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당단풍(唐丹楓)나무 '자제, 은둔, 약속'

林 山 2021. 10. 20. 17:27

한반도의 가을산이 아름다운 것은 화려한 활엽수들의 단풍(丹楓) 때문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온통 울긋불긋 붉게 물들이는 그 주인공은 단연 단풍이라고 할 수 있다. 단풍이 없었다면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풍은 뭐니뭐니해도 설악산과 오대산이다. 단풍이 절정일 때 설악산이나 오대산은 그야말로 온 산이 불타오르는 듯하다.  

 

단풍은 수많은 시인, 수필가들의 문학적인 소재가 되기도 했다. 문학 소녀, 감성 소년들의 책갈피에는 으례 빨갛게 물든 단풍이 한 잎쯤 들어 있곤 했다. 단풍잎은 연인들이 주고받는 사랑의 징표이기도 했다.  

 

당단풍나무 열매(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당단풍나무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슈도지볼디아눔 (팩스턴) 코마로프[Acer pseudosieboldianum (Pax) Kom.]이다. 속명 '아케르(Acer)'는 ‘날카로운(sharp)’을 뜻하는 라틴 이름에서 왔다. 단풍나무의 갈라진 잎이 뾰족뾰족하고 끝이 날카롭다는 데서 유래했다. 꽃말은 '자제, 은둔, 약속'이다. 

 

당단풍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메이플(Korean maple), 중국명은 즈화치(紫花槭)이다. 일어명은 죠센하우치와카에데(ちょうせんはうちわかえで, 朝鮮羽団扇槭)이다. 일본에는 당단풍과 비슷한 나무에 하우치와카에데(はうちわかえで, 羽団扇槭)와 고하우치와카에데(こはうちわかえで, 小羽団扇槭) 등 두 종류가 있다.

 

당단풍나무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등 동아시아다. 당단풍나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등성이와 계곡에서 자란다. 교목성인 층층나무, 신갈나무 등의 숲 중간층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당단풍나무 열매(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당단풍나무의 키는 8m까지 자란다. 줄기의 나무껍질은 잿빛이다. 일년생 가지는 적갈색 또는 자록색이며, 흰털이 성글게 있고, 묵은 가지는 흰가루로 덮인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원형 심장저이고, 보통 9~11갈래로 갈라진다. 추위에 약해서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단풍나무(Acer palmatum Thunb.)의 잎은 5~7갈래로 갈라지고, 갈래는 중앙 또는 중앙 아래까지 갈라진다. 당단풍의 잎 표면에는 털이 약간 있거나 없고, 뒷면 잎맥을 따라 연모가 있다. 잎의 길이와 폭은 10cm이다. 단풍나무 잎의 길이와 폭은 4~6cm로 당단풍나무 잎보다 작다. 

 

당단풍나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꽃은 잡성 양성꽃으로 4월 말~5월 말에 백색 또는 황백색으로 핀다. 편평꽃차례로 정생하는 10~20개의 꽃이 달리며, 암수한꽃으로 2~3개씩 달린다. 꽃받침에는 털이 있으며 5~6갈래로 갈라진다. 꽃잎은 4개이다. 열매는 시과이다. 시과는 자갈색이고 날개가 직각으로 벌어지며 끝이 둥글다. 종자는 9월 중순~10월 중순에 성숙한다.

 

당단풍나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당단풍나무는 주요 조림수종으로서 인기있는 조경수종 가운데 하나다. 경계식재용으로 쓰이고 단목이나 군식을 한다. 잔디밭에 단목으로 심기도 한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며 단단하고 휘거나 갈라지지 않으므로 악기재, 조각재, 건축재, 내장제 등으로 쓰인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의 뒷판에는 단풍나무가 사용된다. 단풍나무 막대기는 지하수를 찾는 점막대(divining rod)로 쓰였다. 잎은 염료로 사용한다.

 

당단풍나무(설악산 상봉 성인대, 2015. 10. 11)

옛날에는 당단풍나무의 어린잎을 삶아 우려내어 구황식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당단풍나물을 채로 썰어서 은어(銀魚)와 함께 녹말을 씌워 기름에 튀겨 먹는 음식은 별미였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경칩(驚蟄)에 당단풍나무를 베어낸 줄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껍질은 무릎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

 

단풍나무(지리산 치밭목, 2005. 10. 16)
단풍나무 잎(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10. 21)

당단풍나무의 유사종에는 단풍나무(Palmate maple, かえで), 좁은단풍, 넓은고로실나무(Wide Korean maple), 왕단풍, 털참단풍, 서울단풍, 산단풍(Mountain Korean maple), 아기단풍, 섬단풍나무(Ulleungdo maple) 등이 있다.

 

단풍나무(Acer palmatum Thunb.)는 잎이 5~7(9)갈래로 갈라진다. 좁은단풍나무는 과시가 작고 긴 타원형이며 평행으로 벌어진다. 넓은고로실나무(Acer pseudo-sieboldianum var. ambiguum Nakai)는 잎의 기부가 편평한 절저이다. 자홍색 꽃이 핀다. 과시는 거꿀달걀모양으로서 넓게 벌어진다. 왕단풍나무는 열매가 크다. 털참단풍나무는 잎 뒷면과 열매에 백색 털이 남아 있다. 서울단풍나무는 2개의 시과가 반월형이다. 산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 var. ishidoyanum Uyeki)는 지리산과 북한 지역에 분포한다. 잎의 양쪽 열편이 합쳐지고, 열매가 예각으로 벌어진다. 아기단풍나무는 잎이 9~11개로 갈라진다. 잎과 열매가 당단풍나무에 비하여 훨씬 작고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진다. 섬단풍나무(Acer takesimense Nakai)는 당단풍나무에 비해서 잎이 13개로 갈라진다. 한반도 자생 단풍나무 잎 중 가장 많이 갈라진다. 시과는 털이 없으며 좁은단풍나무의 열매와 비슷하다. 열매는 대형이다. 완도 및 울릉도에 자란다.

 

2021. 10. 20. 林 山. 2022.10.20.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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