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초순 진료를 마치고 퇴근길에 충주시 연수동 연원시장을 지나가다가 어느 집 슬레이트 담장과 시멘트 옹벽 사이 틈바구니를 뚫고 올라온 쇠비름을 발견했다. 쇠비름은 생명력이 강인하기로 유명한 풀이다. 한여름 땅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에 다른 풀들은 다 말라죽어도 쇠비름만은 끝까지 살아남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농부들에게 쇠비름은 농사를 망치는 골치 아픈 잡초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쇠비름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한약재로도 쓰이는 고마운 풀이다.
쇠비름에 읽힌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어느 마을에 어린 나이에 민며느리로 들어간 소녀가 있었다. 어린 신부는 큰동서와 시어머니에게 몹시 심한 구박을 받았다. 어느 날 이질에 걸린 민며느리는 밭둑에 있는 움막으로 쫓겨났다가 쇠비름을 먹고 나았다. 움막으로 쫓겨나 있을 때 구박하던 큰동서와 시어머니는 이질로 죽었고, 잘 대해주던 둘째 동서는 쇠비름을 먹여서 살렸다. 그 뒤 어린 민며느리는 신랑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쇠비름은 중심자목 쇠비름과 쇠비름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포르투라카 올레라케아 린네(Portulaca oleracea L.)이다. 종소명 'oleracea'는 '식용 채소'를 의미한다. 영어명은 커먼 퍼슬린(Common purslane)이다. 일어명은 수베리히유(スベリヒユ, すべりひゆ, 滑莧·馬歯莧) 또는 우마비유(うまびゆ, 馬莧)이다. 중국명은 마치셴(马齿苋)이라고 한다. 또, 창밍차이(长命菜), 창셔우차이(长寿菜), 마셩차이(痳绳菜)이다.
쇠비름은 잎이 말의 잎 같다고 해서 마치채(馬齒菜), 오행초(五行草), 산산채(酸酸菜),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한다. 쇠비름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라고 한다. 붉은색 줄기는 불(火), 까만색 열매는 물(水), 녹색 잎은 나무(木), 하얀색 뿌리는 쇠(金), 노란색 꽃은 흙(土)을 가리킨다고 해서 오행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한에서는 돼지먹이로 이용한다고 하여 돼지풀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불로장수(不老長壽)'이다.
쇠비름은 전 세계의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의 길가나 빈터, 밭둑 등 어디서나 흔하게 자란다. 양지 또는 반그늘의 언덕이나 편평한 곳에 분포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고추밭 등 채소밭에서 많이 발견된다.
쇠비름의 뿌리는 흰색이지만 손으로 훑으면 원줄기와 같이 적색으로 된다. 줄기는 약 3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원주형에 갈적색이고, 육질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옆으로 비스듬히 퍼진다. 줄기 전체에는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기 또는 어긋나기하지만 끝부분의 것은 돌려나기한 것 같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이며 끝이 둥글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짧은 엽병으로 된다. 잎 길이는 15~25mm, 폭은 5~15mm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붉게 물든다.
꽃은 양성으로서 6월부터 가을까지 계속 핀다.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에는 오므라드는 특징이 있다. 꽃 지름은 8mm, 색은 노란색이다. 줄기나 가지 끝에 3~5개씩 모여서 정생하거나 액생한다. 꽃받침은 2개로서 타원형이다. 꽃잎은 5개이다. 수술은 7~12개, 암술은 1개이다. 씨방은 중위이며, 암술대는 5개이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중앙부가 옆으로 갈라져서 긴 대가 달린 많은 종자가 나온다. 종자는 찌그러진 원형으로 검은 빛이 돌고 가장자리가 약간 토돌토돌하며, 작고 수가 많다. 긴 종자꼭지가 있다.
쇠비름의 어린순은 데쳐서 말렸다가 묵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과 줄기로 죽을 쑤어서 먹거나 겉절이를 해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비빔밥에 넣거나 쌈으로 먹기도 한다. 된장국 같은 국물 요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상추와 더불어 샐러드 재료로 사용된다. 충주 지방에서는 쇠비름을 나물로 취급하지 않는다.
구석기 시대인 1만6천 년 전 그리스의 어느 동굴에서 쇠비름씨가 발견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인류는 오래전부터 쇠비름을 식재료로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쇠비름에는 오메가3라는 필수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또, 도파민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해독, 이뇨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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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마치현(馬歯莧), 종자는 마치현자(馬歯莧子)라고 한다. 마치현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마치현자는 본초학 교과서에 수재되어 않다.
마치현은 청열해독 양혈지혈(凉血止血)의 효능이 있어 열독혈리(熱毒血痢), 옹종정창(癰腫疔瘡), 습진(濕疹), 단독(丹毒), 사충교상(蛇蟲咬傷), 변혈(便血), 치출혈(痔出血), 붕루하혈(崩漏下血) 등을 치료한다. 마치현자는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어 청맹(靑盲), 백예(白瞖, 수정체 혼탁)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동의보감' < 탕액편 : 채소>에는 마치현(馬齒莧, 쇠비름)에 대해 '성질이 차고[寒] 맛이 시며[酸] 독이 없다. 여러 가지 헌데와 악창을 낫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징결(癥結)을 헤친다. 쇠붙이에 다쳐서 생긴 헌데와 속에 누공[漏]이 생긴 것을 치료한다. 갈증을 멎게 하며 여러 가지 벌레를 죽인다. ○ 어느 지방에나 다 있는데 2가지 종류가 있다. 잎이 큰 것은 약으로 쓰지 못한다. 잎이 작고 마디와 잎 사이가 수은빛 같은 것을 약으로 쓰는데 이것을 말리기가 매우 어렵다. 홰나무방망이로 짓찧어서 해가 돋는 동쪽에 시렁을 매고 2-3일 동안 햇볕에 말려야 마른다. 약으로는 줄기와 마디를 버리고 잎만 쓴다. ○ 이것을 비름이라고는 하나 참비름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오행초(五行草)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잎이 퍼렇고 줄기가 붉으며 꽃이 누렇고 뿌리가 허여며 씨가 거멓기 때문이다[본초]. ○ 잎의 생김새가 말 이빨[馬齒] 같기 때문에 마치현이라고도 한다[입문].', 마치현자(馬齒莧子, 쇠비름씨)에 대해서는 '청맹과니와 백예를 치료하는데 가루내어 물에 타 먹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쇠비름에 대해 '수양총서류집(壽養叢書類輯)'에서는 '미산, 기한(氣寒), 성활(性滑), 무독하고 말에 물렸을 때 마늘과 함께 먹으면 좋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산후의 혈리(血痢), 복통에 쇠비름을 찧어 달여 꿀에 섞어 먹는다. 즙을 짜서 고약을 만들면 종창을 고치고 꿀을 섞어 먹으면 이질을 고친다.'고 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독종이 시작될 때 쇠비름을 붙이면 가라앉으니 이것은 쇠비름 줄기와 잎 사이에 수은이 있는 까닭이다.'라고 하였다. 쇠비름의 잎에는 수은이 0.47ppm 정도 들어 있다. 이것이 쇠비름의 살균, 살충 효과와 관계가 있다. 잎 속에 들어 있는 수은은 수은중독의 위험성도 있다. 다만, 수은은 휘발성이 강하므로 삶아서 먹으면 그 잔류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2021. 12. 2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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