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머루 '기쁨, 박애, 자선'

林 山 2021. 12. 30. 19:57

2021년 8월 초순 충주시 노은면 안락리로 귀촌한 지인을 방문했다. 정원에는 때마침 머루 덩굴에 포도송이 같은 열매가 조발조발 달려 있었다. 머루 열매가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풍성한 풍년 가을을 예고하는 듯했다. 머루는 몇 년 전 귀촌하면서 마을 뒷산에서 캐서 옮겨 심었다는데, 벌써 꽤 굵고 큰 덩굴로 성장해 있었다. 

 

머루가 있는 정원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래랑 먹고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로 시작되는 고려 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의 한 구절과 함께 어린 시절 고향 천등산에 올라 머루, 다래를 따먹곤 했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머루(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머루는 갈매나무목 포도과 포도속의 낙엽 활엽 덩굴성.식물이다. 학명은 비티스 코이그네티아 풀리아 엑스 플랑숑(Vitis coignetiae Pulliat ex Planch.)이다. 영어명은 크림슨 글로리 바인(Crimson Glory Vine), 일어명은 야마부도우(ヤマブドウ, やまぶどう, 山葡萄)이다. 중국명은 즈거푸타오(紫葛葡萄) 또는 꺼푸푸타오(哥妇葡萄), 샨푸타오(山葡萄), 즈거(紫葛)이다. 머루를 머루나무, 산포도(山葡萄), 영욱(蘡薁)이라고도 한다. 영욱은 까마귀 머루라는 뜻이다. 꽃말은 '기쁨', '박애', '자선'이다. 

 

머루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일본 등 아시아이다. 머루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울릉도에도 분포한다. 습기가 있고 배수가 잘 되는 계곡이나 전석지에 난다. 다래와 함께 대표적인 야생 과일이다. 

 

머루(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머루의 줄기는 10m까지 자란다. 일년생가지는 뚜렷하지 않은 능선이 있으며, 붉은 빛이 돌고, 어릴 때는 성모(星毛)로 덮여 있다..잎은 어긋나기하며 심장형 또는 원형이고 5개로 얕게 갈라진다. 잎 아래는 심장저에 작은 삼각형의 톱니가 있고, 3개로 얇게 갈라지기도 한다. 어린잎은 전체에 붉은 갈색의 털이 있다.

 

은 5월 중순 ~ 7월 말에 황록색으로 피며, 원뿔모양꽃차례로 잎과 마주 달린다. 덩굴손은 꽃대 밑부분에서 흔히 발달하며, 꽃받침은 바퀴모양이다. 열매는 장과로 구형이며, 검푸른색이고, 송이로 되어 밑으로 처진다. 종자 길이는 5mm이며, 넓은 거꿀달걀모양이다. 종자는 9 ~ 10월에 성숙한다.

 

머루(충주시 노은면 안락리, 2021. 8. 8)

머루는 잎이 붉게 단풍이 들어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고, 열매도 탐스러워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원줄기는 탄력성이 좋아 지팡이 재로로 사용한다.

 

머루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열매는 생과일로 먹기도 하고, 머루주를 담그거나 약재로 이용한다. 과실에는 주석산, 구연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포도주나 주석산 제조의 원료로 쓰인다. 

 

'동의보감' <탕액편 : 과실>에는 영욱(蘡薁, 머루)에 대해 '즉 산포도(山葡萄)인데 열매는 작고 맛은 시다. 이것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다[단심].'고 나와 있다. 

 

머루(충주시 노은면 안락리, 2021. 8. 8)

머루의 유사종에는 포도, 왕머루(Amur grape), 섬머루(Ulleungdo crimson grapevine), 새머루(Oriental Grape), 까마귀머루(Sinuate mulberry-leaf grapevine), 청까마귀머루 등이 있다. 

 

포도(Vitis vinifera L.)는 많은 재배 품종이 있다. 키는 3m 정도이다. 일년생가지에는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뒷면에 면모가 밀생한다. 열매가 머루보다 대형이다. 신맛은 머루가 더 강하다. 왕머루(Vitis amurensis Rupr.)는 잎의 표면에 털이 없다. 뒷면에는 털이 없거나 맥 위에 털이 있다. 섬머루[Vitis coignetiae f. glabrescens (Nakai) H. Hara]는 울릉도에 분포한다. 잎 뒷면에 적갈색 털이 밀생하지만 곧 떨어진다. 새머루(Vitis flexuosa Thunb.)는 황해도와 강원도 이남에 분포한다. 키는 3m 정도이다. 일년생가지에 털이 없다. 잎의 주맥에 갈색 털이 많다. 까마귀머루[Vitis ficifolia var. sinuata (Regel) H. Hara]는 전라남도, 경상북도, 울릉도에 분포한다. 키는 2m 정도이다. 어린 줄기는 능각이 있으며 적갈색 면모로 덮여 있다. 잎 뒷면에 회갈색 혹은 흰털이 합쳐 밀생한다. 청까마귀머루[Vitis ficifolia f. glabrata (Nakai) W.T.Lee]는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키는 2m 정도이다. 어린 줄기에는 능각이 있으며 적갈색 선모로 덮여 있다. 잎 뒷면 맥 위에만 털이 있다.

 

2021. 12. 30. 林 山. 2022.10.2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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