2회 우상으로 갈라지며, 윗부분의 것은 3개로 깊게 갈라지기도 하고 밑부분이 엽병으로 흐른다. 소엽은 피침형,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으로서 양면에 털이 없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엽병은 잎맥과 더불어 붉은 빛이 돈다.
꽃은 5~6월에 백색 또는 적색, 분홍색, 여러 가지 혼합된 색의 꽃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큰 꽃이 1송이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녹색이고 끝까지 남아 있다. 꽃잎은 10개 정도로서 거꿀달걀모양이다. 수술은 많으며 황색이다. 씨방은 3~5개로서 털이 없고, 짧은 암술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골돌이다. 골돌은 복봉선으로 터진다. 8월 중순경에 종자를 채취할 수 있다.
작약은 꽃이 크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화왕(花王)이라 하여 꽃 중에 제일로 꼽았고, 작약은 화상(花相)이라 하여 모란 다음의 꽃으로 여겼다. 작약은 염료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봄철에 나오는 작약의 어린잎을 채취해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어린잎을 끓는 소금물에 넣어 데친 후 찬물에 헹구어 쓴 맛과 독성을 제거한다. 데친 후 찬물에 오래 담가두면 쓴 맛이 대부분 제거된다. 충주 지방에서는 작약의 어린잎을 나물로 먹지 않는다.
작약의 뿌리는 약용한다. 약용 부분은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원뿌리의 외피를 벗겨 건조한 것을 쓴다. 가을에 굴취하여 외피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가볍게 데친 다음 햇볕에 말린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써는데, 때로는 썬 것을 불에 볶아서 쓰기도 한다.
작약의 본초명은 적작약(赤芍藥) 또는 목작약(木芍藥), 홍작약(紅芍薬), 적작(赤芍)이다. 적작약은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양혈약(淸熱凉血藥)으로 분류된다. 청열양혈(淸熱凉血), 산어지통(散瘀止痛), 진정, 소염의 효능이 있어 온독발반(溫毒發班), 토혈뉵혈(吐血衄血), 목적종통(目赤腫痛), 간울협통(肝郁脇痛), 경폐통경(經閉通經), 징가복통(癥瘕腹痛), 질박손상(跌撲損傷), 옹종창양(癰腫瘡瘍), 위장염, 경련성 동통,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소화장애 등을 치료한다. 적작약은 양혈거어(凉血祛瘀)의 요약(要藥)이다. 적작약이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은 타박상, 염좌 등을 치료하는 명방 당귀수산(當歸鬚散)이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백작약(White woodland peony)에 대해 '작약(Paeonia lactiflora Pall.)의뿌리를 건조한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적작약(赤芍薬)에 대해서는 '적작약(Paeonia lactiflora Pall.)과 용작약(用芍薬, Paeonia veitchii Lynch)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백작약과 적작약의 학명이 동일하다. 용작약의 영어명은 베이치 피어니(Veitch’s peony), 중국명은 촨치샤오(川赤芍)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도 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과 적작약을 구분하고 있다.
본초학에서 백작약은 보익약(補益藥) 중 보혈약(補血藥)으로 분류된다. 백작약은 당귀(當歸), 숙지황(熟地黃)과 함께 3대 보혈약에 속한다. 양혈유간(養血柔肝), 완중지통(緩中止痛), 염음수한(斂陰收汗)의 효능이 있어 흉복협륵동통(胸腹胁肋疼痛), 사리복통(泻痢腹痛), 자한도한(自汗盗汗), 음허발열(陰虛發熱), 월경부조(月經不調), 붕루(崩漏), 대하(帶下) 등을 치료한다. 백작약이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은 빈혈, 혈허증 특효약인 사물탕(四物湯)이다.
본초학 교과서에는 분명 백작약과 적작약의 효능, 주치(主治)가 전혀 다르게 나와 있다. 그럼에도 학명 Paeonia lactiflora Pall.(작약, 적작약)를 백작약과 적작약 양쪽에 다 올려 놓았다. 이를 근거로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들도 있다.
'대한민국약전'에는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 없이 작약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중국약전'에는 백작약(Paeoniae Radix Alba)과 적작약(Paeoniae Radix Rubra)으로 나뉘어져 있다. '방약합편'의 방초(芳草, 향기 나는 한약) 편에도 백작약과 적작약을 구분해 놓았다. 옛날에는 작약을 구별 없이 써 왔는데, 밍(明)나라 때 머우종춘(缪仲淳)이 이를 구분한 뒤부터 백작약과 적작약을 구별하여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규열 전 세명대학교 한의대 본초학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백작약이나 적작약의 기원 식물은 같다. 다만 백작약은 작약의 껍질을 벗긴 다음 쪄서 말린 것이고, 적작약은 작약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이다. 전국 한의과 대학 본초학 교수들도 대체로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작약의 유사종에는 참작약(Three-fruit white peony), 백작약, 털백작약(Hairy woodland peony), 산작약(Woodland peony), 민산작약, 호작약 등이 있다. 참작약[Paeonia lactiflora var. trichocarpa (Bunge) Stern]은 중국과 한반도에 분포한다. 한반도에는 강원도 삼척, 경상북도 울진, 포항 등지에서 자란다. 근생엽은 1~2회 우상으로 갈라지며, 윗부분의 것은 3개로 깊게 갈라지기도 하고 밑부분이 엽병으로 흐른다. 소엽은 피침형,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으로서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밑씨에 털이 밀생한다. 백작약은 일본과 한반도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 약초 농가에서 대량 재배한다. 적작약보다 키가 작다. 잎은 3~4개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3개씩 2회 갈라진다. 소엽은 긴 타원형이거나 거꿀달걀모양이고 양끝이 좁다. 꽃은 6월에 흰색으로 핀다. 털백작약(Paeonia japonica var. pillosa Nakai)은 백작약과 같으나 잎 뒷면에 털이 있다.
산작약(Paeonia obovata Maxim)은 한반도,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잎 뒷면에 털이 있고 암술대가 길게 자라서 뒤로 말리며 꽃이 분홍색이다. 흰색 곷이 피는 산작약을 백작약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민산작약(Paeonia obovata var.glabra MAK.)은 산작약과 같으나 잎 뒷면에 털이 없다. 호작약(Paeonia lactiflora f. pilosella Nakai)은 잎이 어긋나기하고 1~2회 우상으로 3출한다. 소엽은 종종 3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피침형 또는 좁은 거꿀달걀모양이다. 꽃은 5~6월에 백색 또는 적색으로 핀다. 잎뒤 맥 위에 털이 있다.
2021. 10. 25. 林 山. 2024.4.2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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