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쪽동백나무

林 山 2021. 10. 16. 13:04

꽃향기가 좋은 나무 가운데 쪽동백나무가 있다. 5월 중순~6월 초순경 산길을 걸을 때 어디선가 향그러운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면 십중팔구 쪽동백나무 꽃향기일 가능성이 크다. 꽃향기의 주인공을 찾으려면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어야 한다. 쪽동백나무는 키가 커서 자칫 꽃이 핀 것도 모른 채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쪽동백나무(설악산 토왕골, 2016. 5. 15)

쪽동백나무는 감나무목 때죽나무과 때죽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쪽동백나무는 동백나무보다 열매가 작은 나무란 뜻으로 접두어 '쪽'을 붙여서 얻은 이름이다. 쪽문, 쪽배의 '쪽'도 '작은'의 뜻이다. 학명은 스타이락스 오바시아 지볼트 & 추카리니(Styrax obassia Siebold & Zucc.)이다. 종소명 obassia는 ‘큰 잎 때죽나무’란 뜻이다. 

 

쪽동백나무의  영어명은 프레이그런트 스노우벨(Fragrant Snowbell) 또는 프레이그런트 스타이락스(Fragrant styrax), 오바시아 스타이락스 프레이그런트(Obassia Styrax Fragrant)이다. 일어명은 커다란 잎과 잎 사이에서 꽃이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하쿠운보쿠(ハクウンボク, 白雲木)이다. 별명은 오오바지샤(オオバヂシャ, オオバジシャ)이다. 중국명은 위링화(玉铃花)이다. 쪽동백나무의 이명에는 정나무, 개동백나무, 노단피(老丹被), 산봉자(山棒子), 산아주까리나무, 넙죽이나무 등이 있다. 꽃말은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이다. 

 

쪽동백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쪽동백나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만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남동부로부터 랴오닝(辽宁), 일본에서는 혼슈(本州)에서 홋카이도(北海道)까지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양강도와 자강도, 함경남북도,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쪽동백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30)

쪽동백나무의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가 있다. 줄기는 10~15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검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매끈하며 광택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타원형 또는 달걀형의 원형에 급한 점첨두, 원저이다. 잎 상반부에는 잔톱니가 있고, 표면의 맥 위에는 털이 있다. 잎 뒷면은 흰빛이 돌며 별모양의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거나 없다. 때죽나무보다 잎이 훨씬 크며 둥글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총상꽃차례는 길이 10~20cm로 처지고, 꽃대 길이는 8~10mm이다. 꽃받침은 5~9개이다. 꽃부리는 지름이 2cm이고 5개로 깊게 갈라진다. 열매는 핵과로 타원형이며 별모양의 털이 밀생한다. 과피는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쪽동백나무(지리산 노고단, 2016. 6. 5)

쪽동백나무는 주요 조림수종, 조경수종이다. 원뿔모양의 수형과 특이한 줄기, 송이를 이루어 피는 아름다운 흰꽃, 귀여운 열매는 관상가치가 커서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거리의 가로수로 심어도 좋다. 목재는 국자, 팽이 등 기구재나 단판(單板, 베니어)의 재료로 쓰인다.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수지는 향료나 방부제 원료로 쓰인다. 

 

쪽동백나무 열매로는 기름을 짜기도 한다. 옛날 여인들은 값비싸고 귀한 동백기름 대신 쪽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기도 했다. 동백기름은 남서해안의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나라에서 조세로 거둬갈 만큼 귀한 물품이었다. 서민 여성들에게 동백기름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들에게 쪽동백기름은 동백기름의 대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화장품이었던 것이다. 쪽동백기름은 엣날에 호롱불을 켜는 데 쓰기도 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쪽동백나무의 푸른 열매를 갈아서 낸 즙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쪽동백나무(지리산 노고단, 2016. 6. 5)

쪽동백나무의 유사종에는 좀쪽동백나무, 흰좀쪽동백나무, 때죽나무(Japanese styrax, 족나무), 수마트라안식향나무 등이 있다. 좀쪽동백나무(Styrax shiraianus Makino)는 지리산에 분포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전체에 별 모양의 털이 밀생한다. 쪽동백나무에 비해 잎이 약간 소형이며, 잎의 윗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결각상의 톱니가 있다. 흰좀쪽동백나무는 잎 뒷면에 흰색 털이 밀생한다. 때죽나무(Styrax japonicus Siebold & Zucc.)는 밑에서 많은 줄기를 내어 관목상을 이루고 가지가 많아 넓게 퍼진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총상꽃차례에 2~5개 간혹 1개의 흰색 꽃이 달린다. 종모양 꽃부리의 흰꽃과 은색 열매가 아름답다. 수마트라안식향나무(Styrax benzoin)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이 원산지다. 키는 12~30m 정도까지 자란다. 이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이 수마트라안식향(蘇門答臘安息香)이다. 수마트라안식향과 월남안식향(越南安息香, 샴안식향)이 본초학에서 개규약(開竅藥)으로 분류되는 안식향(安息香)이다. 

 

2021. 10. 1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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