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꽃치자

林 山 2021. 12. 17. 14:42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살다 보니 남의 집 정원을 관찰하는 것이 일종의 버릇처럼 되었다. 걸어서 출퇴근하는 길 중간쯤에 온갖 화초를 기르는 집이 있다. 몇 년째 출퇴근길을 오가며 그 집 화단을 훔쳐보는 것도 어느덧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식당을 겸하고 있는 집이라 언제나 대문이 열려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꽃 구경도 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하고도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길에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눈부시게 하얀 꽃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꽃치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순백색의 꽃에서 전해오는 향기가 어찌나 진하던지! 치자 꽃보다도 향기가 더 강한 듯했다. 집에서 향초(香草)로 한두 포기 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치자(충주시 연수동, 2021. 6. 20)

꽃치자는 용담목 꼭두서니과 치자나무속의 상록 관목이다. 치자보다 꽃이 아름다워서 꽃치자라고 한다. 꽃치자의 학명은 가데니아 자스미노이데스 바. 라디칸스 (툰베리) 마키노[Gardenia jasminoides var. radicans (Thunb.) Makino]이다. 영어명은 케이프 재즈민(Cape-jasmine), 일어명은 하나쿠모나쿠(はなくもなく)이다. 중국명은 수이찌즈(水栀子) 또는 취에싀찌즈화(雀舌栀子花)이다. 꽃치자는 만첩꽃이라서 천엽치자(千葉栀子)라고도 한다. 꽃말은 '청결', '순결', '행복', '한없는 즐거움'이다. 

 

꽃치자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졌다.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인도차이나,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식재한다. 내한성이 약하여 중부지방에서는 온실에서 가꾸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중부지방에서도 노지 재배가 가능하다. 

 

꽃치자의 키는 60cm.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가지가 많으며, 밑부분이 옆으로 자라면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거꿀피침모양이며 길이 4~8cm, 나비 1~2cm로서 양끝이 좁고 두꺼우며 윤채가 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에서 꽃자루가 자라서 1~2송이씩 달리며, 꽃받침통에 6개의 희미한 능선이 있다. 열매를 완전히 둘러싸며, 끝에 6개의 꽃받침열편이 남아 있다. 열매는 길이 3.5cm로서 긴타원모양이며 세로로 6~7개의 능각이 있다. 9월에 황홍색으로 익으며 꽃받침통에 싸여 있다.

 

꽃치자(충주시 연수동, 2021. 6. 20)

꽃치자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관상용 또는 조경수로 심는다. 음식이나 옷감의 염색 원료로도 사용한다. 치자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짓기도 하고, 단무지에 노란색을 입히기도 한다. 

 

치자나무와 꽃치자 등 치자나무의 동속식물(同屬植物)의 과실을 치자(梔子), 뿌리를 치자화근(梔子花根), 잎을 치자엽(梔子葉), 꽃을 치자화(梔子花)라 하며 약용한다. 치자는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사화약(淸熱瀉火藥)으로 분류된다. 치자는 청열사화, 양혈(凉血)의 효능이 있어 열병허번불면(熱病虛煩不眠), 황달(黃疸), 임병(淋病), 소갈(消渴), 목적(目赤), 인통(咽痛),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혈리(血痢)、뇨혈(尿血)、열독창양(熱毒瘡瘍), 뉴상종통(扭伤肿痛) 등을 치료한다. 치자는 본초학에서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치자를 종종 사용한다.   

 

치자화근은 청열양혈, 해독의 효능이 있어 감모고열(感冒高熱), 황달형 간염, 토혈, 비출혈, 균리(菌痢), 임병, 신염수종(腎炎水腫), 창옹종독(瘡癰腫毒) 등을 치료한다. 치자엽은 종(腫)을 삭히고 타박상을 치료한다. 닭고기와 함께 삶아 먹으면 창독(瘡毒)을 흩어지게 하며 풍(風)도 제거한다. 치자화는 청폐(淸肺), 양혈의 효능이 있어 폐열해수(肺熱咳嗽), 비출혈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치자화근, 치자엽, 치자화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치자(梔子, 산치자)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 맛이 쓰고[苦] 독이 없다. 가슴과 대소장에 있는 심한 열과 위 안에 있는 열[胃中熱氣] 그리고 속이 답답한 것[煩悶]을 낫게 한다. 열독을 없애고 5림을 낫게 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5가지 황달을 낫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한다. 입 안이 마르고 눈에 피가 서며 붓고 아픈 것, 얼굴까지 벌개지는 주사비, 문둥병, 창양(瘡瘍)을 낫게 하고 지충의 독을 없앤다. ○ 잎은 추리나무잎 비슷한데 두껍고 굳으며 음력 2~3월에 흰 꽃이 핀다. 꽃은 다 6잎이며 아주 향기롭다. 늦은 여름, 초가을에 열매가 열린다. 처음에는 푸르다가 익으면 노래지는데 속은 진한 벌건색이다. 음력 9월에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린다. ○ 약으로 쓰이는 산치자는 의학책에 나와 있는 월도(越桃)라는 것을 말한다. 껍질이 엷고 둥글며 작고 거푸집에 도드라진 금이 7모[稜] 또는 9모 나는 것이 좋다[본초]. ○ 작고 7모가 난 것이 좋다. 길고 큰 것도 쓸 수 있는데 약 효과가 못하다[단심]. ○ 수태음경에 들어가며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잠 못 자는 증을 낫게 하고 폐화(肺火)를 사한다[탕액]. ○ 속씨를 쓰면 가슴 속의 열을 없애고 껍질을 쓰면 피부의 열을 없앤다. 보통 때는 생것을 쓰고 허화(虛火)에는 동변에 축여 새까맣게 되도록 일곱 번 정도 볶아서 쓰고, 피를 멈추는 데는 먹같이 검게 닦아서 쓴다. 폐와 위를 시원하게 하려면 술에 우려서 쓴다[입문].'고 나와 있다. 

 

꽃치자(충주시 연수동, 2021. 6. 20)

꽃치자의 유사종에는 치자나무가 있다. 치자나무(Gardenia jasminoides J.Ellis)는 키가 3m까지 자란다. 꽃치자보다 잎과 꽃이 크다. 꽃은 홑꽃이다. 잎은 긴타원모양 또는 도란형이다. 엽병은 짧다.

 

2021. 12. 17.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라지 '영원한 사랑(永遠之愛)'  (0) 2021.12.20
범부채 '정성 어린 사랑'  (0) 2021.12.18
솜나물 '발랄(潑剌)'  (0) 2021.12.16
왜모시풀  (0) 2021.12.14
밤나무 '포근한 사랑'  (0)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