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솜나물 '발랄(潑剌)'

林 山 2021. 12. 16. 16:27

솜나물꽃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4월 말경 성남 불곡산 골안사 뜨락에서였다. 법당 앞 뜨락 저만치 키 작은 솜나물꽃이 보일 듯 말 듯 피어 있었다. 연분홍빛이 살짝 도는 예쁜 꽃이 어찌나 작고 앙증맞던지 살짝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솜나물은 이파리 뒤에 하얀 솜털이 빽빽하게 난다. 그 모습이 마치 이불솜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솜나물을 비롯해서 한국의 에델바이스 솜다리, 솜방망이, 솜대, 솜분취, 솜양지꽃 등 '솜'자가 들어가는 식물들은 모두 흰 털이 많이 나는 공통점이 있다.   

 

솜나물(성남 불곡산, 2013. 4. 21)

솜나물은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솜나물속(Leibnitz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솜나물속 자생식물은 솜나물 1종만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까치취, 부시깃나물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까치취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부싯갓나물, 대정초(大丁草)라는 이명이 실려 있다. 국표 등재 '부시깃나물',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부싯갓나물'은 '부싯깃나물'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솜나물의 꽃말은 '발랄(潑剌)'이다.

성냥 같은 것이 없던 시절에는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부싯돌을 치면 불똥이 솜처럼 부드러운 불쏘시개에 박혀서 불이 붙는다. 솜이 귀했던 시절 말린 솜나물 잎을 부싯깃 솜으로 썼다고 하여 부싯깃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취'와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먹거리로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솜나물의 학명은 라이브니치아 아난드리아 (린네) 투르크자니노[Leibnitzia anandria (L.) Turcz.]이다. 속명 '라이브니치아(Leibnitzia)'는 독일의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의 이름을 딴 것이다. 종소명 '아난드리아(anandria)'는 병리학에서 '남성 성징 소실'을 뜻하는 영어 명사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투르크자니노(Turcz.)'는 러시아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 투르크자니노(Nikolai Stepanovich Turczaninow, 1796~1863)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솜나물의 영어명은 게베라 아난드라(Gebera anandra)이다. 'Gebera anandra'는 사전에도 안 나오는 용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어명은 커먼 거버라(Common gerbera)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어명은 메디터레이니언 비치 데이지(Mediterranean beach daisy), 골든 코인(gold coin), 골드 코인 데이지(gold coin daisy)이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솜나물의 일본명은 센본야리(センボンヤリ, 千本槍)이다. 가을의 폐쇄화가 창처럼 높이 자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FOM에는 무라사키탄뽀뽀(ムラサキタンポポ, 紫浦公英)라는 이명이 실려 있다. '보라색 꽃이 피는 민들레'라는 뜻이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따딩차오(大丁草)이다.

 

솜나물(성남 불곡산, 2013. 4. 21)

솜나물은 한강토(조선반도) 전도에 나며 일본, 만주, 중국,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몽고, 동시베리아에 분포한다. 산지의 건조한 숲속에서 자란다(국생정). 센본야리(千本槍)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FOM).

 

따딩차오(大丁草)는 조선반도(朝鲜半岛), 중국, 일본, 러시아,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북쪽의 헤이룽쟝(黑龙江), 네이멍구(内蒙古), 닝샤(宁夏)에서 남쪽의 광둥(广东), 광시(广西), 윈난(云南), 구이저우(贵州) 성(省)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한다. 해발 650~2,580m 지대 산마루, 계곡 정글, 척박한 경사지, 도랑가, 풍화된 암석에서 자란다(百度百科).

 

솜나물(성남 불곡산, 2013. 4. 21)

솜나물의 근경(根莖)은 짧다. 잎은 근생(根生)한다. 봄에는 잎이 작은 달걀 모양으로 흰색 거미줄 같은 털이 있으나, 여름에는 길이 10~16cm, 나비 3~4.5cm로 되며, 두대우상(頭大羽像)으로 깊게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으며, 뒷면에 흰색 털이 밀생(密生)한다.

꽃은 4~5월과 9월에 흰색 또는 연한 보라색으로 두 번 핀다. 지름 15mm 정도의 머리 모양 꽃차례가 꽃대(花莖) 끝에 1개 달린다. 꽃은 발랄한 소녀처럼 아름답다. 솜나물은 꽃이 봄에 꽃이 피는 형과 가을에 피는 형 두 가지가 있다. 꽃이 가을에 피는 개체가 봄에 피는 개체보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크다.

봄꽃은 혀꽃(舌狀花)과 통꽃(管狀花)으로 이루어졌다. 혀꽃은 뒷면에 자줏빛이 돌고 앞면이 흰색을 띤다. 꽃대 길이는 5~20cm 정도이다. 꽃잎 끝에 3치가 있고, 기부(基部)에 작은 2개의 열편(裂片)이 있다. 근생엽(根生葉)은 삼각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약간 있다. 가을꽃은 총포(總苞) 속에서 닫힌꽃(閉鎖花)만 핀다. 화경(花莖)은 높이 30~60cm이며, 총포 길이는 15mm 내외이다. 화경에는 부채 모양 포(苞)가 드문드문 나고, 처음에는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근생엽(根生葉)은 긴 타원형으(楕圓形)로 가장자리는 무잎처럼 갈라져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방추형(紡錐形)으로 길이 6mm이고, 관모(冠毛)는 갈색이다.

 

솜나물(성남 불곡산, 2013. 4. 21)

솜나물은 꽃이 앙증맞고 예뻐서 바위정원의 바위틈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좋다. 화분에 심기도 한다.

솜나물의 어린순은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을 데쳐서 떡을 해 먹는다. 같은 때 나는 다른 산나물과 함께 무쳐서 먹는다.

 

솜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따딩차오(大丁草)는 맛이 쓰고, 성질은 차다. 청열지해(清热止咳), 이습(利湿), 해독(解毒)의 효능이 있어 폐열(肺热)로 인한 기침(喘咳), 임병(淋病, 신장염·방광염), 수종(水肿), 이질(痢疾), 풍습관절통(风湿关节痛, 류마티스 관절염), 통절종독(痛疖肿毒), 화상(烧伤烫伤), 외상출혈(外伤出血)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百度百科).

2021. 12. 16. 林 山. 2023.7.29. 최종 수정

#솜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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