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참나리 ‘순결, 깨끗한 마음’

林 山 2021. 12. 23. 17:11

남부 지방에서는 6월 말, 중부 지방에서는 7월 초부터 참나리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참나리는 '나리 중 가장 아름다운 나리', '진짜 나리', '으뜸 나리'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부터 참나리는 비늘줄기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했기에 지금은 어느 집에나 한두 포기는 있을 정도로 낯익은 식물이다. 각종 문헌에는 참나리가 산과 들에서 자란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참나리를 야생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참나리 주아(충주시 연수동 다원, 2022. 7. 8)

예로부터 전해오는 참나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어여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고을 원(員)의 망나니 아들이 이 처녀를 겁탈하려고 했다. 이에 처녀는 망나니를 완강히 거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순결을 지켰다. 잘못을 깊이 뉘우친 원의 아들은 처녀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얼마 후 처녀의 무덤가에는 호랑이 무늬를 가진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후세 사람들은 이 꽃을 참나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참나리(충주시 연수동, 2022. 7. 11)

참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며, 무피인경(無皮鱗莖)이다. 학명은 릴리움 란키폴리움 툰베리(Lilium lancifolium Thunb.)이다. 속명 '릴리움(Lilium)'은 '나리(lily)'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레이리온(leírion)에서 유래한 라틴어 이름이다. 종소명 '란키폴리움(lancifolium)'은 근대 라틴어 '란키폴리우스(lancifolius)'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난 라틴어 이름이다. '란키폴리우스(lancifolius)'는 '긴 창(lance)'의 뜻을 가진 '란케아(lancea)'와 '잎(leaf)'의 뜻을 가진 '폴리움(folium)'의 합성어로 '길고 뾰족한 잎'이라는 뜻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참나리의 영어명은 꽆잎에 호랑이 같은 무늬가 있다고 해서 타이거 릴리(Tiger lily)이다. 직역하면 '범나리'(虎百合)다. 일어명은 검은색 반점이 찍혀 있는 붉은색 꽃잎이 사나운 귀신 같다고 해서 오니유리(オニユリ, 鬼百合)이다. 중국명은 쥐안단(卷丹) 또는 쥐안단빠이허(卷丹百合)이다. 꽃빛이 붉고 꽃잎이 뒤로 말린 백합이라는 뜻이다. 이명에는 호랑이 무늬가 있는 나리라고 하여 후피빠이허(虎皮百合), 약으로 쓴다고 해서 야오빠이허(药百合), 따오취롄(倒垂莲), 항빠이허(黄百合), 이싱빠이허(宜兴百合), 난징빠이허(南京百合) 등이 있다.

 

고려 시대 참나리의  이두 명칭은 견내리화(犬乃里花), 대각나리(大角那里)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개나리불휘’로 수록되어 있다. 참나리의 뿌리를 본초명 백합(百合)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많은(百) 비늘이 합쳐져서(合) 하나의 비늘줄기를 이룬다는 뜻이다.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이다.

 

참나리(충주시 연수동, 2022. 7. 11)

참나리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중국을 비롯해서 한강토(조선반도),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자란다. 지금은 야생에서 보기 힘들고 각 가정에서 정원의 화단에 관상용으로 한두 포기씩 심고 있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자란다. 중국에는 쟝쑤(江苏), 쩌쟝(浙江), 안후이(安徽), 쟝시(江西),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꽝시(广西), 쓰촨(四川), 칭하이(青海), 시짱(西藏), 깐쑤(甘肃), 샨시(陕西), 샨시(山西), 허난(河南), 허베이(河北), 샨동(山东), 지린(吉林) 등지에 분포한다.  

 

참나리(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상가, 2021. 7. 12)

참나리의 비늘줄기는 지름 5~8cm로서 둥글고, 원줄기 밑에서 뿌리가 나온다.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달리는 흑갈색의 완두콩만한 살눈(珠芽)이 땅위에 떨어지면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튼다. 키는 1~2m 정도이다. 줄기는 흑자색이 돌고 흑자색 점이 있으며, 어릴 때는 흰색 털로 덮인다. 잎 길이는 5~18cm, 폭은 0.5~1.5cm로서 피침형이다. 잎은 줄기에 다닥다닥 달리고 어긋나기하며, 잎겨드랑이에 짙은 갈색의 살눈이 달린다.

 

꽃은 7~8월에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4~20개가 밑을 향해 달린다. 화피열편(花被裂片)은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며, 길이 7~10cm로서 짙은 황적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산포하고 뒤로 말린다. 밀구(蜜溝)에는 짧은 털이 있다. 6개의 수술과 암술이 꽃 밖으로 길게 나온다. 암술대는 길며 꽃밥은 짙은 적갈색이다. 번식은 잎겨드랑이에 달리는 살눈-비늘조각으로 한다.

 

참나리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큰 화분에 심거나 절화(切花)로 사용하여도 좋다. 키가 높게 자라므로 다른 자생식물들과 함께 혼식하면 아름다운 입체화단을 조성할 수 있다. 밀원용으로 심기도 한다. 

 

참나리의 어린순이나 비늘줄기는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 먹는다. 얫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는 비늘줄기를 삶아 먹거나 구워 먹었고, 쌀을 섞어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 쪄서 먹고 날로 먹어도 된다. 또한 꿀에 재서 먹어도 좋다. 시루떡에 넣기도 한다. 꽃잎과 비늘줄기는 술로 담가서 먹기도 했다. 꽃잎으로 담근 술은 빛깔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력을 왕성하게 해준다.

 

참나리(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7. 31)

참나리와 백합(百合, Lilium brownii F,E, Brown var. viridulum Baker), 세엽백합(細葉百合, Lilium pumilum DC.) 비늘줄기의 비늘잎은 본초명 百合(백합), 꽃은 백합화(百合花), 종자는 백합자(百合子)라고 한다. 

 

본초학에서 백합은 보익약(補益藥) 중에서도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윤폐지해(潤肺止咳), 청심안신(淸心安神)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의 구해(久咳, 肺癆久嗽), 해타담혈(咳唾痰血), 허번경계(虛煩驚悸), 실면다몽(失眠多夢), 정신황홀(精神恍惚) 등을 치료한다. 백합화는 윤폐(潤肺), 청화(淸火), 안신(安神)의 효능이 있어 해수(咳嗽), 현훈(眩暈), 야침불안(夜寢不安), 천포습창(天疱濕瘡) 등을 치료한다. 백합자는 장풍하혈(腸風下血)을 치료한다. 백합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쓰는 한약재이다. 하지만 백합화나 백합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백합(百合, 나리)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독이 있다고도 한다). 상한의 백합병(百合病)을 낫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모든 사기와 헛것에 들려[百邪鬼魅] 울고 미친 소리로 떠드는 것을 낫게 한다. 고독을 죽이며 유옹(乳癰), 등창[發背], 창종(瘡腫)을 낫게 한다. ○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종류는 잎이 가늘며 꽃이 홍백색이다. 다른 한 종류는 잎이 크고 줄기가 길며 뿌리가 굵고 꽃이 흰데 이것을 약에 쓴다. 또 한 종류는 꽃이 누르고 검은 얼룩점이 있으며 잎이 가늘고 잎 사이에 검은 씨가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쓸 수 없다. ○ 뿌리는 통마늘과 같이 생겼는데 수십 쪽이 겹겹 붙어 있다. 음력 2월, 8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다. ○ 꽃이 붉은 것은 산단(山丹)이라고 하는데 아주 좋지는 못하다[본초]. ○ 나리의 뿌리는 백조각이 서로 합하여 되는데 오줌을 순하게 내보내는 좋은 약이다. 꽃이 흰 것이 좋다[입문].'고 나와 있다. 

 

참나리(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05. 8. 11)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한강토 자생 참나리의 유사종에는 하늘말나리(Twilight lily, チョウセンカサユリ), 섬말나리(Ulleungdo turk's-cap lily, タケシマユリ), 말나리(Manchurian turk's-cap Lily, チョウセンクルマユリ), 개말나리(Oat-bulbed lily, wheel lily, 浙江百合, クルマユリ, 車百合), 날개하늘나리(Siberian lily, エゾスカシユリ), 하늘나리(Morning-star lily, コヒメユリ), 큰하늘나리(Big-flower morning-star lily, 大花百合), 금나리(Golden-flower lily), 솔나리(Nodding lily, マツバユリ), 검은솔나리 , 큰솔나리(Fine-leaf lily, スゲユリ), 흰솔나리, 땅나리(Slim-stem lily, ノヒメユリ), 노랑땅나리(Yellow slim-stem lily), 털중나리(Friendly lily, コマユリ), 중나리(Lesser tiger lily, コオニユリ, 小鬼百合) 등이 있다. 

 

하늘말나리(Lilium tsingtauense Gilg)는 산야에 자생한다. 잎은 큰 윤생엽과 작은 어긋나기잎이 있다. 꽃은 원줄기 끝과 바로 옆가지 끝에 1~3개의 황적색 꽃이 위를 향해 곧추 달린다.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밀포한다. 섬말나리(Lilium hansonii Leichtlin ex D.D.T.Moore)는 울릉도에 자생한다. 몇 층의 윤생엽과 작은 어긋나기엽이 달린다. 꽃은 황색이며,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1개씩 달려서 4~12개가 밑을 향해 핀다. 말나리(Lilium distichum Nakai Kamib.)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 잎은 윤생엽과 줄기잎이 있다. 윤생엽은 4~9개로 긴 타원형 또는 도란상 타원형이다. 꽃은 옆을 향해 황적색으로 핀다. 꽃잎 안쪽에 짙은 자갈색 반점이 있다. 개말나리(Lilium medeoloides A.Gray)는 한강토, 일본, 중국, 사할린, 쿠릴 열도에 분포한다. 일본명 구르마유리(クルマユリ, 車百合)는 잎이 수레 모양으로 붙는 데서 유래했다. 잎은 줄기 중간 정도 이하에 6~15개가 윤생한다. 꽃잎은 6개이고, 황적색 바탕에 자흑색 반점이 있으며, 뒤로 감듯이 강하게 뒤집힌다. 수술은 6개이고, 꽃밥이 크게 눈에 띈다. 꽃은 백합을 많이 닮았다.

 

날개하늘나리(Lilium dauricum Ker Gawl.)는 낭림산 이북에 자생한다. 강원도 양구군, 인제군, 태백시에도 분포한다. 꽃은 1~6개가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산형(傘形)으로 위를 향해 달린다. 꽃은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하늘나리(Lilium concolor Salisb.)는 고산성 식물이다. 꽃은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곧추 위를 향해 1~5개가 핀다. 짙은 황적색 꽃잎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산포한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기 때문에 하늘나리라고 한다. 큰하늘나리(Lilium concolor Salisb. var. megalanthum F.T.Wang & T.Tang)는 중국 지린(吉林)에 분포한다. 하늘나리의 변종이다. 하늘나리에 비해 잎이 좀더 크다. 꽃잎 안쪽에 보라색 반점이 있다. 금나리[Lilium tenuifolium Fisch. ex Hook.f. f. chrysanthum (Nakai & F.Maek.) M.Kim]는 한강토 백두산에 분포한다. 잎은 좁은 선형이고 어긋나며 다닥다닥 달린다. 꽃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3~15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꽃잎은 짙은 홍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고 뒤로 강하게 젖혀진다.

 

솔나리(Lilium cernuum Kom.)는 충북, 경북, 경기, 강원도 고산지대에 자생한다. 꽃은 1~4개가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밑을 향해 달린다. 꽃은 연분홍색이고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뒤로 말린다. 검은솔나리(Lilium cernuum var. atropurpureum)는 검은색이 감도는 분홍색 꽃이 핀다. 국표에 검은솔나리는 솔나리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큰솔나리(Lilium tenuifolium Fisch.)는 충북 충주, 괴산, 제천, 평안도, 만주, 몽고 등지에 자생한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꽃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3~15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짙은 홍색 꽃잎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흰솔나리(Lilium cernuum)는 꽃잎이 뒤로 젖혀지고 흰색이다. 1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고 꽃밥은 갈색이다. 국표에 흰솔나리는 솔나리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땅나리(Lilium callosum Siebold & Zucc.)는 중부 이남에 자생한다. 꽃은 윗부분의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1~8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황적색 꽃잎 안쪽에 뚜렷하지 않은 자주색 반점이 있다. 노랑땅나리(Lilium callosum Siebold & Zucc. var. flaviflorum Makino)는 전남 섬에 분포한다. 땅나리와 닮았다. 잎은 선형으로 조밀하게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없고, 털이 별로 없다. 꽃은 줄기 끝에 1~8송이가 달린다. 화피는 6장으로 피침형이고, 안쪽에 검은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뒤로 약간 말린다. 털중나리(Lilium amabile Palib.)는 줄기에 털이 나 있다. 꽃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꽃이 1개씩 달리고 1~5개가 밑을 향해 핀다. 황적색 꽃잎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잎에 털이 많고 꽃이 화려하다. 중나리[Lilium leichtlinii var. maximowiczii (Regel) Baker]는 털이 약간 있거나 없다. 꽃은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밑을 향해 2~10개가 달린다. 꽃잎은 황적색이고 안쪽에 자주색의 잔점이 밀생한다. 참나리 다음으로 키가 큰 대형 자생 나리다.

 

국표에는 등재되지 않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만 등재된 참나리 유사종에는 지리산하늘말나리, 누른하늘말나리 등이 있다.

 

지리산하늘말나리[Lilium tsingtauense f. carneum (Nakai) T.B.Lee]는 황적색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없다. 누른하늘말나리[Lilium tsingtauense f. flavum (Wilson) T.B.Lee]는 짙은 황색 꽃이 핀다. 자주색 반점이 밀포한다. 

 

국표에 등재된 한강토 재배 참나리 유사종에는 백합(百合, lily), 대만백합, 사사백합, 헨리백합, 노랑참나리, 당나리, 일본나리, 표범나리 등 67종이 있다.  

 

백합(Lilium longiflorum Thunb)은 류큐(琉球)가 원산지이다. 관상용이나 절화용(切花用)으로 많이 재배한다. 꽃은 원줄기끝에 2~3개가 옆을 향해 흰색으로 핀다. 판통은 길고 나팔처럼 벌어지며 향기가 있다. 반점은 없다. 

 

2021. 12. 23. 林 山. 2023.1.25. 최종 수정

#참나리 #백합 #百合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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